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3조 개정, 22대 총선 민주노총 조합원 정책과제 투표 1위는 숙명이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하반기 노조법 2‧3조 개정안 공포를 촉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맞서는 투쟁을 꾸준이 이어갔다. 사진은 12월 23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진행된 노조 2‧3조 공포 촉구 투쟁문화제. 사진=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민주노총은 지난해 하반기 노조법 2‧3조 개정안 공포를 촉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맞서는 투쟁을 꾸준이 이어갔다. 사진은 12월 23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진행된 노조 2‧3조 공포 촉구 투쟁문화제. 사진=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노동자의 삶이 곧 정치다”

민주노총은 22대 국회를 구성하는 총선에 불평등 양극화를 해결하고, 노동중심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해법으로 6대 핵심 요구를 제시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초기업 교섭 제도화 ▲주4일제 도입,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부자증세, 복지재정 확대  ▲의료·돌봄·에너지 국가책임 공공성 강화다. <노동과세계>는 이 요구들이 어떻게 노동자의 삶을 바꾸어 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 [편집자주]

노조법(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2·3조 재개정은 이번 총선을 맞아 실시한 민주노총 조합원 50개 정책과제 설문조사에서 압도적으로 1위(59.3%)를 차지했다. 설문 응답자를 성별·연령·고용형태·월평균임금·사업장규모·직업·지역별로 나눠보아도, 모든 특성에서 1위로 꼽혔고, 2위 선정 정책과제인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부지원 확대'(45.3%) 응답률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한 조합원들의 염원이 얼마나 '찐'인지 확인한 셈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왜 이토록 노조법 개정을 간절히 열망하게 됐을까. 지난 20년간의 민주노총 투쟁 속에는 노조법 2·3조로 인한 한과 피눈물이 서려있었기 때문이다. 현행법 노조법 2조 '정의'에는 노동자(근로자)란 누구이며, 사용자(사장, 사업주 등)는 누구인지, 노동조합이란 무엇인지, 노동쟁의행위란 무엇인지 정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3조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에는 "노동자나 노조가 단체교섭 과정이나 쟁의행위를 하는 동안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측이 손해배상(손배)을 청구 할 수 없다"는 문장이 짧게 명시돼있다. 

사용자 정의 확대해 '진짜사장' 원청 교섭 가능하도록
'현재 노동조건' 두고 쟁의하면 '불법 '되는 상황 바꿔야

민주노총의 주장은 현행법이 사용자, 노조의 쟁의행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대하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동의 형태가 다변화되고 빠르게 재편되는 산업구조 속에서, 노조법을 개정해야 상위법인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게 된다는 이유다. 또한 2조가 개정되면 노조법 3조로 인해 발생하는 '손배폭탄'도 대부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민주노총의 개정안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이 주장하는대로 개정되면, 보다 많은 노동조합이 '허수아비 하청'이나 중간착취 업체가 아닌 실제로 자신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사업주, 즉 '진짜사장'과 교섭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 또한 기업으로부터 '개인사업자',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등으로 불리는 사실상의 일하는 모든 사람이 '노동자'로 인정되며 이들이 만든 노동조합도 보다 더 명확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현행 노조법도 근로계약관계에 한정하지 않고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한 경제적‧조직적 종속성이 있는 노무제공자를 두루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고는 있지만,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노동자로 추정한다'는 조항을 넣어 개정해,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노동조합법상 단결권 등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조법 2조 개정의 핵심은 원청에 교섭의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행 노조법상 사용자 정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가 아닌 경우 사용자가 자신의 사용자성을 부인하여 분쟁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2조 정의를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즉 하청, 파견 등 간접고용관계의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이러한 2조 정의 규정은 그동안 축적된 법원 판결의 문구를 그대로 가져온것이다. 

민주노총의 노조법 2조 사용자 정의 개정안
민주노총의 노조법 2조 사용자 정의 개정안

사법부는 오래 전부터 하청, 파견 등의 노동자를 실제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최근 나온 CJ택배 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의 실질 사용자 원청은 CJ대한통운이고, 노조법상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CJ대한통운의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고등법원의 판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를 설립하자 원청 현대중공업이 노조탄압을 위해 폐업 후 해고한 건을 두고 대법원은 "하청노동자에 대해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지위에 있으므로 노조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극대화하고 책임은 피해가선 안된다는 노동계의 지적에 사법부도 동의한 것이고, 최근 국회까지 동의한 것이다. 

현행 노조법상 '노동쟁의'는 이익분쟁(임금인상, 단체협약 개정 등 근로조건 기준에 관한 권리)에만 한해 있다. 교섭 등의 과정을 통해 미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쟁의만 합법으로 허용된다. 이미 확정된 현재의 노동조건을 두고 벌이는 쟁의(권리분쟁) 행위는 노조법이 포괄하지 않는다. 체불임금 청산, 해고자 복직, 단협 이행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 등의 쟁의를 벌이게 되면 '불법'이라는 주장이 가능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쟁의(2조의 5)에 대한 정의가 확대된다면 구조조정, 인수합병 등 경영상 이유와 관련한 구조조정을 둔 투쟁 또한 준법적으로 가능해진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노동자의 노동조건이나 지위가 집단적으로 변경되거나, 노동3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중요한 주체인 노동자의 의사도 사용자의 의사결정에 반영된다는 내용이 담긴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피눈물의 투쟁 서려있는 노조법 3조 개정
"거액 손배 청구, 사실상노조 버리고 떠나라는 협박"

이처럼 노조법 2조 개정안이 굵직한 변화의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노조법 2·3조 개정이 사회적인 관심을 받게된 계기는 대부분 노조법 3조가 빚은 비극에서 비롯됐다. 2003년, 1100명이 넘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던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 배달호 조합원은 창원의 두산중공업 노동자광장에서 분신했다.

같은 해 한진중공업지회 김주익 지회장 자결했다. 지회장의 죽음 보름 뒤 곽재규 조합원이 지회장의 길을 따라갔다. 2012년에는 한진중공업지회 최강서 조직차장이 자결했다. 모두 노조법 3조에 의한 '손배가압류 폭탄' 때문이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저지 투쟁이 끝난 뒤에도 수 15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수십억대 손배가압류 송사에 휘말려야 했다.

자본과 기업의 '손배폭탄 전략'은 이 시기를 지나오면서 하나의 노조파괴 공식처럼 자리잡았다. 이 악순환을 없애기 위해 민주노총은 노동쟁의 정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노조법 3조가 악용되는 이유는 노조법 2조에 숨어있다. 2조에서 정의되는 '노동쟁의'의 범위가 좁아, 이를 벗어나는 쟁의행위를 '불법'으로 몰아갈 여지가 생긴다. 노조법 3조가 제한하는 내용을 수월하게 비껴가 손배와 가압류로 노동자를 옥죌 수 있게된다는 의미다.  

노조법 2·3조 개정 움직임에 재차 시동이 걸린 것은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 '5년 전 수준으로 임금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파업한 노동자 5명에게 사측은 470억 원 손해배상 청구로 답했다. 이자가 붙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월급 300만원을 고스란히 납부한다고 해도 261년 이상이 걸리는 비현실적인 거액이다. 사실상 노조를 버리고 노조활동을 멈춘 뒤 투항하라는 의미인 것이다. 협박으로서 노조법 3조가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한번 폭로되면서, 노조법 개정운동에 불이 붙게 됐다.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 1로비에서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사진전이 열렸다. 사진전은 지난 20년간 손해배상 가압류와 하청노동자란 이유로 희생된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여줬다. 국회의원회관을 찾은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 투쟁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사진전은 노조법 2・3조개정운동본부가 주최했다. 사진=노동과세계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 1로비에서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사진전이 열렸다. 사진전은 지난 20년간 손해배상 가압류와 하청노동자란 이유로 희생된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여줬다. 국회의원회관을 찾은 노동자들이 손배가압류 투쟁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사진전은 노조법 2・3조개정운동본부가 주최했다. 사진=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노조법 2조가 바뀌어야 노조법 3조 '손배폭탄'도 없다
위법적 대통령 거부권, "더 센 개정투쟁으로 돌아온다"

노조법 2조가 개정된다면 ‘손배폭탄’을 맞지 않아도 된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자(원청)가 대우조선해양임이 인정된다면, 하청노동자의 투쟁(노동쟁의) 또한 실질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파업이 합법적 쟁의행위로 인정돼 노조법상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된다.  

민주노총과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가 투쟁한 결과, 지난해 겨울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노동자를 정의하는 조항은 현행대로 유지되고, 기업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3조에 있어서는 노동계가 핵심적으로 주장한 개정내용이 삭제된 채 '개인에 대한 청구 제한'만 통과됐다. 이처럼 다소 완화된 개정안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위법적인 거부권을 행사하며 묵살했다. 

“노조법 개정이 민생”이라는 민주노총의 외침이 비유가 아닌 이유다. 원청과 해야 하는 단체교섭이 봉쇄된 채로는 1000만 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노동의 해결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4월 총선 요구안 가장 첫 머리에 노조법 개정을 다시 놓았다. ▲노조법 제2조 1항 노동자 정의 개정,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하고 공정거래법 적용금지 규정 신설 ▲노조법 제2조 2항 사용자 정의 개정으로 원청사용자성 인정 ▲노조법 제2조 5항 노동쟁의 정의 확대해 노동쟁의 대상 확대 ▲노조법 제3조 개정으로 노동 3권 행사를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이 구체적인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배포된 민주노총의 성명 제목은 조합원들의 의지를 함축하고 있었다.
"기다려라. 더 센 노조법 개정안과 투쟁으로 돌아온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