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1993년 유명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인형을 생산하던 태국 공장에서 일어난 화재로 사망한 노동자 188명(이중 174명이 여성노동자)를 국제자유노련(현 국제노총)에서 공식 추모한 날로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 있는 4월을 해마다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로 정하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리본 달기, 사업장 단위 현수막 게시를 기본으로 그 해 투쟁할 사안과 연계된 활동을 펼친다. 올해는 ‘중대재해기업처벌 강화로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하자!’는 구호 아래 2020 살인기업 선정식(4월 2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발의 운동 선포식(4월 28일)을 가졌다. 그리고 예정대로라면 서울 중심지에 모여 집중 집회를 했을 4월 22일에 ‘4월 노동자 건강권 쟁취 공동행동’을 전개했다.

서울을 포함 전국 14개 지역에서 1,500여 노동자가 지역과 산별, 연맹의 노동안전보건 주제에 맞게 집회, 차량 행진, 자전거 행진, 피케팅, 기자회견 등의 공동행동을 추진했다. 온라인 생중계로 함께 모이지 못하는 아쉬움을 채우려는 노력도 있었다. 코로나19라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감염병 예방과 방역으로 대규모 집회는 열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노동조합이, 노동자가 해야 할 투쟁과 문제 제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공동행동을 만들어냈다.

많은 이들이 앞으로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 즉,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조합 역시 코로나19 상황에 맞는 다양한 행동방식을 고민하고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동안전보건에서 ‘포스트 코로나’는 무엇일까?

노동안전보건이 준비하고 투쟁해야 할 포스트 코로나는 ‘차별없는 생명안전’일 것이다. 코로나19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애써 외면했던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 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이주노동자 등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서 권리를 제대로 실현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가졌던 수 많은 문제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콜센터 노동자, 방과후 교사, 학교 비정규직, 돌봄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택배 노동자 등은 초반 정부의 대 노동자 코로나19 지원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말했던 ‘아프면 쉴 수 있는 근무환경’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고 대신 가장 먼저 감염, 무급휴식, 해고의 위험에 내몰렸다. 아파도 출근해야 생계가 가능했다. 노동자인데 그 권리를 실현할 수 없는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산재보험에서도 각종 예외규정 속에 존재하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마저 차별받았다. 개정 산안법은 여전히 적용 제외규정(산안법 시행령 별표1)을 두어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 건설기계 노동자에게 적용범위를 확대했다지만 ‘모든’이 아니라 일부 직종에 한정하는 차등과 차별이 존재한다. 산재사망으로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도 죽음을 불렀던 기업의 책임은 묻지 않음으로써 생명안전을 차별했다.

코로나19가 기계 가동을 멈추고 철도, 지하철 운행을 단축시키고, 휴업과 휴직을 부르는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의 산재사망은 계속됐다. 노동건강연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 15일까지 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무려 177명에 달했다. 각종 생명안전제도 차별과 구조적 문제로 한 해 2,400여 명이 산재사망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인 것이다.

적어도 생명안전에서는 차별을 제거하자. 목숨과 직결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산재보험에서라도 모든 적용제외를 없애자. 특수고용노동자니까 하청노동자니까 이주노동자니까 권리를 제한하고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자. 산재로 노동자를 죽게 한 기업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우자. 그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를 위해 민주노총은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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