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모든노동자의 일할 권리' 실질화 방안
점점 커지는 근기법 '범법지대' 이제는 손봐야할 때

국회가 환노위 법안심사소위가 열린 2021년 12월 16일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논의를 하지 않자 민주노총과 유관단체가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입법촉구대회를 열고 ‘5인미만 차별폐지’를 촉구했다. 사진=노동과세계 자료사진
국회가 환노위 법안심사소위가 열린 2021년 12월 16일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논의를 하지 않자 민주노총과 유관단체가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입법촉구대회를 열고 ‘5인미만 차별폐지’를 촉구했다. 사진=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노동자의 삶이 곧 정치다”

민주노총은 22대 국회를 구성하는 총선에 불평등 양극화를 해결하고, 노동중심의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해법으로 6대 핵심 요구를 제시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초기업 교섭 제도화 ▲주4일제 도입,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 ▲부자증세, 복지재정 확대  ▲의료·돌봄·에너지 국가책임 공공성 강화다. <노동과세계>는 이 요구들이 어떻게 노동자의 삶을 바꾸어 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설명한다. [편집자주]

'인간존엄성 보장'한다며 만들어진 근기법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 앞에서는 무력해져

민주노총이 만들어가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는 민주노총 조합원만 있는 게 아니다. 노조가 없는 노동자들,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기본적인 법으로부터 차별받는 노동자들, 그들 모두를 위해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노동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32조에 따라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은, 작은사업장 앞에만 가면 그 취지가 무색해진다. 상시근로자(노동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은, 근기법 11조에 의해 법의 일부만을 적용받고 있다. 그리고 이 ‘일부 적용’으로 인해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권에 큰 구멍이 나고있다. 법이 닿지 않는 ‘5인 미만이라는 범법지대’를 해소하기만 해도 상당한 종류의 차별과 격차, 나아가 양극화가 줄어들 수 있다. 

22대 총선을 맞은 민주노총의 6대 핵심요구안 중 하나가 5인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인 이유도, 4년 전 민주노총이 전개한 전태일 3법운동 중 첫번째가 ‘근로기준법 제11조 개정’이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 적용제외 조항을 삭제하면 전면적용이 되는 것으로, 취약계층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노동계의 오랜 핵심 입법투쟁 과제다. 

정당 사유 없이, 즉각 해고당해도 '법 위반 아냐'
수당도 휴가도 추가노동도 '사장 마음대로 결정' 

5인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어떤 차별을 겪고 있을까. 5인미만 사업장은 노동자들을 쉽게 해고하고, 자유롭게 노동시간을 늘릴수 있다. 이때 노동자에게 1.5배 등 추가수당을 주지 않아도 위법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쉬운 해고를 당하거나, 해고 사유나 시기를 명시한 서면 통보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별다른 이유 없이 즉각, 구두로 해고해도 법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해고가 부당하다고 여겨도 구제신청이 어렵다. 휴업수당, 연장 야간수당, 주말노동에 따른 추가 수당과 연차유급휴가도 보장받지 못한다. 대체공휴일 적용도 사업주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

‘일주일간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보호도 받지 못한다. 5인이상 사업장의 경우에는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려면 노동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5인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가 원하는대로 추가노동을 시킨다고 해도 위법이 아니다. 직장내 괴롭힘도 법적으로는 금지되지 않았다. 이들의 노동조건 상당수가 ‘사업주(사장)의 의지’로 결정된다는 의미다.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제외 조항은 ▲23조 1항(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금지) ▲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28조(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46조(휴업수당) ▲50조(근로시간) ▲53조(연장근로의 제한) ▲55조 2항(공휴일) ▲56조(연장․야간 및 휴일근로 가산임금) ▲60조(연차유급휴가) ▲73조(생리휴가) ▲76조 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등이다. 근로기준법 11조 ‘적용범위’는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이다. 이 차별조항은 1953년 근기법 제정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5인미만 사업장은 기간제법, 산안법,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에서도 제외돼있다.

2015년 사업주를 제외한 5인미만 사업장 종사 노동자는 약 236만 명(노동시장 15.9% 담당), 2019년에는 260만 명 수준이었으며, 노동자 중 16.0%는 5인미만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었다. 노동계에서는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당한 수의 노동자들이 근기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노동환경의 격차는 구체적인 숫자로도 증명된다. 직장갑질119의 여론조사 결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직장인 67.9%가 지난해 연차휴가를 6일 미만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중에서는 21.1%만이 6일미만 연차휴가를 썼다고 응답했다. 직장인 1000명 우울 척도 조사 설문 결과에서도,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꼈다’고 응답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61.2%로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응답률(44.3%)보다 높게 조사됐다.

2022년 1년간 5인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보다 13일 혹은 15일을 더 일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0년 1월부터 3년 6개월간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이메일 216개를 분석하니, 이들 중 45.7%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퇴사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해 퇴사했다고 응답한 비율(17.7%)보다 약 2.5배 높았다.

물론 저임금도 차별적인 법 적용의 결과 중 하나다. 작은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장 월평균 임금의 39.0%에 불과한 수준이다. 5인미만 사업장은 다른 사업장 대비 성별임금격차가 극심한 사업장이자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노동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2021년 기준 이들의 최저임금미만율은 26.8%에 달하고 있으며, 특히 남성보다 여성의 최저임금미만율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가입률 역시 가장 낮다.

민주노총의 2023년 노동상담 통계에 의하면 사업장 규모별 상담유형은 5인 미만의 경우 49.2%가 임금상담이였고 노동3권 상담건수는 0.8%에 지나지 않았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임금은 12.8% 노동 3권은 28.5%였다. 작은사업일수록 기초 노동법조차 지켜지지도 않고 노동3권에 대한 상담이 0.8%라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의 사각지대, 불평등 지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이 2020년 11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전태일열사 50주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10만 조합원과 국민들이 발의한 전태일3법 쟁취 결의를 다졌다. 사진=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민주노총이 2020년 11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전태일열사 50주기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10만 조합원과 국민들이 발의한 전태일3법 쟁취 결의를 다졌다. 사진=노동과세계 자료사진

점점 커지는 근로기준법 '범법지대', 이제는 손봐야
적용제외 악용하려 대기업 쪼개서 '5인미만' 눈속임도

문제는 이 ‘근기법 사각지대’가 악용되고 있다는 데에도 있다. ‘쪼개기 꼼수’를 통해 근기법을 피해야 하거나 적용제외를 해야할 일이 생기면 새로운 사업장을 만들어서 기존의 노동자들을 그곳으로 이직시키는 방식이 대표적인 편법으로 꼽힌다. 일례로 400명이 일하는 사업장을 5인 미만사업장으로 쪼개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과 연차미사용수당을 주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미지급된 돈만 5억여원에 달했다고 보도됐다. 5인미만 사업장 꼼수는 사업주들에게 ‘남는 장사’인 셈이다.

전면적용 된다고 하더라도, 곧장 노조 조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5인미만 사업장의 노조가입률은 1.0%에 머무르고 있고,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대비 노조에 대한 이해, 기대와 관심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노조가 있음에도 가입하지 않거나 가입대상이 되지 않는 비중까지 고려하더라도 5인미만 사업장의 96.3%는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들의 노조 조직을 실질화 하기에 앞서, 노조의 역할과 필요성을 알리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고 보고있다.

‘작은사업장 근기법 적용범위’는 조금씩은 달라져왔다. 근기법 제정 당시인 1954년에는 15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는 근기법이 적용 전부 제외됐다. 그러다가 1975년 5인미만 사업장 전부제외 5인~10이상 사업장 일부적용 등으로 점차 변해왔다. 현재 적용제외범위는 2001년 5인미만 사업장 ‘일부 적용’으로 바뀐 채 유지중이다. 

그렇다면 왜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차별조항은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법원의 판단을 정리하면 “작은 사업장은 노동권을 지킬 여력이 되지 않는 곳이 많으므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상시적으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대체로 영세사업장이므로 근기법에서 요구하는 모든 사항을 포괄적으로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1999년 있었다. 위헌소송을 통해 나온 가장 최근의 2019년 헌재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사업장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전체노동자 가운데 최소 16% 이상을 근기법 범법지대에 몰아넣는 것은 부당하다는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쪼개기꼼수'로 악용되는 상황이 빈번해지므로, 시급하게 손봐야 할 노동의제로 꼽힌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들에 대한 차별을 심각하게 보고있다. 2008년에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법령 및 정책 개선 권고'가, 2022년에는 국회의장에게 '4인 이하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개정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개정안은 2021년 일찌감치 국회에 발의됐지만, 아직까지도 계류중이다.

민주노총, 전면적용으로 "모든노동자의 일할권리 실질화"
가맹별, 지역별 전략조직화사업과 입법투쟁 나설 것

민주노총은 작은사업장 차별사례를 발굴하고, 여러 의제사업과 입법투쟁을 통해 위에 제기된 문제를 쟁점화 시킨 바 있다. 또한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산안법,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제외 규정 삭제 ▲사업장 쪼개기(가짜 4인 이하 사업장) 등의 탈법행위 근절 ▲초단시간노동자 차별규정인 근로기준법 제18조 3항과 퇴직급여보장법 4조 1항의 삭제를 요구한다. 

민주노총은 매출이나 수익구조가 아닌 단순하게 종사자수를 적용해 배제하는 차별을 반대한다는 입장과 함께 “규모가 작아 사업장별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직화 중점지역을 선정하고 가맹조직들과 함께 전략조직화사업을 통해 반드시 미조직 조직화의 본보기를 만들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일터에서 노동의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5인미만을 비롯한 30인 미만 노동자에게 가장 절실하다. 민주노총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 위해 법제도 개선 투쟁, 가입체계 정비, 노동조합 운영방식 개선, 노조 밖 노동자와 함께하는 초기업 교섭 방안마련 등 5인미만 작은사업장 노동자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5인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이 2022년 5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노동과세계 자료사진
5인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이 2022년 5월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노동과세계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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