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과로사 7명…일요일 택배 사실상 강요

“지난 명절에도 일요일은 관례상 쉬었다”

“택배사, 분류작업 2천명 투입했다는데 실상은 362명”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이 23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치된 택배 물량 사진을 보여주며 회사의 분류작업 인력 투입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 김한주 기자

택배 노동자 과로사가 잇따르는데 재벌 택배사들이 일요일 노동을 강요해 노동자와 국민의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23일 오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사들이 일요일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예년에도 일요일은 쉬었다며 택배 노동자를 과로사로 내몰고 있다고 재벌 택배사를 규탄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노동자들에게 “추석 전 완벽한 배송처리를 위해 일요일 SUB(서브터미널) 정상하차와 정상배송 진행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대책위는 “택배 노동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건강과 안전을 염려한다는 취지로 분류작업 인력투입까지 발표한 택배사들이 일요일 근무까지 강제로 진행하고 있다”며 “택배 물량이 이전 추석보다 증가하긴 했지만, 예년에도 일요일만큼은 쉬게 해줬다. 택배 노동자가 일하다 죽든 말든 돈만 더 벌겠다는 게 재벌 택배사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올해 과로사한 택배 노동자만 7명에 달한다. 택배 노동자는 특수고용노동자로 평균 주 70시간 이상씩 일하고 있다. 법정 노동시간인 주 52시간을 훌쩍 넘는 장시간 노동이다. 택배는 주 52시간제 예외가 허용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분류된다.

아울러 대책위는 정부와 택배사가 분류작업에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택배사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 택배사는 서브터미널에 2,067명을 분류작업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투입된 분류작업 인원은 362명에 그쳤다.

또한 이렇게 투입된 분류작업 인원도 노조 조합원이 있는 곳에만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조합원이 없는 대부분 터미널엔 택배 노동자가 여전히 분류작업 인력 없이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책위는 “택배 과로사 방지라는 취지에 어긋나는 면피용 꼼수 인력투입”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대책위는 추석 기간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요구하며 지난 21일부터 분류작업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정부의 대책 발표로 방침을 철회한 바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23일 오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요일 노동을 강요하는 택배 회사를 규탄했다. ⓒ 김한주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23일 오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요일 노동을 강요하는 택배 회사를 규탄했다. ⓒ 김한주 기자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추석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데 택배사의 인력 투입은 실망스러운 상황”이라며 “CJ대한통운이 분류 인력 1,200명을 투입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노조가 요구했던 3천 명, 정부가 발표한 2,067명보다 부족한 인력이다. 또 실제 노조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338명, 롯데는 24명을 분류작업에 투입했다. 정부 발표의 20%도 안 되는 수치다. 심지어 택배사는 일요일 노동까지 강요하고 있다. 이는 택배 노동자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노조는 택배사에 실제 1,200명을 투입했는지 집계 자료를 달라고 했는데, 택배사는 영업 비밀이라고 거부했다.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택배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다. 5만 택배 노동자 전체가 위험하다. 택배사는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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