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14-1 서울 교육시설관리본부 시설기동보수반 정훈록 선생님

‘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한 반에 5~60명 넘는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하교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갈 곳 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상담, 진로 탐색, 치유 등 공부 외의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이 커지면서 교육이나 학교 행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직종이 생겨났다. 학교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우리는 ‘교육공무직’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서로 연결돼 있다. 나의 노동이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그 누군가의 노동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 영향은 눈에 보이거나 직접적일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거나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학교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직원들이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학생들이 등교해서 수업받고 하교하는 동안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학교 안 나무를 다듬고 정원을 관리하며, 페인트 벗겨진 곳을 칠하고, 옥상에 올라가 방수작업을 한다.

이들의 노동으로 학교 안의 사람들은 쾌적하고 안전하게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학교 시설을 유지보수하면서 학교 안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시설관리직원이다. 교육공무직 직종인터뷰 열네 번째로,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관리본부 시설기동반 정훈록 선생님을 만났다.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저는 정훈록입니다. 나이는 만으로 58세입니다. 정년이 2년 남았죠. 기동반에 온 지는 11년 됐어요. 제가 기계를 전공했어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공장에서 용접도 하고, 설비도 다뤘죠. 개인사업도 했었고, 설비 계통 일을 하면서 철골도 다루고. 그러다가 이곳(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관리본부)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관리본부 시설기동보수반 정훈록 선생님

 

Q. 학교나 여러 기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학교에 있는 시설관리직을 교육공무직으로 뽑으면 좋은데, 서울은 제3섹터(사회적기업)라는 용역회사를 통해서 뽑아요. 그분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죠. 이런 상황이라 고용불안이 있고, 이직도 꽤 있죠. 그래서 나이 드신 고령자 중심으로 돌아가요.

제가 속한 시설기동반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교육청에만 있어요. 팀별로 4~5명 정도로 모여서 협업할 수 있는, 중소규모 공사를 해요. 기술력이 필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학교에 매일 나가서 방수하고, 배관작업도 하죠. 유리문을 자주 쓰면 쾅쾅 닫히는데, 문 밑에 ‘힌지(경첩)’라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를 교체하는 것도 우리 일이죠. 계단이나 창문 난간이 떨어지면 보수하고 용접하고요. 나무가 쓰러질 것 같으면 아예 제거하기도 하고요. ‘논슬립(미끄럼 방지)’이라고, 계단에 미끄러지지 말라고 하는 거 있죠. 그 설치도 우리가 해요. 벽체에 콘크리트가 떨어지려고 하면 제거하죠. ‘스카이(고소작업차)’라는 게 있는데, 타고 높은 곳에 가서 제거해요. 비 오면 물이 내려오는 물홈통도 오래돼서 새거나 떨어지면 새로 교체하죠. 바닥에 있는 보도블록을 오래 쓰면 꺼져있거나 튀어나오면 다치는데, 부분적으로 보수하는 거도 우리 역할이죠. 강당 천장에 위험하게 문제가 있다면 높이 올라가는 ‘비계틀’을 이용해서 보수하고. 그런 일을 많이 하죠.

통틀어서 ‘보수’라고 하기엔 크고, 공사라 하기엔 약간 작은 일들을 주로 해요. 금액으로 따지면 300만 원 이하 정도의 일이죠. 명확한 기준은 아니지만요. 그 이상은 업체 통해서 하죠.

 

정훈록 선생님이 속한 시설기동보수반은 서울시교육청에만 유일하게 있다. 서울을 포함해 대다수 시설관리직원은 학교마다 배치돼 있다. 이들은 주로 형광등부터 망가진 책상, 여러 교실 물건, 난간 등을 보수하거나 시멘트나 몰탈로 미장을 하는 등 학교 안의 크고 작은 시설을 손본다. 또한 나무 전지(다듬기) 작업을 하고 잡초나 낙엽을 제거한다.

그러나 ‘시설’이라는 단어의 범위가 넓고 모호하기 때문에, 학교마다 업무가 천차만별이거나 사적 지시로 보이는 업무지시를 받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서 텃밭상자가 유행할 때는 이들이 텃밭상자를 관리해야 하거나, 관리자의 화분이나 새의 모이를 주는 접시를 이들이 담당하는 사례도 있다. ‘시설관리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부인이나 손님 출입 관리 및 응대, 주차 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Q.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자주 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시설기동반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게 옥상 방수죠. 봄철 지나고, 비가 안 올 때 많이 해요. 5월 지나고 주 3일은 옥상 방수를 해요. 그다음이 강화유리문 경첩 교체, 논슬립 설치 순인 것 같아요.

 

Q. 일하다 보면 덥고 추울 때 밖에서 일하거나, 때로는 위험한 상황에서 업무를 해야 한다거나,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관련 사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노동조합 생기기 전에는 무기계약직이 아니었어요. 그때는 위험한 일이 많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많이 다쳤어요. 지금은 (노조를 만들어서) 안전감독을 하고, 우리 힘이 세졌으니까 사측도 안전하게 일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혹시나 다치면 큰일이니까요. 우리 스스로도 안전을 확보하고 일하려고 해요.

위험한 일 중 하나는 고소작업차 작업이죠. 옥상 작업을 하다 보면, 난간이 부실한 곳도 있거든요. 작업차를 댄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작업차 없이 일할 때가 아주 간혹 있어요. 이런 곳도 작업차를 대서 작업하자고 하고 있죠.

또, 우레탄 작업도 힘들죠. 우레탄 성분 자체가 벤젠, 시너 같은 유기용제가 많이 들어가요. 물질안전보건자료(산업안전보건법 제104조의 유해인자 기준에 해당하는 화학물질에 대한 설명과 취급 방법 등을 써놓은 자료)에 들어가는 물질들이 많아요. 휘발도 많이 되고, 냄새가 심해요. 그래서 우레탄 작업을 많이 하면 혀가 살짝 마비돼요. 그게 암을 유발하기도 하고요. 몸에 정말 안 좋죠. 또, 하는 날이 보통 덥고 건조한 날이라 힘들죠.

예전에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무리해서 안 해요. 바람부는 실외에서 했는데도 혀가 마비될 정도로 (우레탄 작업을) 많이 했어요. 냄새를 맡으니 몸에 안 좋은 게 축적되고, 특수건강진단(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를 하는 사람은 일반건강진단 외에도 특수건강진단을 받는다)을 그때부터 시작했죠. (특수건강진단은) 1년에 한 번씩 해요. 노동강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방수작업 하면서 냄새 맡는 게 힘들긴 해요. 거기다 날도 더우니 더 힘들죠.

 

Q.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하면서 안전할 권리를 찾으신 것 같습니다. 일하실 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 업무상으로든, 업무 외적으로든 모두 좋습니다.

여름철에는 10~20분만 일해도 땀으로 옷이 다 젖어요. 더운 곳에서 작업하거나, 한창 추울 때 밖에서 나무 제거 작업을 하면 힘들죠. 노동강도는 많이 낮아져서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요. 고소작업차를 타고 작업할 때도 힘든데, 작업차나 공중에서 있는 시간이 너덧 시간 되죠. 안전 장구를 다 갖췄다고 하지만, 사람이 긴장할 수밖에 없어요. 몸에 힘이 들어가고 움직일 때마다 신경 쓰니까요. 나무 자를 때는 특히 더 그래요. 엔진톱까지 쓰니까요.

업무 외적으로는 힘든 점을 말씀드리면 무기계약직이 됐지만, 임금이 낮아졌어요. 무기계약직이 되기 전에는 특별노임단가라는 것을 받았는데요. 고용이 안정되는 대신 임금이 저하됐죠. 임금유형 1유형으로 편입되면서요(기자 주 : 2023년 9월 1일 기준 노임단가는 특별인부 208,527원, 보통인부 161,858원이다. 그에 비해 교육공무직 임금유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기본급 2,118,000원을 받는 1유형과 1,918,000원을 받는 2유형으로 나뉘어 있다.). 출장비 개념으로 하루 1만 원씩 해서 총 20만 원을 더 받는데, 이걸 보태도 특별노임단가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죠. 이렇게 임금이 부족해서 사기나, 일에 대한 의욕이나 자존감이나 많이 떨어진 분들도 있어요.

 

서울의 시설기동보수반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매년 신규채용 절차를 밟으면서 고용불안을 겪어야 했다. 지금은 고용이 안정됐지만, 같은 서울에서도 용역회사 소속으로서 고용불안을 겪고 있거나, 전국적으로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된 시설관리직원이 많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데, 이들이 불안정한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정훈록 선생님도 고용이 불안한 상태로 시설관리직을 채용하는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며, 노동조합이 있고 고용이 안정됐기에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투쟁하기 전과 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다음 편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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