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를 만나다 12-1 무주 무주초 교무실무사 임미숙 선생님

‘학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의자에 앉아 선생님이 있는 칠판을 바라보며 공부하는 이미지를 떠올렸으리라 생각한다.

학교가 바뀌고 있다. 한 반에 5~60명 넘는 학생이 빽빽하게 앉아 공부하고, 학교 종이 울리면 하교하던 시절은 옛말이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 갈 곳 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아닌 또 다른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턴가 학교에서 밥을 주기 시작했고, 상담, 진로 탐색, 치유 등 공부 외의 많은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이 커지면서 교육이나 학교 행정을 지원하는 수많은 직종이 생겨났다. 학교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지만, 교원도, 공무원도 아닌 사람을 우리는 ‘교육공무직’이라고 부른다.

학교가 교과 수업 외의 여러 교육복지 관련 사업을 하고, 유관 업무가 늘어나면서 ‘교원업무경감’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교원은 학생을 가르쳐야 하니 수업을 연구해야 한다. 담임이라면 학급 학생과 학부모와도 소통하거나 생활기록부를 작성해야 하며, 그 외의 다른 업무를 하면 그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시간은 한정돼 있으니 업무량을 줄이고, 지원 인력을 배치하라는 요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전자는 불필요한 행사나 업무를 없애고 ‘공문 없는 날’을 운영하는 등의 형태로, 후자는 교무실무사 등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인력을 배치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처럼 학생들의 수업에 관련된 사무, 즉 교무(敎務)를 담당하면서 교원의 업무를 덜어 주고 학교가 원활히 돌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교육공무직이 교무실무사다. 교육공무직 직종인터뷰 열두 번째로 전북 무주 무주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임미숙 선생님을 전화 통화로 만났다.

 

임미숙 선생님이 업무하는 모습
임미숙 선생님이 업무하는 모습

 

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무주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미숙입니다. 올해 47살이고, 교무실무사로는 21년 차입니다. 2000년에 ‘전산보조’라는 직종이 학교에 있었는데, (전산보조로) 무주중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정원 문제로 학교를 옮겨서 전산보조로 있다가 ‘교무보조’로 바뀌었죠. 2003년에 교무보조를 학교마다 1명씩 둔 거로 아는데, ‘교무실무사’로 바뀐 게 2013년이에요. 보조라는 말이 어감이 좋지 않잖아요. 그래서 명칭이 바뀌었죠. 이곳 무주초등학교에는 2021년에 전보 왔어요.

 

Q. 어떤 업무를 하세요? ‘교무실’의 의미를 알려주세요.

교무실무사는 교무실의 전반적인 일을 담당해요. 교무실이라는 곳이 선생님들이 업무를 보는 공간이면서, 아이들이 올 수도 있는 곳이에요. 선생님들이 업무를 하는데 도움을 드리고, 아이들이 오면 아이들이 학교 다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공문을 접수하는 일이죠. 그리고 학교로 오는 우편물을 관리하고, 학교 일지 관리, 물품 관리하고 준비하고, 여러 문서를 작성하죠. 가정통신문 같은 거요. 문서를 작성했으면 게시하고, 소모품도 관리하는 등 교무실 전반의 살림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학생들과 관련된 일은 학적을 관리하고, 체험학습 같은 행사를 기안하고, 학생들이 상 받은 거를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등록하죠. 품의도 하고요.

공문 접수는 행정실에 공문이 오면 행정실에서 접수하기도 하지만, 학교마다 달라요. 우리 학교는 공문이 오면 제가 접수해서 담당자를 지정해서 주죠. 초등학교는 대부분 교무실무사가 공문 접수를 하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여기는 초등학교라 교무실에 교감 선생님과 저만 근무해요. 중고등학교는 교무실에 교사들까지 다 같이 근무하죠.

 

교무실에서 교무실무사가 하는 일을 조금 더 소개하자면, ‘학적계’가 있다. 학생들의 전학, 전출입 등 학적 관련 업무다. 예를 들자면 학생이 외국 주재원으로 나가는 부모를 따라 외국에 나가거나 이민 가게 될 때 해당 학생의 교육을 유예 또는 면제하는 등의 일이다. ‘수업계’는 기본적으로 짜여진 시간표를 두고 교사에게 급작스럽게 연수나 병가가 생길 때 다른 교사와 수업을 교환하는 등 학생들이 들어야 하는 수업시수를 맞추는 작업이다.

방과후 업무도 교무실무사의 업무다. 방과후 수업을 하면 외부 강사가 학교로 와서 수업하는데, 이를 학부모들에게 알리고, 신청받고, 강사의 출결을 관리하고, 강사료를 지급하는 등 회계를 처리한다. ‘교육급여’ 또는 ‘교육지원’은 저소득층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교무실무사가 대상자를 확인하고, 그 학생에게 선정됐다는 것을 안내한다.

 

Q. 업무 중 가장 어렵고 힘든 게 무엇인가요?

업무가 힘들다기보다는 인간관계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관리자와의 관계가 어려웠죠.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예전에는 교장 선생님들이 권위적이었어요. 학교장과 근로계약을 맺었기 때문에(기자 주 : 현재 교육공무직은 무기계약직에 교육감 소속이지만, 2010년대 초반까지는 학교장과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었다) 자기들이 왕인 줄 알고 이래라저래라 지시했거든요.

그리고 공문을 접수하고 분배하는데 ‘일을 누가, 어디서 해야 하느냐’를 가지고 업무가 ‘핑퐁’ 되는데 중간에서 난감하죠. 또, 새로운 학교로 전보 갈 때마다 업무가 많이 바뀌어요. 학교마다 업무분장이 많이 달라서요. 교무실무사는 5년에 한 번씩 전보하는데, 가서 또 새로운 거 하라고 하면 어깨너머로 배워야 해요. 이럴 때 ‘우리는 고유업무가 없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또, 중고등학교 같은 곳은 선생님들 여럿이서 한 공간에 북적북적 근무하잖아요. 아무래도 국가공무원이기도 하고, 그에 비하면 교무실무사는 혼자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서 소외감이 들 수도 있죠. 저는 ‘다 같은 학교에서 일한다’, ‘내 직업은 원래 이거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니 소외감을 느끼진 않아요. 자존감이 강해서 그럴까요?(웃음)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담임 교사 따로, 각 과목 교사가 따로 있어서 교무실에 교사들이 모두 모여 있다. 초등학교는 담임 교사가 교실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대부분 과목을 가르치니, 교무실에 교사들의 자리가 있을 이유가 없었다. 무주초 역시 교무실에 각 교사의 자리는 없고, 회의 테이블만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담임 교사 따로, 각 과목 교사가 따로 있어서 교무실에 교사들이 모두 모여 있다. 초등학교는 담임 교사가 교실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대부분 과목을 가르치니, 교무실에 교사들의 자리가 있을 이유가 없었다. 무주초 역시 교무실에 각 교사의 자리는 없고, 회의 테이블만 있다.

 

Q. 업무분장 등으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업무분장이 잘 이뤄지고 있나요? 민주적으로,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새 학교로 전보 갔는데 업무를 몽땅 받았다는 이야기를 다른 실무사 선생님에게 종종 들어요. 이도 저도 아닌 잡무를 모두 교무실무사에게 주죠. 예를 들자면 홈페이지에 정보부장이 게시물을 올려야 하는 데 교무실무사가 올린다던가, 담당 선생님이 복사하는데 자기가 하면 되잖아요. 복사할 거를 몽땅 가져와서는 ‘그동안 교무실무사가 복사해서 나눠줬다’는 식으로요. 사소한 것들이지만 하다 보면 내 일이 되는 거죠. 별거 아닌 거를 본인들이 하면 되는데 전가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우리 학교는 혁신학교라 그런지 민주적으로 업무분장이 잘 이뤄지지만,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전반적으로는 업무분장이 민주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요. ‘잡일이나 허드렛일은 모두 교무실무사가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업무분장으로 인한 학교 구성원 간의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다. 업무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누군가의 업무를 줄이면 그 업무는 다른 사람에게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본인이 가장 많이 일한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허드렛일, 잡일이라 부르는 일은 대부분 조직에서는 가장 아래로 향한다. 학교에서는 교육공무직이 그러한 일을 해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단이나 교장실의 화분에 물을 주고, 교장 선생님의 손님이 오면 차나 커피를 대접하고, 학교에 들어온 선물을 나누는 역할은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교무실무사가 했다. 노동조합이 생기고 ‘고유업무를 보장하며, 사적 지시를 하지 않는다’라는 단체협약 조항을 만들어 놓은 덕에 요즘은 많이 줄었지만, 업무분장이 모두 끝난 3월에 새 학교로 전보 갔을 때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혹은 하기 귀찮아하는 일을 새로 온 교무실무사에게 넘기는 경우가 있다.

업무분장뿐 아니라 업무량과 부족한 인원을 지적하는 교무실무사도 있다.

“교무실무사가 없었던 시절에는 선생님들이 행정업무를 서로 나눠서 했어요. 교무실무사가 채용되면서 (교사가 하던) 행정업무를 실무사가 다 해주길 원하죠. 소규모 학교라면 적은 수의 선생님들의 업무를 실무사가 모두 하는 게 가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학급 수가 4~50개 된다면요. 선생님 4~50명이 하던 업무를 많아야 교무실무사 2명이 나눠서 해야 하는데요. 다 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도 교무실무사는 행정업무를 줄이기 위해 채용했으니 그 업무를 다 하는 것을 원하죠. 선생님들이 아이들 수업에만 전념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많아야 2명의 교무실무사가 4~50명이 하던 행정업무를 다 하는 건 역부족이죠. 인력 충원이 많이 필요해요. 선생님들이 원하는 행정업무를 모두 하려면 한두 명 더 채용하는 정도로는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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