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흔히 우리는 공사 현장의 건설 노동자라고 하면 대부분 중년의 남성들을 떠올린다. 아무래도 위험한 현장에서 무거운 자재와 기계들을 다루다보니 그럴 것이다. 여전히 남성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청년·여성 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단지 취업난으로 인하여 갈 곳이 없어 건설 현장에 몰려드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 이유엔 노동조합이 있었다.

과거 건설 현장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했다. 휴게실은 물론 화장실조차 없어서 옷을 차에서 갈아입었으며, 임금이 한두 달 체불되는 것은 기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은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우리나라 현장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10년 전만 해도 산재로 1년에 700명 넘게 죽었다고 하니 하루에 2명 정도 목숨을 잃은 격이다. 그리고 인맥 없이는 일자리 조차 구하기 힘들고, 남성 중심의 구조라 여성은 취업은 거의 불가능했다. 건설사의 채용 차별 문제도 있었지만,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기엔 건설 현장은 문제가 심각했다. 그나마 있는 화장실은 남녀공용이 기본이었고, 동료들간에 성차별, 성희롱도 일상적이었다. 물론 지금도 바뀌어야할 것은 산더미지만, 그나마 노동조합으로 인하여 많은 것이 변하였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1995년부터 노동조합은 건설 노동자들의 기능훈련과 일자리 알선을 위해 전국 각지에 건설기능학교와 무료취업알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모두 비영리법인으로 조합원들의 조합비와 후원금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2020년부터 최근 3년간 1534명을 훈련시켰고 그 중 1044명이 건설현장으로 취업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 중 절반인 531명은 여성과 청년이다. 건설 노동자들이 고령화되고 있는 지금, 건설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도 성과를 인정해 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을 개정해서 기능훈련과 취업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근무환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집 근처 공사현장에서 약 한 달간 일용직으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화장실을 찾을 수 없어서 근처 상가까지 뛰어서 오갔고, 짧은 쉬는 시간에는 포대자루 하나 들고 그늘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제대로 쉬지도 못했던 기억이 난다. 어리다고 무시당하기도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은 화장실, 탈의실, 휴게실은 물론 샤워실까지 만들어진 현장도 있고, 심지어 호칭도 ‘야’, ‘어이’에서 ‘목수님’, ‘철근 팀장님’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들이 또한 청년·여성 노동자들의 유입으로도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노동조합의 성과는 뒤로한채 정부는 건폭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노조때리기에 열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노조탄압으로 인하여 현장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은 배제시킨다고 한다. 게다가 여성 조합원은 더 채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청년·여성노동자들의 생존까지 위협당하고 있다.

국어사전에 ‘노가다’는 ‘행동과 성질이 거칠고 불량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막일’은 ‘이것저것 가리지 아니하고 닥치는 대로 하는 노동, 중요하지 아니한 허드렛일’로 정의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식 건설체계의 영향을 받아 도급 방식이 주를 이루게 되었고, 노가다, 오야지라는 단어가 지금까지 쓰여지고 있는 이유다. 여전히 건설 노동은 여타 노동에 비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건설 노동자들은 인간답게 일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건설노동을 위하여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누가 뭐래도 건설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임금, 고용불안,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과도한 경쟁으로 이윤만을 추구해서는 건설산업의 미래는 없다. 건설현장의 과거와 현재, 노동조합이 기여한 역할과 성과를 인정하고 탄압이 아닌 협력과 상생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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