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이유로 동종업계 중 유일하게 2년째 직원식당 폐쇄
한국에서 평균대비 높은 매출에도 불구하고 한국노동자들 기준시급은 미국의 절반
1년 넘는 교섭에도 경영진은 ‘전체 사원의 요구가 아니다’ 노동조합 무시로 일관
벌금까지 납부해가며 직장내 어린이집 설치 의무인 한국법 무시하는 코스트코

11월 2일, 마트산업노동조합 코스트코지회는 코스트코 역사상 처음으로 쟁의행위에 돌입한다. ⓒ 서비스연맹
11월 2일, 마트산업노동조합 코스트코지회는 코스트코 역사상 처음으로 쟁의행위에 돌입한다. ⓒ 서비스연맹

‘주주보다 사원을 존중한다’는 코스트코에서 일하는 한국 노동자들은 직원식당이 2년넘게 폐쇄되어 컵라면과 자판기 음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한다. 아플 때도 제대로 된 병가제도가 없어 참고 일하는 것이 일상이다. 최대 5일의 병가가 있지만, 무급휴직을 하루라도 사용하면 다음해 병가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들 소지품을 검사하고, 핸드폰 사용을 금지하며, 직장 내 문서배포, 게시, 집회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곳 ‘사원존중’ 코스트코에서 일하는 2021년 한국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미국기업 코스트코가 한국에 진출한지 26년. 마트산업노동조합 코스트코지회(이하 코스트코지회)가 코스트코 광명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쟁의행위 돌입을 선포했다. 1년동안 25차례의 교섭이 진행되는 동안 코스트코는 ‘조합이 사원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충분한 혜택을 주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발언하고 있는 박건희 마트산업노동조합 코스트코지회장. ⓒ 마트산업노동조합
발언하고 있는 박건희 마트산업노동조합 코스트코지회장. ⓒ 마트산업노동조합

박건희 코스트코지회장은 “코스트코는 법률준수를 이야기하며 법에 정해져있지 않은 것은 해줄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지키고 있는 법이 무엇이냐”며 “법에 정해진 직장내어린이집 설치(양재점, 광명점)도 가중벌금까지 납부하며 설치를 미루고, 정해진 영업시간보다 일찍 문을 열어 불법영업을 하다가 노조의 무제제기와 각 지자체의 시정조치를 받고서야 중단”했다며 코스트코의 이중적 태도를 규탄했다. 또, “노동자가 신청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연차사용도 회사와 협의하고 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법률준수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직원은 매출과 주주이익을 위한 도구, 한국법은 무시해도 그만인 것이 한국코스트코의 경영철학

연대발언에 나선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미국 코스트코 최저시급은 17달러, 최고시급은 27.2달러로 3만원 수준으로 한국의 임금은 미국의 절반 밖에 안된다. 전세계에서 한국은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임금은 절반 밖에 안되는 곳이 한국 코스트코이다”라며 코스트코의 모순적인 글로벌 기준을 꼬집었다.

연대발언에 나선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 마트산업노동조합
연대발언에 나선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 마트산업노동조합

또한, “노동법에 보장하는 직장내 쟁의행위도 취업규칙에서 금지, 연차사용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상시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에 직장내 어린이집을 설치하게 되어있는데도 설치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의 법은 무시해도 된다는 것이 코스트코의 경영철학”이라며 “코스트코 코리아의 작태를 보면, 갑질하는 미국자본가라는 말이 떠오르고, 검은머리 미국인이라는 말이 생각날 수 밖에 없다”며 한국법을 무시하는 코스트코 코리아를 규탄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병가제도 개선하라! 

연대발언에 나선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위원장. ⓒ 마트산업노동조합
연대발언에 나선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위원장. ⓒ 마트산업노동조합

연대발언에 나선 주재현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사람의 몸이 유급휴가에 맞춰 아플 수 있냐”면서 “5일 유급휴가에서 하루라도 초과하면 다음해에 유급휴가가 없어지는 상상도 못할 병가제도가 있는 곳이 코스트코”라면서 “무거운 상품, 끝없이 들어오는 물량, 높은 매대와 고객을 상대하며 다치는 마음들을 회사는 직원들이 회복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플 때 충분히 치료받고 다시 출근해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노동조합의 요구를 코스트코는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혜연 이케아 광명점 분회장은 “코스트코가 돈만 앞세워 노동자들을 얼마나 홀대하는지, 이용하는 고객들은 알고 있다.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면서 한국법은 지키기 싫다는게 코스트코”라면서 “코스트코가 한국을 미국의 돈줄로 여기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코스트코를 꾸짖어주고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무분별한 연차사용은 동료들에게 해를 끼치는 이기적 행위라는 코스트코코리아’

현장의 실태를 폭로한 이승민 조합원. ⓒ 마트산업노동조합
현장의 실태를 폭로한 이승민 조합원. ⓒ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코스트코에서 근무하는 현장조합원들의 고발이 이어졌다. 광명점에서 일하는 이승민 조합원은 “조민수 대표와 광명점 점장은 ‘무분별한 연차사용은 동료들에게 해를 끼치는 이기적인 행위이며 이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이 서로를 감시하게 하고, 눈치보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후 직원식당을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직원들이 도시락과 컵라면을 먹는 공간 바로 옆에는 신발장이 있다. 또한, 모두가 고생한 결과인 성과급은 특정 직급에만 제공되고 있다”며 코스트코코리아의 기만적인 ‘사원존중’ 문화를 꼬집었다.

함께 광명점에서 일하는 안효진 조합원은 “6년차 근무중인데 회사 매출이 수십억을 올려도 처우개선을 하지 않겠다는 코스트코의 근본문제는 대기업의 횡포를 제대로 막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법”이라고 주장했다.

코스트코 노동자들의 요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의 대표요구 중 하나는 아프면 좀 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코스트코가 제공하는 5일의 병가로는 아팠을 때 몸을 제대로 치료받고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작년 8월 노조 설립 직후 코스트코 노동자 6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사이 업무관련 사고나 질환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63%에 달하며, 진단서대로 치료받고 급여를 보장받는 병가제도 개선요구는 95%가 찬성하며 지지를 보냈다.

노동조합은 앞으로 매장안팎에서 파업을 포함하여 다양한 항의행동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미국기업이 한국에서 수조원을 벌어가며, 한국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 하나 제공하지 않고, 한국법을 무시하는 이중성을 전 국민에게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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