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열린 부산민중행동(준) 주최 ‘공무원·교사도 국민입니다. 정치기본권 보장하라!’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정치기본권이 없어 들을 수도, 말 할 수도, 볼 수도 없는 공무원과 교사의 현실을 빗댄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이윤경 기자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10월 7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열린 부산민중행동(준) 주최 ‘공무원·교사도 국민입니다. 정치기본권 보장하라!’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정치기본권이 없어 들을 수도, 말 할 수도, 볼 수도 없는 공무원과 교사의 현실을 빗댄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이윤경 기자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공무원·교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고 민주국가의 척도이다.

87년 항쟁 이후 우리사회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120만 공무원과 50만 교원이 천부인권인 정치기본권과 노동기본권을 여전히 제한당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많은 국민들은 본래부터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제헌헌법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어 당시에는 공무원을 비롯하여 누구나 정치활동이 가능했다.

그 과정에서 뼈아픈 흑역사가 있었다. 이승만 독재시절 1960년 3·15 대통령선거에 공무원 등이 지위나 직무를 이용한 관권 부정선거에 조직적으로 동원되어 4·19혁명이라는 민중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새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4·19혁명 직후 1960년 6월 15일 헌법을 개정할 때, 헌법 제27조 2항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보장’을 신설하였다.

그러나 헌법에서 법률로 ‘보장’하기로 한 공무원의 직무상 정치적 중립에 관한 법률이 채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5·16 군사쿠데타가 발생했고, 박정희 군사정부는 1963년 국가공무원법을 만들면서 제65조에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을 넣었다. 이로써 ‘보장’ 받아야 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오히려 ‘정치활동 금지’로 둔갑했고,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에도 버젓이 살아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며 공무원과 교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과거 적폐정권에서 공무원과 교원은 SNS에 ‘좋아요’ 한 번 눌러도, 4대강 사업이나 국정역사교과서 정책 비판, 시국선언만 해도 어김없이 징계와 처벌이 뒤따랐다. 정당에 월 1만원 후원했다는 이유로 1,830명의 공무원과 교원이 형벌을 받거나 해직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10월 1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비롯한 공무원·교원 제 단체는 헌법에 보장된 정치적 의사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낡은 족쇄를 스스로 끊어버리고, 국민의 정당한 지위와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공무원·교원 정치기본권 보장 10만 입법청원’에 돌입하여 23일 만에 10만 명을 달성하는 경이로운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현장의 공무원노동자와 교원노동자들이 얼마나 정치기본권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지를 반증하는 결과다.

하지만 국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제정한 ‘국민동의청원’제도를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였다. 청원 법률이 접수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지만 기초적인 논의조차 되지 않고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이쯤 되면 국민청원제도는 사문화되어 쓰레기통에 처박힌 형국이다.

온 인류에 성숙한 민주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촛불항쟁 보유국,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OECD에 가입한 모든 국가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보장하고, ILO와 국가인권위원회도 관련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도 변화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관련 심판 청구에 잇따라 진보적이고 전향적인 판결을 내리고 있다.

전호일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2021년 노동절을 앞두고 4월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무원·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이 주어지는 것은 국제적인 규범이고 시대적인 흐름”이라며 하반기 총파업에 적극 복무할 것임을 강조했다. ⓒ 송승현 기자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전호일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2021년 노동절을 앞두고 4월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무원·교사에게 정치기본권이 주어지는 것은 국제적인 규범이고 시대적인 흐름”이라며 하반기 총파업에 적극 복무할 것임을 강조했다. ⓒ 송승현 기자 / 노동과세계 자료사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공무원과 교원에게 정치자유를 달라”는 정당한 외침에 정부와 국회는 제대로 화답해야 한다. 그동안 양식 있고 깨어있는 여러 선량들이 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는 국민동의청원 제도의 취지를 더는 훼손하지 말고 즉각 법안 개정에 나서야 한다. 국가·지방공무원법,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무원·교원노조법 등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의 모든 독소조항을  과감히 걷어내어 빼앗긴 국민의 지위와 권리를 온전히 돌려줘야 한다.

스무 살 청년 공무원노조는 헌법정신을 왜곡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모든 차별과 불평등에 종지부를 찍고, 평등과 공정의 가치가 제대로 구현되는 사회대전환 시대의 든든한 마중물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그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다.

전호일 공무원노조 위원장.
전호일 공무원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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