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24년 학교문화예술교육 예산 반토막, 교육도 예술강사도 존립 위기
보편적 문화 복지 실현하겠다더니... 언행일치 안 되는 윤석열 정권 행정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킬 예산 복원, 국회가 나서야

기획재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학교문화예술교육 예산이 반토막 났다. 이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이하 학비노조) 예술강사분과가 국회 앞에서 예산 복원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 예산 복원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학교 문화예술교육 예산 복원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이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학교문화예술교육은 대표적인 우리나라 아동,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정책이다. 학교의 수업 신청시수에 비해 실제 수업이 진행되는 선정시수가 57.3%밖에 되지 않아 예산 증액이 과제인 사업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22년 국정과제 발표 때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실현’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4년 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이 도리어 삭감됐다. 기재부는 24년 학교문화예술교육지원 예산을 53%삭감해 287억 편성했다. (2023년 예산 605억 대비 318억 삭감) 이 예산안이 현실화될 경우 전국 5021명의 예술강사들은 24년부터 월 임금은 60만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 전액이 삭감돼 운영이 불가능한 ‘예술꽃씨앗학교’ 사업도 있다.

문화제에 참가한 조합원이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문화제에 참가한 조합원이 구호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이에 학비노조 예술강사분과는 국회 예산심의에서 예술강사지원사업 예산 복원하도록 촉구하고 나섰다. 29일 오후 5시 ‘아이들의 꿈과 예술강사의 삶을 지키는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며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지키기 위한 예산 복원을 요청했다.

유정민 학비노조 사무처장이 촛불문화제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유정민 학비노조 사무처장이 촛불문화제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기재부가 학교문화예술교육 예산을 줄이고 삭감된 예산은 지방교육청에게 떠안으라는 건 학교문화예술교육 포기 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유정민 학비노조 사무처장은 문화제를 시작하며 정부의 예산 삭감을 강하게 규탄했다. “학교예술교육 시작 20년, 예술강사에게 요구하는 자격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비해 강사 처우는 너무나 열악하다”는 것이다. 유 사무처장은 특히 예술강사들의 초단시간 노동을 문제 삼았다. 현재 예술강사들은 주 최대 15시간으로 수업 시간이 제한돼 있어 4대 보험을 온전히 적용받지 못한다. 초단시간 노동으로 인해 예술강사들의 월평균 임금 100만원(21년 기준)으로 이미 생계유지가 어려운 수준이다.

유 사무처장은 “지지율 높이려고 부자감세하더니 세수가 줄자 학교 문화예술교육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정부와 여당이 교육예산 삭감 아닌 증액을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 부부가 해외에 나가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홍보한다면서 정작 K문화예술교육은 죽이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 정책 추진을 비판했다. 최근 부산엑스포 유치를 내세우며 해외순방에 집중한 윤석열 정권이 국내 교육 예산은 삭감한 것은 “벼룩에 간을 빼먹는 행위, 사기꾼 같은 행동”이라고 혹평했다. 또 “연말이 되자 국회의원들이 잘못된 예산안 복원보다 자신의 지역구 예산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공부와 경쟁에 매몰돼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나마 있는 유일한 탈출구, 그래도 인성을 쌓을 수 있는 수업이 예술 교육”이라며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술 교육을 보강하진 못할망정 예산 삭감하면서, 엑스포 유치(처럼 국가가 필요할) 때만 예술인들을 동원시킨다”며 예술교육, 예술가에 대한 국가의 태도도 규탄했다.

이현주 학비노조 예술강사분과 분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현주 학비노조 예술강사분과 분과장이 발언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 예술 강사에게 너무나 가혹한 한 해였습니다.”

이현주 학비노조 예술강사분과 분과장은 올해 윤석열 정권이 강행한 예술강사 처우 악화의 심각성을 전했다. “실업급여를 개악하고, 대량 해고를 시도하고, 내년 예술교육 삭감까지 한 해에 모두 강행했다, 정부가 우리 예술강사에게 너무나 잔인하다”고 평했다.

이 분과장은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살란 얘기인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예술은 좋은 거니까 선생님과 같이 하자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의 교육예산 삭감이 예술교육의 주체인 강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알렸다. 누구나 문화예술을 배울 권리, 예술강사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국회가 예산 복원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인환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연대 발언에 나섰다. 오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지 50년이 넘은 지금도 예술강사들이 겨울만 되면 고용불안, 급여삭감에 시달리는 상황이 너무나 전근대적”이라며 분노했다. 헌법에 명시돼 있는 노동권이 예술강사들에게도 온전히 보장되도록 진보당 서울시당 당원들이 함께 싸우겠다며 지지를 표했다.

구재숙 조합원이 발언하고 있다.
구재숙 조합원이 발언하고 있다.

예술강사분과 조합원은 현장 사례를 들며 예산 삭감이 부당함을 알렸다. 20년간 연극 예술강사로 일해온 구재숙 조합원은 “예술강사로 살아오면서 고용불안, 예산 삭감 불안에 어느 한 해 마음 편히 연말을 보낸 적이 없었다”며 예술강사 처우 문제가 만성적으로 발생해 왔다고 알렸다. “문화예술의 꽃이라고 치켜세우고 학교예술교육의 성과, 가시적 효과는 높게 평가하면서 왜 예산을 반토막 삭감하는가, 이게 정말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선진국에 이런 사례가 한 건이라도 있는가?”라며 기재부 예산안을 강력 성토했다.

윤은정 학비노조 대구분과장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윤은정 학비노조 대구분과장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예산 복원을 촉구하는 결의문은 윤은정 학비노조 대구분과장이 낭독했다. 학비노조는 결의문을 통해 ▲무책임한 예산삭감 중단, 학교문화예술교육예산 복원 ▲문화예술교육 축소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학비노조는 매주 수요일 국회 앞에서 예술교육 예산 복원을 촉구하는 108배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에도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영미 현대 무용가(과천 민예총지부장, 전 무용예술강사)가 문화제에서 공연 하고 있다.
정영미 현대 무용가(과천 민예총지부장, 전 무용예술강사)가 문화제에서 공연 하고 있다.
 문화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화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화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화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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