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익 열사 20주기 추모 기자회견
'승리까지 투쟁 계속' 유언 되새긴다

김주익 열사 20주기 노조법 2·3조 개정 기자회견 17일 오전 9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사진=송승현
김주익 열사 20주기 노조법 2·3조 개정 기자회견 17일 오전 9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사진=송승현

“아이들에게 힐리스인지 뭔지를 집에 가면 사주겠다고 크레인에 올라온 지 며칠 안 되어서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조차도 지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20년 전 오늘, 10월 17일은 김주익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이 유언을 남기고 한진중공업의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이다. 살아있었으면 올해로 정년을 맞았을 김주익 열사는 강제퇴직에 맞선 투쟁으로 생긴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협박에 시달리다 고공농성 중 결국 자결했다. 2003년 1월 배달호 열사, 10월 김주익 열사와 곽재규 열사······사측의 손배가압류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게 된 아픈 한 해로 기억된다.

’손배가압류는 노동자 살인의 역할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자본의 바람대로 용춤 췄다’, ‘노동자를 향한 손배가압류는 노란봉투에 담긴 월급부터 건드렸고, 살고 있던 집을 가압류해 가정을 흔들었다. 그리고 결국 목숨까지 빼앗는 일들이 되풀이됐다’는 금속노조 성명의 표현처럼, 김주익 열사의 죽음으로부터 20년이 흐르는 동안 기업들이 천문학적 손해배상과 가압류 협박을 통해 노동자의 정당한 단체행동을 찍어누르는 행위는 하나의 ‘노조파괴 레파토리’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고 노동조합을 파괴해왔던 비참한 역사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 본회의 통과 문턱까지 올라왔다.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김주익열사 20주기를 추모 기자회견을 17일 오전 9시 20분 열었다. 이들은 노동자의 작업화를 손에 쥔 채 “열사의 외침을 되새긴다, 이제는 손해배상의 고통과 원청의 횡포를 멈춰야 한다”며 노조법 개정을 촉구했다.

김주익 열사 20주기 노조법 2·3조 개정 기자회견 17일 오전 9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사진=송승현
김주익 열사 20주기 노조법 2·3조 개정 기자회견 17일 오전 9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사진=송승현
김주익 열사 20주기 노조법 2·3조 개정 기자회견 17일 오전 9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사진=송승현
김주익 열사 20주기 노조법 2·3조 개정 기자회견 17일 오전 9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사진=송승현

박래군(손잡고 상임대표)는 김주익 열사를 떠올리며 “집과 월급을 압류당해서 마지막 월급 실수령액이 겨우 13만 5080원, 자녀들에게 약속했던 할리스 운동화 한 켤레도 살 수 없었던 돈만 겨우 받았다”고 한 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아갔던 살인무기를 치우자는 요구가 이렇게 묵살되어 왔다. 파업은 불법으로 규정되기 일쑤고, 마지막 수단으로 파업에 나선 노조원들에게 가해지는 천문학적 손배가압류는 살인무기나 다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주익 열사의 입사 동료이기도 한 박성호 당시 한진중공업 조합원은 “더 이상 김주익 동지같은 노동자를 만들어선 안된다다”며 “국회의원들은 더 잘 알고 있지 않나, 7억 4천만 원을 노동자들이 갚을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실효성이 없이 돈으로 협박 받으며 선택을 강요받게 두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업무를 반 하는 행위입니다. 법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노조법 2·3조는 개정돼야 한다”고 했다.

CJ대한통운 손해배상 피해자인 유성욱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본부장은 “지난 21년 노예계약서와 다름없는 부속합의서 철회와 사회적합의 이행을 요구 총파업에 돌입한 택배노조에게 돌아온 것은 사측의 20억 원의 손배 소장이었다”며 “우리 택배노동자들이 무슨 그리 대단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더 이상 노예처럼 살지 않게 해 달라고 교섭 요청을 한 게 삶을 풍비박산 낼만큼 잘못이었나”라고 말했다.

운동본부는 국회의 조속한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는 가진 자들의 횡포를 언제까지 묵인 방조할 것인가.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직도 많은 김주익들이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고 했다.

더해 “지난 20년 동안 노동자와 시민들은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문제를 제기하고 이제는 바꾸자고 호소했다”고 한 뒤 “국회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배달호열사와 김주익열사가 목숨을 끊었던 2003년에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과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가 죽음을 택했던 2012년에도, 국회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말만 했을 뿐 제대로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고 복기했다.

김주익 열사 20주기 노조법 2·3조 개정 기자회견 17일 오전 9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이용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민변 노동위원회)가 故정은임 아나운서가 MBC의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오프닝 멘트를 재생중이다. 당시 정은임 아나운서는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 겠다구요” 라고 오프닝했다. 사진=송승현
김주익 열사 20주기 노조법 2·3조 개정 기자회견 17일 오전 9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이용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민변 노동위원회)가 故정은임 아나운서가 MBC의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오프닝 멘트를 재생중이다. 당시 정은임 아나운서는 “새벽 세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00여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외롭다는 말을 아껴야 겠다구요” 라고 오프닝했다. 사진=송승현
김주익 열사 20주기 노조법 2·3조 개정 기자회견 17일 오전 9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사진=송승현
김주익 열사 20주기 노조법 2·3조 개정 기자회견 17일 오전 9시 20분 국회 소통관에서 열렸다. 사진=송승현

이어 “안타깝게도 이번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손해배상을 온전히 막지는 못하고, 손해배상을 노조탄압 수단으로 활용하는 부진정연대책임만을 막을 뿐이다. 다만 쟁의행위의 범위가 넓어지고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위 ‘불법파업’의 범위를 그만큼 좁혔을 뿐”이라고 개정안의 한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여기에서부터 다시 싸워나가고자 한다. ‘승리할 때까지 이번 투쟁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유서를 남겼던 김주익 열사의 뜻을 이어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고 반드시 손해배상을 없앨 것이다. 국회는 부디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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