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확대를 둘러싼 의사집단과 윤석열 정부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 의료사태의 근본 원인은 윤석열 정부의 일관된 기업 친화적  ‘시장의료’  중심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제대로 된 공공의료 확충·강화만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노동시민사회의 요구가 나왔다. 

16일 오후 3시 서울 혜화 마로니에 동원 앞에서 의-정대립 속에 실종된 ‘공공의료’ 찾기 집회가 개최됐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와 민주노총, 참여연대, 인의협 등 주요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으로 윤석열정부와 의사들의 대립 속에 사라진 시민들의 건강권을 이야기하고 시장의료를 비판하며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라는 요구를 걸었다. 

이들은 전공의 파업 장기화와 의대교수들의 사직서 동참 등의 언론보도로 시민들의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윤석열 정부는 사태 책임자로서 역할은 커녕, 총선용 윤석열표 ‘의료개혁’ 을 내세우며 선거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파업으로 인해 줄어든 대형 병원 수익 보전을 위해 건강보험에서 매월 1882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분노한다고 전했다. 집회는 참여연대 이지현 사무처장,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나백주 정책위원장이 여는 발언에 나섰다.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여는 발언으로 "윤석열 정부의 의료증원 계획속에는 어떻게 의사를 공공적으로 양성하고 어떻게 지역과 필수의료에 배치하겠다는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이어 "의사를 공공적으로 양성하고 지역과 필수의료에 배치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이것이 대안이고 해법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후퇴시키고 지방의료원 민간위탁, 영리병원 추진으로  전면적인 의료산업화, 민영화를 획책하며 공공의료 죽이기로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해 "이러한 정권의 반국민적 의료정책에 대응하는 의사단체의 행태는 어떤가. 대안없는 의사증원 반대만을 주장하며 생명에 화급을 다투는 응급실, 중환자실마저 팽개치고 의료현장을 떠났다. 이러한 행태는 누구에게도 지지받을 수 없다"고 꾸짖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자문위원장, 김철중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공단노동조합 위원장,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교장, 김혜정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부분회장,  민지  보건의료노조 국립중앙의료원지부 지부장 등이 현 의료시국에 대한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이어 제주, 울산, 대구, 대전, 부천, 성남 등 전국 각지에서 의료공공성과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시민단체들의 지역으로 퍼져나갈 ‘공공의료 시민행진’의 연대발언이 나왔다.

집회 후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시민들과 함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겉으로는 ‘의료개혁’ 을 실제로는 ‘의료영리화’를 추진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함께 모인 시민들과 공공의료 시민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공동결의문을 통해 "한 해에 의사 2,000명을 늘리기만 해서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단언컨대 과열 경쟁 체계에 내맡겨진 현재의 의료 공급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위기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짚은 뒤 " 현재 의료 위기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시장 중심 의료체계’가 곪아 터져 드러난 문제다. 건강보험 정부 책임을 등한시하고, 의료 비용을 개인 책임화하고, 과열된 경쟁으로 의사 공급을 해결하려 한 시장 의료 체계가 바로 현 위기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의사들과 전공의들의 의료거부 집단행동도 문제 삼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의사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경쟁이 심해지고 그에 따라 수입이 감소하며 직업의 사회적 가치가 떨어질까 우려하며 파업에 들어간다고 개별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중환자 수술이 미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왜 파업을 하고 있는지 시민들을 납득시킬 최소한의 제대로 된 요구안도 없이 한사코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이번 전공의 파업은 수준 이하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위기를 틈타 의료시장화와 영리화를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은 거짓말이다. 의사와 정부의 치킨 게임 속에 정작 중요한 문제들이 묻히고, 기업 친화적 의료개혁을 하려는 정부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사 사회의 목소리만 메아리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한 뒤 "충분한 공공병원 설립과 의료공공성 강화, 의사를 포함한 의료 인력 수급의 공공화를 통해, 의료가 지역사회에 제공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3월 21일 제주에서도, 향후 대구, 울산 등에서도 공공의료를 요구하는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