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수 압박에 골병드는 콜센터 노동자

공공운수노조는 11월19일 11시 청와대 앞에서 ‘콜 수 압박에 골병 드는 콜센터 노동자 숨 쉴 권리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요 요구는 ▲콜수, 응대율 평가 중단 ▲충분한 휴게시간 보장 ▲인력 충원 ▲콜센터 노동자 정규직 전환 ▲충분한 마스크 지급이다.

 

올해 초 에이스 손해보험 구로 콜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아파도 쉴 수 없는 콜센터 노동자의 현실이 드러났다. 아파도 연차를 쓸 수 없고 콜 수 압박에 쉴 틈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콜센터 노동자들은 집단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정부 정책 발표 후에는 민원이 폭주했다. 정부민원안내콜센터는 작년 대비 40% 가까이 응대콜이 늘어났으며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는 질병관리본부의 민원 전화를 받아야 했다. 금융기관인 국민은행의 경우도 민원안내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다른 지자체의 콜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노조는 ‘코로나 집단감염 위험이 있다며 집중 관리 대상이었던 콜센터에서 노동자들이 집단감염을 막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에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는 소홀했다. 정부가 실효성 없는 점검 건수 올리기에만 신경 쓴다면 콜센터의 집단감염과 노동자의 건강권 악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콜센터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하지 않으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석소연 경기지역지부 정부민원안내콜센터분회장은 “하루 종일 헤드셋에 눌려 양쪽 귀를 돌려가며 상담하는 상담사들에게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들 말하는 축축하고 냄새나는 마스크, 산소부족, 피부발진, 축축한 마스크로 인한 호흡기질환까지. 집에 가서 마스크를 벗어 던져도 마스크 걸이와 헤드셋에 눌린 귀 뒤는 계속해서 통증과 신경통까지 유발한다. 귀 뒤에서 목으로까지 신경성 근육마비도 발생한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더불어 “겨우 하루 일회용 마스크 1장 지급되는 사업장에 마스크 의무사용! 의무만 말하지 마시고 상담사 처우도 먼저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상담사도 보호 받아야 할 국민이다.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앞장선다는 국민권익위원회, 제발 상담사들의 권익을 돌아봐달라”고 요구했다.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 김숙영 조합원은 “코로나든 암이든 상담사들은 아플 수가 없다. 연차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요구하면 회사는 평가라는 도구로 연차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도록 관리한다”고 말했다. 또 “고용노동부가 코로나에 상담사 노동자의 감염을 막기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한 것이 맞나 의심스럽다. 제가 근무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도급사 휴넥트 매너저가 코로나 고용노동부 긴급 현장 점검 시 감독관 앞에서 일주일에 1개씩 지급하는 마스크를 하루에 1개씩 지급해 달라는 노동자 대표에게 당당하게 웃으며 ‘마스크 값 얼마 안되는데 그냥 사서 쓰면 되지 뭘 회사에 달라고 요구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은 회사가 마스크를 꼭 지급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그리고 “마스크 쓰고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말하면 마스크는 금새 축축하고 냄새가 난다. 하루 종일 비좁은 책상과 의자에 앉아 8시간 동안 120, 140, 180콜을 받는 상담사는 수시로 마스크를 교체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잠시라도 입을 다물고 숨을 고를 휴식시간이 주어져야 하지 않는가? 정말 상담사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우선해야 할 일인가?”라고 분노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휴게시간이 없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며, 콜 수 압박에 쉬는 시간이 있어도 맘 편히 쉬지 못하는 현실에 고용노동부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 콜수와 응답률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인센티브 적용 유예로 숨 쉴 틈을 주고 이를 통해 코로나 감염병을 예방해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콜센터를 많이 운영하고 있는 정부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반대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사업장 방역을 책임지는 고용노동부나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행정안전부에게 콜센터 노동자들은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분노했다. 또 “노동자가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 콜센터 노동자들에게는 숨 쉴 시간을 주지 않고 단속의 대상으로 여기는 정부가 과연 노동자의 건강을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