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내일부터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 추석이 시작된다. 게다가 얼마 전 10월 2일도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모처럼 긴 연휴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누구나 휴일에 쉴 수 있거나, 일을 하더라도 추가수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연휴가 다가오면 휴일과 관련한 상담전화가 빗발친다.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비정규직인 노동자들이다. 여전히 빨간 날이 그림의 떡인 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8월 2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정규직 노동자의 86%가 빨간 날에 유급으로 쉴 수 있다고 답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의 절반 수준인 42.8%만이 유급으로 쉴 수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규모로 비교하면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77.4%가 빨간 날 유급으로 쉴 수 있는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47.3%만 유급으로 쉴 수 있었다. 쉴 권리에 대한 양극화 현상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한 이유라고 하더라도, 거기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단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빨간 날에 똑같이 일을 해도 쉬지 못하거나 추가수당을 받지 못한다는 건 이상하다.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법과 제도는 다양하게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만들어진 법임에도 오히려 노동자들을 나누고 차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업주에 대한 지원은 별도로 하면 되는 것이고, 노동자에 대한 보호는 사업주의 경제적 여력과 관계없이 이루어져야하는 것이 맞다. 

법이 도입된 취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근로기준법 제55조에서는 1주에 평균 1회 유급휴일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가 주휴수당을 받는 근거다. 주휴일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이유는 노동자가 계속적인 노동에 대한 노동력의 회복을 꾀하고, 문화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휴무를 취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기한 것이다(대법원 1991. 5. 14. 선고 90다14089 판결 참조). 현재 주휴수당은 사업장의 인원수와 상관없이 지급받을 수 있다. 일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동력의 회복과 문화적 생활의 보장이 이루어져야한다는 취지를 살린 것으로 당연하다.

하지만 휴일가산수당의 근거가 되는 근로기준법 제56조 유급휴일은 어떠한가? 법원은 가산수당을 지급하는 이유를 노동자가 일할 의무가 없지만,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부득이 일을 하게 된 경우에 일할 의무가 있는 날보다 더 큰 대가(가산수당)가 지급되어야 보상이 된다고 해석하고 있다(위 대법원 판결 참조). 그럼에도 제55조와 달리 휴일가산수당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법의 취지를 통해 살펴보더라도 주휴수당이나 휴일근로수당은 모두 노동자의 노동력 회복과 보상의 차원에 따른 대가로 사업장의 인원수에 따라 지급여부가 달라질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더욱 더 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고 보상이 이루어져아하는 노동자는 대규모 사업장보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다. 법의 공백이 분명하고, 하루빨리 개정이 이루어져야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휴일가산수당 뿐만 아니라 연장,야간수당, 부당해고, 주52시간, 연차휴가, 직장 내 괴롭힘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렇게 일부 근로기준법을 배제하는 문제는 오래 전부터 비판받아왔다. 법이 개정된 이 후, 노동시장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도 30년 넘게 바뀌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웠다. 지금의 반노동 행보를 보면 이상하지도 않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 여당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생색내기가 아니라,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이 평등하고 인간답게 일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 움직임이길 바란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연휴나 명절 때마다 휴일에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접했으면 좋겠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평등한 명절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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