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동 조건 해결 요구했지만, 입점 업체 권한 밖
실질적 지시·관리는 백화점·면세점에서 결정
백화점·면세점은 사용자 아니라며 발뺌

백화점·면세점 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오랜 기간 겪고 있는 문제들이 있다. 노동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연장 영업, 명절이나 주말 할 것 없이 계속되는 영업으로 인한 휴식권 문제, 매장 내 화장실과 엘리베이터와 같은 시설물 이용을 고객용과 분리하여 이용을 제한시키는 등 기본적인 인권에 직결되는 문제들이다.

그래서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하 백화점면세점노조)는 지난 3월부터 2023년 임단협 교섭을 개시해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며 협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입점 업체들은 권한이 없고 백화점·면세점이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가진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유의미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백화점면세점노조는 전한다. 문제는 노동조합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백화점·면세점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여태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백화점면세점노조는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 신라면세점, JDC면세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백화점면세점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원청 7개사의 교섭거부에 대한 진정사건을 접수했다. 
▲ 백화점면세점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원청 7개사의 교섭거부에 대한 진정사건을 접수했다. 

기자회견의 기조 발언을 맡은 김소연 백화점면세점노조 위원장은 “근무시간부터 휴일까지 심지어 매장 내 시설 이용에 대한 부분 모두 원청인 백화점·면세점이 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백화점·면세점 산별 노동조합의 교섭권은 모두 입점업체에만 쏠려 어떤 노동조건 관련 개선은 만들지 못했다. 실질적인 백화점·면세점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원청과의 교섭이 필요하다. 백화점과 면세점은 더 이상 법적 사용자 운운하며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소연 백화점면세점노조 위원장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 김소연 백화점면세점노조 위원장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김주연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법원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를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직접 상대방에게 한정하지 않고 있다. 백화점면세점노조 조합원의 노무 제공 관계 실질에 비추어 본다면 백화점, 면세점 회사는 적어도 자신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특히 이번 교섭 요구안에 대해서만큼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백화점, 면세점 회사는 사용자로서 교섭에 응해야 함에도 오랫동안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김주연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가 사건 접수에 대한 근거를 해설했다. 
▲ 김주연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가 사건 접수에 대한 근거를 해설했다. 

백화점·면세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투쟁을 연대하기 위해 참석한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입점업체 노동자들, 간접고용 노동자들, 특수고용 노동자들 모두가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요구와 흐름이다. 정규직에 비해서 열악한 임금과 근로 조건을 만드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해결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이들에게 교섭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백화점과 면세점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온당한 법적 심판을 내려야 한다.”라며 노동위원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행정 법원의 판결을 받은 전국택배노동조합에서 유성욱 CJ대한통운 본부장이 참석하여 힘을 보태기도 했다. 유성욱 본부장은 “어렵게 받은 노조 필증이 무색하게 원청은 여전히 자신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교섭을 회피하고 바지 사장인 대리점들과 아무런 의미도 없는 교섭을 해야만 한다. 우리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얻은 이익 대부분을 누린 자가 사장이 아니면 그 누가 사장이란 말인가? CJ대한통운은 행정소송에서조차 택배 노동자의 진짜 사장임이 드러났음에도 여전히 교섭을 회피하며 자신이 진짜 사장임을 숨기려 하고 있다.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노조법 2조, 3조 개정을 통해 더 이상 진짜 사장이 숨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며 법제도 개선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 유성욱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토운본부장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욱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토운본부장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성원 백화점면세점노동조합 사무처장이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면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95%는 협력업체라고 불리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그들의 근무 시간은 면세점에 의해 결정되고, 휴무도 면세점에 의해 결정된다. 휴게실, 탈의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화장실 등의 사용 또한 원청인 면세점의 지침을 따른다. 이렇게 면세점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있음에도 노동조합은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어떠한 교섭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라며 면세점 업종의 현실을 비판했다. 

▲ 김성원 백화점면세점노조 사무처장이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 김성원 백화점면세점노조 사무처장이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백화점면세점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사건을 접수했다. 아울러 부당노동행위 진정 접수를 통해 백화점·면세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권리, 교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것이라 전하며 투쟁을 지속할 것임을 예고했다. 

▲ 기자회견 후 백화점·면세점의 교섭 거부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 기자회견 후 백화점·면세점의 교섭 거부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화점면세점노동조합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
 ▲ 기자회견에 참석한 백화점면세점노동조합 조합원이 피켓을 들고 있다.
▲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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