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역행한 한국은행, '돌봄노동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 주자' 제안해
돌봄 사회 전환 위해 할 일은 최저임금 차등 아닌 종사자 처우개선
돌봄노동자, 22대 국회에 최저임금 130% 보장, 임금체계 마련 촉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과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민주일반연맹) 소속 돌봄노동자들이 돌봄노동자 생활을 보장하는 임금 체계를 마련하라고 22대 국회에 촉구했다.

돌봄노동자 임금 실태조사 결과 및 총선 임금요구안 발표 기자 간담회가 19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에서 열렸다.
돌봄노동자 임금 실태조사 결과 및 총선 임금요구안 발표 기자 간담회가 19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에서 열렸다.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는 돌봄노동자 임금 실태조사 결과 및 총선 임금요구안 발표 기자 간담회를 19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에서 진행했다.

이영훈 공공연대노조 위원장이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이영훈 공공연대노조 위원장이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이영훈 공공연대노조 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돌봄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 발표 어디에서도 돌봄 종사자 처우에 대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지난 5일 ‘돌봄·간병 분야에 이주노동자 도입, 최저임금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발표한 한국은행을 비판하며 “저출생 고령화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면 우리 사회를 돌봄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종사자에게 어떤 대우를 할지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22대 국회에 요구했다.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이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이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도 한국은행의 보고를 인용하며 “(한국에서) 1인당 간병비가 3~400만 원의 부담스러운 비용이 된 건 돌봄을 민간사업자에게 떠넘긴 탓이지 돌봄노동자 임금이 높아서가 아님”을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제안이 이미 열악한 돌봄노동자 처우를 더 격하시키고 그에 따라 국민이 받게 되는 돌봄서비스 질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다.

돌봄종사자의 임금실태 발표는 강은희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이 맡았다. 이번 실태조사는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가 함께 24년 2월 5일부터 14일까지 돌봄노동자 1001명을 상대로 온라인설문지조사로 진행됐다.

강은희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이 돌봄노동자 임금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은희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장이 돌봄노동자 임금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에 응한 돌봄노동자의 직업 총 경력은 평균 6.3년, 현재 직장에서 일한 기간이 10년 이상이라는 응답자가 14.1%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 중 상당수가 돌봄노동에 숙달된 경력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들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매우 열악했다. 응답자들이 23년 12월 급여공제 전 받은 월급의 평균액은 171.9만 원으로, 이는 주휴수당, 연월차수당,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말 상여금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포함된 금액을 제외한 기본급은 법정최저임금 수준이었다.

돌봄노동자의 저임금은 근속연수가 쌓여도 개선되지 않았다. 조사 응답자 중 78,5%는 근속이 임금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장기근속장려금이 제도화된 시설요양보호사의 경우, 근속에 따라 명절상여금이 오르는 아이돌보미 일부가 정부가 지급하는 장기근속에 따른 수당을 받을 뿐이었다. 식대, 교통비 지급 등 복리후생 역시 전혀 보장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11%, 식대를 받는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환경은 돌봄노동자의 실질임금을 더 하락하고 있었다. 응답자 46.4%는 서비스 대상자의 요청으로 정해진 업무 이외의 일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97.1%가 이런 추가 업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응답자들이 바라는 돌봄노동 처우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물었다. 응답자 37.7%가 임금가이드라인 마련 및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근속 반영된 임금 체계 마련에 19.3%, 식대, 명절상여금, 복지포인트 등 3대 맞춤형 복지 지급이 18.2%로 뒤를 이었다. 월평균 적정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의 130%(24년 기준 267만 원)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42.6%로 가장 많았다. 돌봄노동 임금을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에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봉근 공공연대노조 정책국장이 구체적인 임금요구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봉근 공공연대노조 정책국장이 구체적인 임금요구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봉근 공공연대노조 정책국장은 돌봄노동자 임금요구안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국장은 이번 임금요구안이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숙련을 인정하는 근속 수당 도입 ▲돌봄노동자 특성과 서비스 대상자 특성 고려 ▲공공부문 노동자 처우에 준하는 복리후생 보장 ▲협상력 제고를 위한 교섭구조 마련을 방향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1단계 (3년 미만) 월평균 시급 2,811원부터 5단계 (10년 이상) 월평균 시급 2,961원까지 총 다섯 단계로 기본급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기본급은 24년 법정최저임금의 130%, 4대보험 본인부담금 포함을 기본으로 하고 교육공무직 기준으로 명절상여금을 지급할 것, 전화업무 비중을 고려한 통신비, 재가요양보호사를 위한 돌봄노동자 교통카드 지급 등을 제안했다.

지한규 공공연대노조 경기본부장이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지한규 공공연대노조 경기본부장이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뒷받침하는 현장 발언도 이어졌다.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는 지한규 공공연대노조 경기본부장은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을 중의 을”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장애인활동지원사업 예산은 보건복지부에서 나와도 사업 진행은 민간기관이 하면서 생기는 문제”도 꼽았다. 사기업이 노동자에게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돌봄조차 막으면서 장애인 돌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최은주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강원지부장이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최은주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강원지부장이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최은주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강원지부장은 재가방문요양보호사의 현실을 알렸다. 먼저 24년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임금은 삭감된 문제를 지적했다. 별도로 지급되던 식대, 처우개선비, 각종 수당이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모두 포함되는 바람에 최저임금이 올라도 실제 받는 임금은 작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최 지부장은 또 “요양보호사들에게 지급되는 식비 수당 5만 원을 시설장이 자신의 개인계좌로 빼돌리는 갑질, 모 시설은 주 40시간, 모 시설은 37.5시간으로 지역별로 제각각인 임금체계, 월 기준 근로시간을 초과한 추가 근무수당 지급이 전무한 점” 등 다양한 문제 사례를 들었다. “노인장기요양제도는 첫 단추부터 설계가 잘못됐다”며 공공서비스다운 임금체계를 갖출 것을 촉구했다.

이주남 공공연대노조 부위원장이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이주남 공공연대노조 부위원장이 현장 발언을 하고 있다.

이주남 공공연대노조 부위원장은 노인생활지원사는 “1:16으로 돌보는 대상자가 매우 많은 노인생활지원사의 특수한 상황에서 생기는 문제”를 설명했다. “한 명의 지원사가 노인 다수를 돌보려면 교통비, 통신비가 발생하는데도 보건복지부는 24년 기준 시급 9,860원 외에 아무 지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장근로, 혹서기, 혹한기 주말 노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외 사례는 강원도, 제주도에서 교통비를 15-20만 원 별도로 지원하는 게 전부였다.

이 부위원장은 “다른 돌봄사업은 지원법에 근거해 사업하고 있는데 노인맞춤사업만은 지원법이 없이 노인복지법에 근거해 사업이 진행되는 것도 문제”라고 꼽았다. 미비한 법이 불성실한 관리감독으로 이어지고 현장과 다른 메뉴얼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독거노인에 대한 돌봄사업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지만 법적인 준비가 부족하다”며 정부와 국회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연맹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2대 국회에 돌봄노동자 임금요구안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돌봄노동자 임금 실태조사 결과 및 총선 임금요구안 발표 기자 간담회가 19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에서 열렸다.
돌봄노동자 임금 실태조사 결과 및 총선 임금요구안 발표 기자 간담회가 19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12층에서 열렸다.
이봉근 공공연대노조 정책국장이 구체적인 임금요구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봉근 공공연대노조 정책국장이 구체적인 임금요구안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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