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통통톡의 노동자 마음건강

A의 불안, 이어지는 가난으로 고립된 삶
최근 최저임금 관련 뉴스를 보면서 생각났던 A. 그는 취업이 쉽지 않았던 시기 아르바이트하며 취준생 생활을 힘겹게 보냈다. 계약직이지만 취직하고 좋아하던 그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밤마다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취업 1년 차 A가 들어간 직장은 1년마다 계약하는 비정규직이었다. 업무강도는 정규직과 다르지 않지만, 월급 차이는 컸다. 어느 날,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며 사진을 보여준 A. 매일 다르게 반찬을 만들며 재미있다고 한다. 하지만 도시락을 싸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면서 목소리는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하던 때와 다르지 않은 경제적 어려움. A는 자신의 경제적 현실이 비참하다고 하며 울먹였다.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 이유는 점심값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하고, 조금씩이라도 부모님께 생활비를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만 원이 넘는 점심은 사치였다.

졸업하고 취업도 했으니 친구들을 만나 어울리고 싶었지만 한번 만나면 너무 많은 돈을 써야 했다.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를 피하게 되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점점 위축되고 의기소침해졌다. 자신만 외딴섬에 갇힌 못난이처럼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름 취직하면 연애도 하고, 멋진 취미 생활도 하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닌데, 그저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길 꿈꿨던 그. 자신의 비루한 삶에 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이렇게 늙으며 혼자 외롭게 죽을 것 같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길을 가다 마주친 폐지 줍는 어르신을 보면 그 삶이 자신의 삶일 것 같아 불안해졌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위기가 왔다. 가슴에 통증이 생기고,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에 공포감은 커졌다.

A의 고통을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경제적 압박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힘들었던 마음을 사회구조, 환경적인 맥락에서 살펴보며, 가난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했다. 가난이 개인의 열등함으로 인한 것이 아닌 사회구조적으로 힘겨울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이해하면서 숨을 쉴 수 있게 된 A는 혼자 고민하기보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A뿐 아니라 돈이 없어서 아플 수도 없다고 하는 사람들, 돈이 없어 연애를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사람들. 점점 고립된 삶을 살게 되면서 심리적 불안, 우울은 깊어 간다. 개인의 어려움이 그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사회문제가 개인에게 영향을 미쳐 또다시 가족해체 등 사회적 문제로 확장된다. 그렇게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악순환의 고리를 이해하고 벗어나는 힘을 키워야 한다. 당당하게 자신이 일한 만큼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이어져야 한다.

세계보건기구 WHO에 따르면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고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건강이라고 한다. 건강한 삶, 일과 사랑이 균형을 이루는 삶. 이런 삶을 꿈꾸는 일상이 헛되지 않으려면 사회가 건강해야 한다. 힘들지만 버터야 하는 직장. 억울한 일을 당해도 외벌이로는 가족들 생계를 이어갈 수 없어 참아야 하는 아픔. 아파도 참고 나가서 성과급을 위해 만근해야 하는 현실. 노동을 통해 자기 삶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개인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고달프기만 하다고,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삶을 살아가게 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김승섭은 그의 책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 어느 사회에서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상태의 차이가 관찰되는데 고소득 집단이 저소득 집단에 비해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고 있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삶을 이어갈 목숨값. 낮은 임금이 자신의 못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책정되어야 한다. 월급은 단순한 노동의 대가를 넘어 한 사람이, 한 가정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원동력이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외치는 목소리에 맞춰 임금도 당연히 올라야 한다. 임금차별로 누구나 평등하게 행복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으려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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