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13-1 부산 주례여고 영양사 최현경 선생님

‘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한 반에 5~60명 넘는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하교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갈 곳 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상담, 진로 탐색, 치유 등 공부 외의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이 커지면서 교육이나 학교 행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직종이 생겨났다. 학교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우리는 ‘교육공무직’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무언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먹는다고 해서 아무거나 먹고, 배만 채워서는 안 된다. 균형 잡힌 영양소가 담긴 식사를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야 몸에 에너지가 생기고,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다. 몸과 마음이 자라는 성장기에는 더욱 중요하다.

식사를 만드는 건 조리사가 하지만,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하게끔 식단을 짜는 사람은 영양사다. 영양사의 정성 어린 식단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키운다. 급식실 전체를 조율하며, 때로는 직접 조리도 하고, 각종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직종이 영양사다. 직종인터뷰 열세 번째로 최현경 영양사 선생님을 7월 24일 오후 부산 주례여고 영양사실에서 만났다.

 

식단 작성은 기본, 직접 조리도 하고 여러 조사와 점검, 행정업무까지 해내야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부산 사상구 주례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최현경입니다. 올해 51살이고, 대학 졸업 후 1994년부터 산업체, 병원, 위탁급식업체 등 여러 곳에서 일했습니다. 학교에서는 2007년 대체근무로 일을 시작했어요.

 

부산 주례여고 영양사 최현경 선생님
부산 주례여고 영양사 최현경 선생님

 

Q. 영양사는 어떤 업무를 하나요? 단순히 ‘영양관리’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알 수 있게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릴게요.

식단을 짜죠. (영양소) 함량은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계산돼서 제가 직접 계산하진 않아요. 탄수화물이 많다 싶으면 단백질 많은 반찬을 넣는다던가, 칼슘이 부족하니 멸치 반찬을 둔다던가. 구성을 생각하면서 식단을 짜요. 여기에 솥 개수 같은 거도 생각해야죠. 튀김할 때 전을 구우면 (조리하기) 힘드니까 튀김, 볶음, 구이, 무침 등을 적절하게 조합을 맞춰요. 이게 가장 큰 업무죠.

월중에는 위생교육, 안전교육도 해요. 안전교육은 조회 시간에 매일 하는데 ‘뛰지 마시라’, ‘뜨거운 거 잡지 마시라’ 같은 내용이에요. 아침 업무는 8시~8시 반부터 시작해요. 탑차 서너 대가 식자재를 싣고 와요. 검수를 1시간가량 하고, 조회가 끝나면 바로 조리작업에 들어가요. 조리작업을 직접 하거나, 옆에서 도와드리기도 하죠.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시는 신규 조리원분들께는 어떤 방향으로 하라고 말씀드리거나, 같이 조리를 하기도 해요. 영양사라고 조리하는 동안 가만히 앉아있지 않아요. 조리가 끝나면 바로 배식이죠. 배식시간에 배식 지도하고, 끝나면 자리에 들어와서 그날 처리할 서류 정리하고, 다음날 들어올 재료를 정리해요. 사실 오전 조리업무 지원하고 배식 마친 뒤에는 진이 빠져서 멍해요.

정기적으로 시설이나 기구를 점검하는 것도 제 일이에요. 소모품도 관리하고, 식자재 정리, 냉장고 정리, 위생 점검 등 다 해야 해요. 문서로 된 업무는 식단작성, 조리관리, 위생관리, 배식지도, 영양관리 등이지만 부수적으로 해야 하는 업무들이 아주 많죠. 여기는 점심, 저녁을 주는 2식 학교라 12시간 근무해요. 그나마 3시간 사무업무 봐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매일 출력하고, 게시하고, 입력할 것들을 도와주시죠.

 

Q. 지금은 방학인데요. 급식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방학이어도 영양사 업무는 줄지 않아요. 일단 학기 중에는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연수나 교육을 잘 듣지 못하죠. 들어야 하는 법정 연수, 교육이 많은데, 방학에 몰아서 듣죠. 다 듣는 데만 해도 2~3일 걸려요. 요즘은 조리 기구를 살피거나, 바닥, 벽 등이 깨진 곳 위주로 시설을 점검해요. 보수해야 하는 곳을 행정실에 신청하고, 청소 업체를 미리 선정해요. 기구들은 다 뒤집어서 흔들고, 밀어보고, 소쿠리 뜯어진 것들은 다 버리죠. 지금 비가 오는데 장마철에는 곰팡이가 많이 끼거든요. 매일 출근해서 에어컨 켜고, 퇴근할 때 끄고, 창고에도 곰팡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요. 환기가 잘 안 되거든요. 8월 7일이 개학이라 준비해야 해요. 원래 여름방학이 짧긴 한데, 올해는 공사가 있어서 더 짧네요. 학기 중에 하기 어려웠던 레시피나 식단 연구도 이때 하죠. 급식 계획도 세우고요.

 

Q. 날이 덥고 습합니다. 더울 때는 식자재 관리나 식단 등을 어떻게 하시나요? 평상시와 다르게 운영하는 부분이 있나요?

식단 운영을 평상시와 다르게 하죠. 덥고 습할 때는 채소가 많이 물러져서 들어와요. 5월 중순쯤부터는 납품업체 차량 들어올 때부터 온도 체크를 더 엄격하게 해요. 냉동식품이 녹아있는 경우가 많아요. 확인해서 녹아있으면 돌려보내고 다시 받는데, 다시 받은 것도 녹아있으면 못 쓰거든요. (이미 온 식자재를 돌려보내고) 식단을 바꾸죠. 열심히 (식자재 업체를) 찾아보면 가능해요. 예를 들자면 돈가스를 주문했는데, 만졌을 때 손이 물컹 들어가면 녹은 거예요. 그러면 쓸 수 없어요. 돌려보내죠. 그때부터 아는 업체에 재고 있는지 물어보고, 있으면 직거래로 받죠.

채소는 겉은 멀쩡한데 박스를 뒤집어보면 녹아있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전체를 못 써요. 돌려보내고, 그날 구할 수 있는 다른 식자재를 구한다든가, 김 반찬을 준다든가 하죠. 그리고 더운 날에는 생으로 섭취할 수 있는 거는 잘 안 줘요. 심지어 김치도 볶아서 줘요. 식중독 위험이 커지는 만큼 식단을 구성하기 어려워지죠.

급식은 시간 내에 나가야 하니, 식자재가 잘못되면 촉박해요. 그때부턴 전쟁이에요. 그래서 물건을 아침 일찍 받아요. 일이 생기면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니까요. 첫 급식 시작이 11시 반이니까, 11시까지만 물건이 들어오면 어찌어찌 급식을 할 수는 있어요. 밥 먹는 동안, 배식 끝날 때까지 계속 조리를 하는 거죠. 잠깐 기다려달라고도 하고요. 11시 반은 교직원 식사 시간인데, 이해 해주시거든요. 대신 조리 선생님들이 힘들어지죠. 배식도 해야 하니까요.

영양사 자격을 갖추기 위해 학교에서 배운 것은 식단작성, 위생관리, 영양관리, 조리 관련 업무가 전부였겠지만, 부가적으로 해야 하는 다른 업무들이 많다. 이에 더해, 몇 년 사이 학교 급식실은 큰 변화를 겪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학교에 적용되면서 안전을 더 신경 써야 하고, 폐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급식실 종사자들의 건강 문제가 대두됐다. 이 큰 흐름을 영양사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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