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돌봄 모범 사례 ‘중구형 초등돌봄’, 돌봄교사는 1년짜리 기간제
설맞이 선물은커녕 해고라니... 현직 돌봄교사 계약종료, 신규채용 예고
‘중구가 중구형 돌봄 포기하려 하나’ 노조 강하게 반발

전국 아동 돌봄의 모범으로 중구형 초등돌봄이 위기에 처했다. 1년 계약직으로 채용된 돌봄교사의 계약종료 시기가 다가오면서 당장 2월부터 돌봄교사 10명이 해고되는 탓이다. 중구청 기간제 돌봄교사들은 “설을 앞두고 명절 선물은 못줄 망정 해고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가 기간제 돌봄교사 고용안정, 중구직영돌봄 유지를 촉구하며 중구청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는 기간제 돌봄교사를 고용불안으로 내모는 김길성 중구청장을 규탄하는 대회를 24일 오전 9시 30분, 중구청 앞에서 진행했다. 해당 대회에는 해고 당사자인 기간제 돌봄교사와 돌봄노조 조합원, 진보당 등이 함께 했다.

현재 중구형 초등돌봄을 꾸려나가는 돌봄교사 중 1년 기간제 교사는 23명이다. 이는 중구 전체 돌봄교사의 1/4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해고될 경우 교사 당사자의 생계는 물론 초등돌봄 역시 불안정해질 게 뻔하다. 매해 해고와 신규채용을 반복하면서 불가피한 행정력 낭비도 벌어질 것이다.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는데도 중구청이 기간제 채용을 진행한 것에 대해 노조는 ‘정부 늘봄학교 시행에 맞춰 구가 책임지던 돌봄을 교육부, 민간에 떠넘기려고 미리 준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규탄대회에서 노조는 ‘중구가 중구형 돌봄서비스를 포기하려 하느냐’며 김길성 중구청장을 성토했다.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이 공공돌봄 유지를 위해 돌봄노동자 고용안정이 필수임을 강조하고 있다.

“출산율 0.6 해결법은 다름 아닌 돌봄입니다! 돌봐야 할 아동이 있다면 그 아동을 돌볼 노동자가 있어야 하는 게 상식 아닙니까?”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저출산 시대 해결법은 육아비 지원이 아닌 품질이 보장되는 공공돌봄이라고 강조하며 돌봄교사의 고용안정을 촉구했다. 또 돌봄교사 기간제 채용을 유지하겠다는 중구청의 행보를 “돌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돌봄서비스노조는 중구청이 돌봄교사 고용안정을 보장하도록 가열차게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장선희 중구 아동돌봄 통합지원 주민 조례 청구인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장선희 중구 아동돌봄 통합지원 주민 조례 청구인 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돌봄을 받는 아이가 행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행복한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중구 동래초 학부모인 장선희 씨는 어제 23일 지자체 최초 주민발의로 제출된 ‘중구형 아동돌봄 통합지원조례’의 청구인 공동대표다. 장 공동대표는 “(중구청은 돌봄교사 해고에 대해) 학부모, 교사, 아이 누구의 동의를 받았는가, 중구청은 돌봄정책을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자세로 운영하지 말라”고 성토했다.

4월 총선에서 중구 성동을에 출마하는 박상순 국회의원 후보(진보당)는 주요 정책 추진에서 당사자인 돌봄교사와 아이들이 배제되는 문제를 제기했다. “돌봄선생님이 자주 바뀐다는 게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구청장 님은 생각해 보셨는가, 왜 돌봄교사와 아이들 의견은 듣지 않고 구청장 마음대로 제도를 바꾸는가, 현장의 돌봄교사와 대화하라”고 촉구했다.

해고 위기에 놓인 기간제 돌봄교사 당사자가 김길성 중구청장을 규탄하고 있다.
해고 위기에 놓인 기간제 돌봄교사 당사자가 김길성 중구청장을 규탄하고 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기간제 돌봄교사 당사자들도 목소리를 냈다. 한 돌봄교사는 “처음 중구에 왔을 때 이곳은 아이들, 학부모, 돌봄교사의 천국이라고 느꼈다. 중구형 돌봄이 대한민국 모델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구청장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지금은 버려지는 처지로 전락했다”며 일관성 없는 구 행정을 비판했다.

기간제 돌봄교사들이 해고 중단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기간제 돌봄교사들이 해고 중단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남녀노소 행복한 복지 중구, 사람이 돌아오는 교육, 아이 키우기 좋은 중구, 여성이 살기 좋은 중구를 만들겠다는 약속은 김 구청장 취임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지켜지고 있는가?” 따졌다. “(김 구청장이) 앞에서는 공적 돌봄 성공 사례를 이룬 장본인 행세를 하면서 뒤로는 종사자 고용불안을 야기한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백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중구분회장이 기간제 돌봄교사 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백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중구분회장이 기간제 돌봄교사 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2년부터 중구형 돌봄을 사수하기 위해 싸워 온 백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중구분회장은 다시금 투쟁 결의를 다졌다. 백 분회장은 “중구가 돌봄교사를 1년에 한 번, 급식업체는 6개월에 한 번씩 바꾸면서 안정적인 돌봄 제공은 무너졌다”고 따졌다. “25년까지 유지 확정, 재정지원까지 확보된 사업에서 왜 기간제 채용을 고집하는가” 되물으며 안정적 돌봄 운영을 위해 돌봄교사 해고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구청장으로 분한 규탄대회 참가자가 기간제 토론교사들에게 고용안정 복주머니를 나눠주고 있다.
중구청장으로 분한 규탄대회 참가자가 기간제 토론교사들에게 고용안정 복주머니를 나눠주고 있다.

대회 마무리 참가자들은 중구청장이 기간제 돌봄교사들에게 ‘고용안정’을 선물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중구청장으로 분한 참가자가 기간제 돌봄교사들에게 ‘고용안정’이라고 쓰인 복주머니를 전하며 중구청 돌봄교사 고용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퍼포먼스 참가자들이 고용안정 피켓을 들고 있다.
퍼포먼스 참가자들이 고용안정 피켓을 들고 있다.
돌봄노조 대표자들이 기간제 돌봄교사 고용안정 촉구 중구민 동의 서명을 들고 있다.
돌봄노조 대표자들이 기간제 돌봄교사 고용안정 촉구 중구민 동의 서명을 들고 있다.

돌봄교사 신규채용 2월 초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돌봄서비스노조는 해고 저지를 위해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조합 간부, 돌봄교사 8명은 기간제 돌봄교사 고용안정을 촉구하는 중구 시민 410명의 서명을  중구청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대회 후 중구청을 방문했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조합 간부와 기간제 돌봄교사 8명이 구청장 면담을 위해 구청에서 연좌하고 있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조합 간부와 기간제 돌봄교사 8명이 구청장 면담을 위해 구청에서 연좌하고 있다.

노조 간부들과 돌봄교사들이 세 시간 넘도록 중구청장과의 대화를 요구했으나 구청장은 응하지 않았다. 노조 간부들이 대기하던 곳과 구청장의 사무실이 약 5M도 되지 않는 가까운 위치였는데도 김 구청장은 끝내 얼굴도 내보이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경찰이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조합 간부와 기간제 돌봄교사 8명 전원을 중부서로 연행하고 있다.
경찰이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조합 간부와 기간제 돌봄교사 8명 전원을 중부서로 연행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전원을 연행하면서 '중구청의 불통'은 더욱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찰은 오후 5시 45분경 노조 간부, 돌봄교사 8명 전원은 중부서로 연행했다. 노조 측은 "아무 소란이나 업무 방해, 폭력행위 없이 그저 구청장 면담을 조용히 기다리던 것 뿐인 노조 간부를 수갑 채워 연행했다"며 김 구청장과 경찰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는 비정규직 양산, 노동자 소모품 취급에 앞장서는 중구청에 맞서 '중구형 돌봄 유지, 돌봄교사 고용안정'을 얻어내기 위해 끝까지 싸울 예정이다. 

경찰이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조합 간부와 기간제 돌봄교사 8명 전원을 중부서로 연행하고 있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조합 간부와 기간제 돌봄교사 8명이 김길성 중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조합 간부와 기간제 돌봄교사 8명이 김길성 중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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