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낮은 임금·고물가 못버텨 '제주 탈출' 러시
제주 떠난 카지노 노동자 300~400명으로 추산
"노동자 근무환경, 산업발전 위해 제주도가 나서야"

9일 제주 카지노 3사 노조(관광레저산업노조 드림타워카지노지부‧LEK지부, 공공운수노조 썬호텔&카지노지회)가 카지노 산업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개최했다.
9일 제주 카지노 3사 노조(관광레저산업노조 드림타워카지노지부‧LEK지부, 공공운수노조 썬호텔&카지노지회)가 카지노 산업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개최했다.

제주 대표 산업인 카지노 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만성화된 저임금‧장시간 노동과 고물가로 인한 생활고가 여전한 가운데, 인천에 새로 문을 열 예정인 초대형 리조트가 더 나은 노동조건을 제시하면서 노동자들이 제주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카지노 3사 노조(관광레저산업노조 드림타워카지노지부‧신화월드LEK지부, 공공운수노조 썬호텔&카지노지회)는 9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지노 산업 정상화와 노동자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또한 ‘제주카지노 3사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카지노 공대위) 결성을 공식화하고, 카지노 노동자 보호와 제주도 카지노 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임정현 드림타워카지노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박한솔
임정현 드림타워카지노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박한솔

카지노 3사 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 카지노 산업은 이대로 가면 전부 망한다는 절박한 판단에 이르렀다”며 “지금 카지노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제주를 떠날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지노 3사 노조가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제주를 떠난 카지노 노동자는 300~400명이다. 동종업계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버티지 못하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육지로 발걸음을 옮긴 이들이다.

이들이 향한 곳은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열 예정인 ‘인스파이어 리조트’다. 업계 연봉 두 배를 제시하며 공격적인 채용에 나선 인스파이어 리조트는 무려 3,500명의 신규 채용을 진행하면서 노동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김강석 신화월드LEK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김강석 신화월드LEK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3사 노조는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신규 개장을 앞두고 제주도 카지노 노동자들에게 파격적인 임금을 제시하여 많은 노동자들이 떠났다. ‘인스파이어 블랙홀’이라는 말까지 나왔다”며 “우리 노조는 저임금 해소와 생활임금 보장을 위해 수년간 노력했으나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온 카지노 사측의 저임금 강요와 노조탄압으로 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시에 위치한 모 카지노가 말한 ‘업계 최고 대우 보장’이라는 말만 믿고 제주로 입도한 육지 출신의 수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몇 년 지나지 않아 짐을 싸서 떠났다”면서 “카지노 산업을 지탱해 왔던 청년 노동자들의 목표는 ‘제주 탈출’이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3사 노조는 또한 카지노 산업 정상화를 위해 제주도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제주도정이 카지노를 관리 감독하는 전담부서를 폐지하여 규제는 사라지고 돈벌이만 판치게 되었다”면서 “노동자들의 안정된 근무환경,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을 이끌어야 할 기관을 축소‧폐지한 것이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카지노 산업 정상화를 위해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에 카지노 공대위와 11월 중 긴급협의회 개최 및 종합대책수립을 요구하는 한편, 카지노 3사를 향해서는 노사공동협의회 개최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이창주 썬호텔&카지노지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창주 썬호텔&카지노지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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