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김기홍의 청년 비정규노동

어김없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가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 노동인권교육을 나가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을 누가 정하는지 물어본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정답을 맞춘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27명의 공익위원,노동자위원,사용자위원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한다고 가르쳐주면,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며 궁금해한다. 의견 차이가 커서 쉽게 결정이 안 될 것 같다는 질문들이 꽤 많았는데,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1988년 이래로 최저임금 논의 법정 시한을 준수한 적은 9번 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답을 대신하곤 했다.

2024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현재 세종시에서 열리고 있다. 법정 시한인 6월 29일을 이틀 앞두고 27일에 개최된 ‘8차 전원회의’는 시작한 지 18분 만에 파행되었다. 노동자위원 중 한 명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으로 구속되어 해촉되었는데, 새로운 위원으로 다른 노조 위원장을 추천하자 고용노동부가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유는 해촉된 위원과 공동불법 혐의로 수사 중인 자였기 때문이었다. 위원 추천에 대한 기준이 없음에도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위원회의 독릭성과 공정성을 흔들고있다.

노동계는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12,210원을 요구하고있다. 학생들에게 말해주면 환호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너무 오바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었다. 그에 반해 경영계는 올해와 똑같은 금액으로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고 얘기해주면 곳곳에서 쌍욕이 난무한다. 최저임금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는것이 합리적일지 물어보면, 가족 수, 국가경제력, 평균임금, 부동산 가격 상승률(?) 등 다양한 대답이 나오는데 그 중 물가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그럼 우리나라는 물가에 비해 최저임금의 수준이 어떠할까?

얼마 전 호주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현재 한국의 주요 뉴스인 최저임금에 대해서 물어봤다. 호주는 올해 7월부터 5.75% 인상하여 21.38달러, 한화로 약 2만원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약 2배가 높은데, 호주가 물가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국가간 물가를 간편하게 비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패스트푸드점의 햄버거 세트 가격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빅x 세트의 가격이 7,800원인데 반해 호주는 약 11,000원이다.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물가 차이에 비해 최저임금은 더 큰 폭의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으로 햄버거 세트 하나 먹고 아메리카노 한 잔도 더 못 먹지만, 호주의 경우에는 세트 두 개 정도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다. 단순하게 비교할수는 없지만 물가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노무사 수습 시절에 가끔 갔었던 광화문에 위치한 국밥집의 국밥 한 그릇의 가격은 8,500원이었다. 당시 최저임금은 8,720원, 국밥 하나 겨우 먹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심지어 다른 메뉴인 냉면은 만원이 넘었었다. 매년 조금씩 올라 지금은 9,500원이다. 경험상 임금은 그대로인데 국밥가격은 먼저 인상되더라. 누가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른다고 했던가?

최저임금이 상승해서 노동자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 역시 증가하게 된다. 이를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이다. 코로나때 자영업자들이 어려웠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전 국민이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주머니를 닫고, 각종 규제들로 인하여 장사는 안되는데 비싼 임대료는 계속 내야했기 때문아닌가?

최저임금의 취지는 고용효과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다. 최저임금법 어디에도 고용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저소득 노동자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인 것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만든 기구임을 분명히 하고, 노동자위원이 인상금액을 제시했기에 동결안을 제시했다며 협상의 대상으로 숫자놀음하려는 사용자위원은 헌법 제32조 제1항과 최저임금법 제1조를 열 번 읽고 들어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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