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택배노동자 7명 과로사
추석 택배 물량 50% 증가 예상
“인력 증원, 당일 배송 강요 금지 등 필요”
코로나19와 추석 명절로 택배 물량 폭증이 예상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14일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매년 5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하고 있다. 택배의 경우 올해 7명(1명은 과로사 추정)이나 과로사했다. 민주노총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 1일 평균 분류작업은 560건, 1일 평균 배송은 31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조사자 821명 중 사고를 겪었다고 답한 응답자만 45%에 달한다. 추정 사고재해율은 25.9%이다.
민주노총은 추석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런데도 분류 작업, 배달 인력에 대한 증원은 이뤄지지 않아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추석 물량 폭주기부터 분류작업에 대한 추가인력 투입 ▲과로사한 유족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마련 약속 ▲당일 배송 강요 금지 및 지연 배송 허용 ▲비대면 배달 공식화 및 분식 책임 전가 금지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조처로 배달을 권장하지만, 정작 폭증하는 물량 증가에 따르는 택배, 집배 등 배달운송 노동자의 과로사는 방치되고 있다”며 “노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늘어난 물량과 다가오는 추석으로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는 택배, 집배, 화물운송 노동자의 과로사 대책을 비롯해 기본적인 노동권 보장, 산업안전 감독, 산재 보상 등에 대한 근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택배 시장 50%를 점유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챙겼다고 한다. 반면 CJ대한통운에서 과로사한 노동자는 올해 3명에 달한다”며 “자본이 이윤을 적게 추구했다면 없었을 과로사다. 정부가 대책을 수립했다면 능히 막을 수 있던 과로사였다. 택배사는 이윤 추구 행위를 중단하고 정부는 택배 폭증에 따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수십 년 전 사라졌어야 할 과로사라는 용어가 택배 노동엔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택배 노동자들은 3~4시간 분류작업에 투입된다. 분류작업은 택배 노동자 일이 아니다. 우리는 분류작업에 사람을 투입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아울러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통과로 노사가 상생을 도모하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준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도 “지난 6년간 18명의 화물노동자가 과로사로 죽었다. 화물노동자가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감당해야 할 이유는 불합리한 운송요금 때문이다. 그래서 안전운임제가 법제화됐지만, 일부 업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택배, 배달 업종까지 안전운임제를 확대해야 하고, 특수고용노동이라는 불합리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인천, 경기, 충북 등 16개 지역에서도 같은 날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동시에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