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5주기 추모전시회 ‘유감’ regret

김용균 5주기 추모전시회 ‘유감’ regret
김용균 5주기 추모전시회 ‘유감’ regret

김용균과 김용균들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투쟁이 시작된 지 5년이 됐다. ‘김용균을 기억하는 다섯 번째 겨울’ 특별전시는 지난 11월 24일부터 시작했다. 전시회라고 하면 번듯하고 깔끔한 공간을 떠올리겠지만 우리의 전시는 문래동 작은 공장들에서 쇠를 깎는 냄새와 소리가 울리는 골목 안쪽에 위치한 ‘이포’라는 대안예술공간에서 이뤄진다. 노동이 눈으로 보이고 소리로 들리고 냄새로 느껴지는 공간에서 노동을 빼앗긴 이들을 떠올리고, 노동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의 책임을 다루는 재판에서 회사 측은 “왜 거기를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며 자신들도 알고 싶다고 했다. 빼앗은 자들은 사과하지 않는다. 산재 책임자들은 모두 “유감”이라고 퉁친다. 잘못했다, 반성한다, 뉘우친다는 말 대신에 진심이 빠진 ‘못마땅하고 섭섭한 느낌’을 사과라는 형태로 내놓는다. 그리고 재판에 가면 죽음은 유감이지만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한다. 그들에게 ‘유감’이라고 말해야 할 사람은 우리다.

김용균 5주기 특별전시에서는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투쟁과 그가 남긴 물품, 여러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작업도구와 작업복에 담긴 안전과 생명에 대한 사진과 물품, 산재사고 이후 언론이나 재판 등을 통해 나온 사업주들의 못된 목소리를 볼 수 있다. 영상으로는 석탄화력발전소 현장모습, 떨어짐-부딪힘-근골격계-폐암 등 노동자들의 증언, 기후위기의 발전소 노동자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시장 1층 입구에 들어서면 달려오는 전철이 멀리서 보이고, “작업자가 부주의해서 죽은 거다” 따위의 사업주들 말이 계단을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우리를 누른다. 그리고 2층에 당도하여 공간 안으로 들어가면 김용균 노동자의 물품이 있다.

컵라면, 비타민, 건조한 피부를 위한 로션, 작업복, 석탄재를 씻어낼 도구들, 연필과 지우개, 숟가락과 젓가락, 자격증, 마지막까지 끼고 있다가 함께 산산조각이 난 손목시계, 작업 중 핸드폰 후레쉬를 밝히게 만든 고장 난 후레쉬, 마지막 작업장을 열고 들어간 열쇠. 그리고 절대반지.

김용균이 그토록 기다렸던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절대반지’는 마석모란공원에 함께 안치되었고, 전시장에는 김용균이 직접 만들어 가지고 다니던 ‘절대반지’가 걸려 있다. 가볍고 가벼운 노동자의 목숨처럼 가벼운 프라스틱과 종이로 만든 절대반지.

그렇게 가벼운 목숨으로 취급되는 노동자들의 산재사고사망 소식이 전시장 한 면을 가득 채우고, 김용균 투쟁의 기록과 2018년 12월 10일 이후 산재사망사고의 일부가 기록되어 있고, 관람자들이 기억하는 죽음과 사건을 기록하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사진과 물품으로 여러 노동자들의 노동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의료노동자의 크록스, 화려하고 따스한 호텔에서 추운 노동자, 석탄재 속에서 일하는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의 목숨벨트, 사진도 찍지 못한 채 욕과 약이 혼재된 공간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 고온다습한 급식실에서 보호기능을 하기엔 취약한 도구들, 잘 떨어지지 않는 운동화가 필요한 택배노동자, 자존감과 안전을 지켜주는 작업복이 필요한 제빵 노동자들, 작업자가 아니라 고객을 위한 작업복으로 힘든 항공 노동자, 뜨거운 불길만큼 무거운 작업복에 진땀 흘리는 산불진화 노동자, 한 손엔 주문서를 한 손엔 카트를 밀다가 다치는 피킹 노동자들, 사무판매 노동자들의 허리-손목-손가락-눈-목, 신축성 없는 작업복으로 힘든 조선소 노동자들, 기본 보호장구가 몸에 맞지 않은데 대책도 없는 건설 노동자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판결 이후 비정규직 작업복을 구별하기 시작한 자동차회사의 노동자들….

노동자들의 모습과 일터의 현실을 보고, 죽음의 시간을 거쳐 “재수없게 여기서 죽었어”라는 자본의 짜증나는 말들을 거쳐 한 층 한층 올라가다보면, “얼마를 원하냐”며 목숨값을 흥정하는 대상으로 만들려는 기업의 작태를 뚫고… 그럼에도 노동을 지속하며 우리가 만든 세상을, 탁 틘 하늘을 보게 된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 5년. 유감으로 사과를 대신하는 기업들과 유감조차 표하지 않는 회사들이 여전히 많다. 2018년 12월 10일의 밤, 김용균 노동자가 마지막 숨을 쉬었던 그 날. 하루 7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한다는 통계로만 봐도 그날에 목숨을 잃은 이들이 더 있었을 것이다.

김용균과 그들이 세상에 살았음을, 노동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이 있었음을,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는 기업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한 특별전시회에 많은 이들이 자신의 기억과 기록을 얹어주길 바란다.

※ 전시기간 : 12월 3일(일)까지. 평일은 11시~20시, 일요일(12/03)은 11시~17시
※ 전시공간 : 대안예술공간 이포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126길 9, 2층)

김용균 5주기 추모전시회 ‘유감’ regret
김용균 5주기 추모전시회 ‘유감’ regret
김용균 5주기 추모전시회 ‘유감’ regret
김용균 5주기 추모전시회 ‘유감’ regret
전시 기획자 권미정 (사)김용균재단 상임이사. 사진=백승호
이번 전시 기획을 총괄한 권미정 (사)김용균재단 상임이사. 사진=백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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