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무대책으로 29세 청년 사망했는데...코스트코는 악성 루머만 유포
기자 출입도 거부하고 직원들 입막아...장례식장에선 ‘병 숨기고 입사’ 막말
노동자 사망 원인은 고질적 인력 부족, 마트노동자와 유족 대책 마련 촉구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29세 청년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지 40일이 넘었다. 사측의 책임 떠넘기기와 막말이 계속되는 가운데, 마트노동자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사측의 사과와 대책을 촉구하는 추모제를 열었다.

코스트코 하남점 근무 중 사망한 29세 청년 노동자 추모집회에 함께 한 참가자들이 사측의 사과와 책임있는 대책 마련, 정규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故김동호 씨는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쇼핑카트 관리업무를 하던 지난 달 19일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일 낮 최고 기온은 35도, 김 씨가 폭염 속에서 카트 관리를 위해 걸은 걸음 수는 하루 많게는 4만 3000보였다. 김 씨의 최종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였다.

그러나 코스트코 사측은 유가족에 대한 사과 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씨의 빈소에 나타난 코스트코 조민수 대표는 ‘김 씨가 병을 숨기고 입사했지’라며 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이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이하 마트노조)는 2일 오전 10시 코스트코 광명점 앞에서 故 김동호 씨 추모집회를 진행했다.

박건희 마트노조 코스트코 지회장이 코스트코 사측의 무책임한 행태를 규탄하고 있다.

박건희 마트노조 코스트코 지회장은 무대응,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는 사측을 강력 규탄했다. “관리자들을 앞세워 직원들의 입을 막고 기자들의 매장 출입마저 막는 코스트코 조민수 대표의 파렴치한 행태”를 비판하는 한편, 하남점에서 근무하는 모 팀장이 “왜 탈수 증세가 올 때까지 물을 마시지 않았냐”며 사측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 하는 정황을 알렸다.

박 지회장은 “사측이 원하는 건 시간이 흘러 여론이 조용해지는 것”이라며 라돈 베개, 무단 오폐수 방류 등 코스트코가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또 코스트코가 바뀌기 위해서는 사측의 악의적 행보에 맞서 노동자들이 뭉쳐 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권대현 코스트코지회 일산점 분회장이 코스트코의 노동조합 무시가 노동자 사망까지 이어졌음을 비판하고 있다.

권대현 코스트코지회 일산점 분회장은 “사원 존중이라는 코스트코의 경영 철학은 무너졌다”고 외치며 사측을 질타했다. “노동조합이 사원 고충을 전달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그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았다”며 사측의 노동조합 멸시가 노동자 사망 사태로까지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또 “사측은 이제라도 노동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는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고 촉구했다.

고인의 형 김동준 씨가 코스트코 하남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비판하고 있다.

“CCTV에 기록된 동생의 생전 마지막 모습은 목욕탕에서 쪼그려 앉아 쓰는 조그만 의자를 직접 들고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고인의 형 김동준 씨도 추모집회에 참석해 고인의 억울함을 알렸다. 김동준 씨는 “동료 노동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코스트코는 절전을 위해 에어컨과 공기순환장치를 상시 가동하지 않았다”며 코스트코 측이 온열질환 예방 수칙을 어느 것 하나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장례식장에 찾아와 고인에게 지병이 있지 않았느냐고 발언한 조민수 대표를 향해서는 “당신들이 한 시간이라도 현장에서 일해 보라”고 질타했다. “건강한 20대 청년이 일하다 사망했는데 지병이 있었다, 자살했다는 악의적인 소문이 퍼졌다, 그 근원지가 어디인지 직원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며 직원들의 입막음을 위해 대형 로펌 김앤장까지 선임한 사측을 규탄했다.

김동준 씨는 마지막 응급처치 중 담당의의 옷깃을 잡으며 몸을 일으키려 했던 고인의 삶의 의지를 전하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가 있기에 고객이 있고, 고객이 있기에 코스트코도 있는 것”이라며 “지금도 폭염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지 모르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경영진들이 즉각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이 사측이 청년노동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민정 마트노조 위원장은 “35도 폭염에 달궈진 주차장 열기 속에서 하루 종일 26km를 걸으며 일한 29세 청년 노동자가 결국 죽음으로 내몰렸다, 이 억울한 죽음에 도대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며 사측을 강력 규탄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은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인데도 코스트코는 임시 방편 마련에만 급급하고 있다”며 코스트코는 당장 인력 충원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정 위원장은 또 코스트코가 나라에 따라 노동자 복지 차이가 큰 것도 지적했다. “미국 코스트코는 직원 복지가 좋아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손꼽힌다는데, 왜 한국에서만 노동자를 이렇게 대우하는가, 코스트코가 한국 노동자를 노예로 여기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다”고 꼬집었다. 코스트코 코리아의 운영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젠가 또 노동자가 쓰러질지 모른다며 “제대로 된 대책 수립, 유가족과 한국 노동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촉구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이 노동부의 무책임이 코스트코의 방만 경영을 불렀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3시간 근무 시 주어지는 휴식 시간은 겨우 15분, 10분 거리 휴게실에 제대로 된 냉방장치도 시원한 물 한 잔도 없는 코스트코의 대단한 근무 환경”이 노동자를 죽였다고 성토했다. “제도와 근무 환경, 인력 충원까지 코스트코 전반을 바꿔야 다시 사람이 상하지 않는다”며 코스트코 변화를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정규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또 노동부에 대한 요구사항도 전했다. “무책임하고 관리감독하지 않는 정부가 오늘날 조민수 대표같은 안하무인 기업가를 만든다”며 노동부가 당장 코스트코에 대한 관리감독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가 계속되는 청년노동자의 사망과 기업의 무대응을 규탄하고 있다.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는 삼립SPC 청년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한 사건부터 김 씨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청년 노동자 사망을 되짚었다. 홍 대표는 매 사건마다 “자본은 절대 노동자에게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며 코스트코의 대응 역시 다를 바 없다고 성토했다. 또 진보당 역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책임자들이 제값을 받을 때까지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영정과 카트를 대동하고 코스트코 본사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영정과 카트를 대동하고 코스트코 본사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집회를 마친 후 참가자들은 쇼핑카트를 몰고 본사 앞으로 행진해 헌화 의식을 진행했다. 의식을 통해 고인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코스트코가 바뀌는 그날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집회 참가자들이 본사 앞에서 항의 행동을 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영정이 실린 카트에 헌화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본사 앞에서 항의 행동을 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본사 앞에서 항의 행동을 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본사 앞에서 항의 행동을 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본사 앞에서 항의 행동을 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