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노조] 민주노총전북본부 허승혜 선전차장 인터뷰
민주노총전북본부 가맹산하 조직 인터뷰 <어쩌다 노조> 코너입니다. 노동조합이 불온시되는 사회에서도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던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네번째 인터뷰 주인공은 올해 민주노총전북본부 상근활동을 시작하신 허승혜 선전차장입니다. 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셀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Q. 코너 제목에 딱 맞는 인터뷰이가 아닐까 싶은데요, 어쩌다 민주노총지역본부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정말 어쩌다가 하게 됐어요. 어쩌다 작년 선거사무원으로 알바를 하게 됐는데, 그 때 민주노총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단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주 조금은 알게 됐어요. ‘이런 세계도 있구나.’ 정도였던 것 같아요. 단순히 알바에서 끝날 줄 알았던 민주노총과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 줄도 몰랐죠.
알바가 끝나고 얼마 뒤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어요. 민주노총에서 함께 일을 해보는 것에 대한 제안이었어요. 정말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제안이라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어요. 그 다음으로는 의심과 두려움이 찾아왔죠. 민주노총과 노동조합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제가 과연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싶었어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사실 올해 배우고 싶었던 거, 하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계획이 그려져 있었거든요. 이미 계획이 있으면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 왜 굳이 어렵고 잘 모르는 길을 선택 했는가. 의아할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솔직한 마음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는데요, 그 마음 이전에 들었던 생각이 있었어요. 저는 제가 몰랐던 벽 너머의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된 것과 같아요. 알바를 통해서 문을 조금 열어봤고, 이 정도면 됐어 싶어서 돌아가려고 했던 제 손을 잡으신 거죠. 그 손을 놓을까, 잡을까 고민했을 때 문득 떠오른 생각은 내가 지금이 아니면 이 세계에 발을 담글 일이 있을까 이었어요. 물론 제가 노동자로써 이 사회를 살아가며 언젠가 만났을 수도 있었겠지만, 민주노총에 대해 자세히 알고 이해하고 싶었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뿐일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손을 덥석 잡았죠."
Q. 전북본부 사무실에 첫 출근했을 때 느꼈던 인상은 어땠어요?
"제가 출근한 시기가 대의원대회를 준비하고 있던 시점이어서 정신없었어요. 대의원대회가 뭐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멀뚱멀뚱 있다가도 다들 저를 신경써주시고 챙겨주시고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고 해서 감사했어요.
그러다가 자료집 오타나 전체적인 틀을 같이 수정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 때 첫 야근을 했었죠. 피곤했는데 나도 뭔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
Q. 바깥에서 보던 민주노총과 안에서 바라보는 민주노총에 다른 점이 있다면?
"제가 여기에서 일하기 전에는 민주노총이란 단체가 있었는지도 몰랐어서...다른 점을 말하고 싶어도 할 말이 없네요. (허허허)"
Q. 지금 전북본부에서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릴게요.
"저는 현재 선전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 교육선전 담당으로 있었는데, 최근에 또 사무실에 식구가 늘어서 교육과 선전이 분리가 되었습니다. 교육이 좀 부담스럽고 아직 저에게는 어려운 파트였는데 행복하네요. (하핳) 그래서 현재 선전업무만 담당하고 있는데요, 웹자보나 월간 소식지 등을 제작하고 SNS관리도 하고 있습니다."
Q. 선전이란 건 ‘많은 사람이 알고 이해하도록 잘 설명하여 널리 알리는 일’이라고 사전에 나오는데요. 민주노총의 선전은 그에 부합하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우선, 내용과 말이 어려워요. 현재 제가 일을 시작한지 반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너무 많고 민주노총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어색하고 어렵고 그래요. 그 어려운 말들을 풀어서 쉽게 표현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조합원을 대상으로 선전할 때는 물론이고 대외에 선전할 때는 더더욱 그렇고요.
직접 제작하는 저도 눈에 잘 안 들어오는 내용들이 많아요. 하나하나 뜯어서 이해해보려고 하면 알 수 있지만, 그래서 조금이라도 쉽게 만들고 싶어서 고민도 해보고 물어보고 하는데도, 거창한 말들을 풀어서 간단하게 만드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쉽게 전달하는 문제는 앞으로 계속 제가 더 배우고 도움을 받으면서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대외에 선전할 때는 조금 더 가볍게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민주노총을 물론 가볍게 볼 수 있는 단체가 아니지만, 그 무게와 분위기가 밖에서 바라봤을 때 선뜻 들어오기가 부담스럽고 어려운 느낌이 있거든요. 아무리 열심히 민주노총의 의제를 담은 선전물을 만들어도 민주노총의 이미지로 다가오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요."
Q. 그 점에서 특별히 더 챙기는 작업이 있나요?
"저는 SNS에 사람들이, 특히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만한 콘텐츠를 올리려고 노력해요. 그런 고민 속에서 만들어진 게 4컷 만화였고, 실제로 외부에서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씩 관심을 주시더라고요. 만화를 그리는게 쉽지 않지만 계속 꾸준히 그려보려고 합니다."
Q. 전북본부에서 활동한지 벌써 8개월이 넘게 지났어요. 지난 8개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하나 꼽아주세요.
"노동절 때 퍼포먼스로 박터뜨리기를 했는데요, 그거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터지는 장면 꼭 촬영해야지 생각하면서 설렜거든요. 당일에 두 팀으로 나눠서 진행됐잖아요. 저는 파란색 박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빨간색박이 먼저 터지면서 환호소리가 엄청 크게 들리기에 파란색 박 터지면 진짜 멋있겠다 했는데, 눈 깜빡할 새에 박이 그냥 바닥에 툭 떨어져서 깨졌어요. 어이가 없었죠. 심지어 총무국장님이랑 같이 촬영하고 있었는데 총무국장님도 파란색 박을 찍고 계시더라고요... 저희 둘 다 멍 했어요. 나중에 영상 만들 때 멋있게 사용하려고 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요...(눈물)"
Q. 민주노총 활동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있을 텐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들죠?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그러다보니 선전물을 제작할 때도 금방 한계에 도달하고 도움을 청하죠. 만드는 사람이 내용을 이해해서 제작하는 것과 느낌만 알고 제작하는 것에 전달력은 확실히 다르잖아요. 잘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자꾸 생기는데 머리가 못 따라가니까... 자신 있는 디자인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중입니다. (하핳)
그리고 제 또래가 거의 없고 대부분 나이차가 많이 나다보니 대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요."
Q. 올해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일은 무엇이 있었는지 들려주세요.
"제가 선전업무를 하다보니까 역시 선전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올 때 가장 뿌듯하더라고요. SNS를 관리하면서 민주노총전북본부의 게시물들이 더 많이 노출되기 시작했고, 팔로워도 많이 늘었어요! 팔로워가 다는 아니지만 숫자로 직관적인 변화가 보이니까 뿌듯하더라고요.
그리고 전에 인터뷰 했던 미소유니온 조합원님의 싸움(관련기사 : “되게 작은 단검이었는데 장검으로 변한 느낌이었죠”)에 아주 작은 힘을 보탰을 때 인거 같아요. 각 산별 단위마다 너무 많은 현안들이 있지만 아직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런데 미소유니온 조합원님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함께 피케팅을 할 때 ‘함께 싸운다’ 라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피케팅하는 중에 사업주가 내려와서 큰 소리를 치며 방해할 때가 있었는데, 함께 피케팅 하고 있던 위원장님이랑 국장님이 맞받아치면서 조합원님을 보호해주신 적이 있거든요. 그 때 저도 저렇게 다 받아치고 싶다, 당당하게 소리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공부하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이었어요."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민주노총 활동가로서 무슨 일을 해보고 싶어요?
"목표가 있지만 그건 비밀이구요. (호홓) 활동가로서는 너무 거창한 것 같고요... 정말 엄청 사소한 바람인데요, 어떤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바로 이해하고 그 대화 속에서 함께 화내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아직까지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다보니 바로 대화에 참여를 하면서 공감을 하거나 받아치는 게 안 되거든요.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야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