물량 축소, 수수료 삭감 고집 우정사업본부, 결국 교섭 파국
임금삭감안 철회했다면서 재계약 시점 노려 반영 꼼수
택배노조 올해부터 총력 투쟁해 내년 파국 막겠다 결의

“물가 폭등 시기에 다른 곳도 아닌 국가기관에서 임금 130만원 삭감이라니, 노동자는 죽으라는 말이냐!”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가 130만원 임금삭감안을 고집하면서 우본과 우체국 택배노동자 간 교섭이 파국으로 내몰렸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이하 노동조합)는 임금삭감안 철회를 내걸고 25일 전면파업을 결행했다. 같은 날 정오 12시 30분에는 대학로에서 총력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국택배노조가 우정사업본부 임금삭감 저지를 위한 총력 결의대회를 25일 대학로에서 개최했다.
전국택배노조가 우정사업본부 임금삭감 저지를 위한 총력 결의대회를 25일 대학로에서 개최했다.

노동조합에 의하면 지난 교섭 과정에서 우본은 택배노동자에게 배정하던 기준물량을 축소하고 위탁 수수료를 민간택배사 수준으로 대폭 삭감하는 안을 내놓았다. 건당 수수료가 임금이 되는 택배노동자에게 기준물량은 임금노동자의 최저임금에 해당한다. 노동조합은 기준물량 축소와 수수료 삭감이 모두 현실화할 경우 우체국 택배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30%, 월 130만원 삭감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본은 이와 함께 위탁 배달원(택배노동자)에게 초소형 소포를 배정하지 않겠다는 안도 내놨다. 노동조합은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에게 고중량, 고부피 소포가 몰릴 경우 노동강도가 상승할 것이 명확하다며 "물가 폭등 시기에 상식을 뛰어넘는 월 130만원 삭감과 고강도 노동을 택배 노동자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윤중현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장이 위탁배달원 생존권을 위협하는 우본을 규탄하고 있다.
윤중현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장이 위탁배달원 생존권을 위협하는 우본을 규탄하고 있다.

결의대회 개회사를 맡은 윤중현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장은 “우본이 그야말로 마른 수건 쥐어짜듯 우리를 쥐어짜고 있다, 이번 임금삭감은 노동조합 조합원, 비조합원을 넘어 우체국 택배노동자 모두의 사안”이라고 외쳤다.

또 특수고용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택배노동자에게 기준 물량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강조했다. 원청인 우본은 참여하지도 않는 형식적 단협이나마 물량을 보장 받아 최저 생계비를 맞춰 왔는데, 올해 교섭에서 이 최저선마저 무너질 위기라는 것이다.

윤 본부장은 수수료 삭감은 내년 반영이라며 지금 택배노동자가 투쟁할 이유가 없다는 우본 측 주장도 일축했다. “우본은 연구 용역을 진행해 13년 중량별 차등수수료제, 20년 금액별 차등 수수료제를 이미 밀어붙인 전적이 있다”고 사례를 들며 이번 임금삭감안도 우본의 지난 사례를 답습하리라 보았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국가기관인 우본의 임금삭감이 국가폭력과 진배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국가기관인 우본의 임금삭감이 국가폭력과 진배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우본이 “택배노동자를 함께 일하는 동료로 보기는커녕 같은 인간으로도 보지 않고 있다”며 강력히 성토했다. 택배노동자가 임금 130만원 삭감 위기에 놓인 지금 우체국 공무원들은 5%임금 인상이 예정됐다는 것이다.

진 위원장은 우본의 임금 삭감을 “국가기관에 의해 자행되는 국가폭력 그 자체”라고 규정했다. “우본이 ‘청와대 지시, 정부기관의 예산 삭감 때문에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면 우리는 우체국 위탁배달원 다 죽는다 윤석열이 책임지라고 외치겠다”며 이번 사태 책임이 윤석열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했다.

또 우본의 연구용역 결과 발표와 우체국 위탁배달원 임금협상 시기, 재계약시기를 타진하며 노동조합이 올해부터 쟁의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진 위원장은 내년 6월 쟁의권을 확보할 시기 위탁배달원 재계약 시기가 맞물리면서 우본이 ‘개인별 전자계약서 발송’ 후 서명하지 않을시 계약해지하겠다고 협박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우본도 이런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말고 내년에 싸우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내년 임금삭감 저지를 위해 올해 택배노조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하고 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내년 임금삭감 저지를 위해 올해 택배노조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투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2주 간의 투쟁이 이미 우본의 관리 체계를 무너뜨렸고, 우본은 시도 때도 없이 배달원들에게 문자를 보내며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라며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노동조합의 질긴 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하자며 결의를 다졌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우체국본부 택배노동자의 투쟁을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생존 투쟁”이라고 규명했다. 또 “이번에야말로 우본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치자”며 우체국 위탁배달원들의 투쟁 지지를 표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우체국본부 택배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우체국본부 택배노동자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재계약 시점만 되면 어김없이 택배노동자의 생존권을 흔드는 우본”을 규탄했다. 소위 ‘꿀 택배’라 표현되는 소형 택배물량을 정규직 집배원에게만 배정하며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노동자에게는 중노동을 강요하는 행태 역시 비판했다. “우본의 겁 없는 만행 뒤에는 민생은 나몰라라 하는 윤석열 정부가 있다”며 우본, 나아가 윤석열 정부와의 싸움에서 서비스연맹이 택배노동자와 함께 하겠다며 연대 의지를 다졌다.

강상구 우체국 동천안지회장이 교섭에서 했던 약속을 깬 우본을 규탄하고 있다.
강상구 우체국 동천안지회장이 교섭에서 했던 약속을 깬 우본을 규탄하고 있다.

강상구 우체국 동천안지회장과 김명환 우체국 마포 대의원은 우체국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우체국 동천안 지회는 작년 교섭했던 수수료 3%인상과 기준물량 190개 보장 약속이 깨지며 이미 매일 아침 집회를 열고 있는 상황이다. 강 지회장은 “우리 임금은 반토막 내놓고 우정공무원 임금은 5%인상이라니 국가기관이 시정잡배만도 못한 강요 협박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김명환 대의원은 우정본부 뒤에 있는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며 “윤석열 정권타도만이 2023년 임금단일협상 승리의 길이자 우리가 더 이상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강조했다.

우체국 택배노동자 총력 결의대회에서 결의문 낭독이 진행되고 있다.
우체국 택배노동자 총력 결의대회에서 결의문 낭독이 진행되고 있다.

이어 결의문 낭독이 있었다. 노동조합은 결의문을 통해 “우본이 요식절차를 거쳐 내년 7월 구역 강탈, 물량 강탈, 임금삭감을 진행하려는 것은 택배노동자에 대한 전쟁 선포이자 사실상의 파업 유도”라고 명시했다. 또한 쟁의권 확보에 근거해 파업 쟁의를 더욱 확대할 것을 예고하며 비정규직에게만 임금 삭감 고통을 전가하는 우본을 규탄했다.

결의문 낭독자들이 우본 교섭안이 적힌 택배상자를 격파하고 있다.
결의문 낭독자들이 우본 교섭안이 적힌 택배상자를 격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결의문 낭독자들이 우체국본부의 교섭안을 붙인 상자를 격파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번 결의대회에는 우체국본부 조합원과 CJ대한통운, 롯데, 한진, 로젠택배 조합원 등 총 1,500여 명의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참석했다. 노동조합은 “임금 삭감과 물량강탈이 사실상의 파업 유도”라며 우본이 임금삭감을 전면 철회할 때까지 쟁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우체국 택배노동자 총력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체국 택배노동자 총력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체국 택배노동자 총력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체국 택배노동자 총력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결의대회에 참가한 단위 깃발이 모여 있다.
결의대회에 참가한 단위 깃발이 모여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노래패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노래패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우체국 택배노동자 총력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우체국 택배노동자 총력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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