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규탄 기자회견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이태원 참사 유족과 시민들이 함께 마련한 서울시청 시민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겠다고 서울시가 예고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수많은 시민과 대책회의 활동가가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모여들었다. 결국 서울시가 계고한 시점 분향소가 철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민과 활동가들은 분향소를 사수하고 있다.

서울시의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규탄 기자회견이 6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시민분향소 앞에서 열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이하 유가협)와 민주노총 등이 포함된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가 주최했다.

기자회견은 서울시가 지난 4일 이태원참사 유족들과 시민들이 설치한 시민분향소에 대해 ‘공익적 이유’를 대며 급작스럽게 철거를 계고한 시각에 맞춰 열렸다. 1시 이전부터 서울시를 규탄하는 시민들과 활동가들, 취재진이 모이며 시민분향소 인근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파가 몰리자, 결국 서울시는 계고한 시점에 강제철거를 시도하지 않았다.

시민분향소는 지난 4일 경찰과 서울시의 방해속에서도, 유가족과 시민들의 힘으로 설치된 바 있다. 당초 추모공간 마련에 협조하겠다는 서울시장의 약속을 믿고 유가족들이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인근 세종로공원에 분향소 설치를 타진했지만, 서울시는 분향소와 함께 100일 시민추모대회를 위한 광화문 북광장 사용도 불허했고, 사실상 경찰을 동원해 광장을 봉쇄했다.

분향소를 설치 과정에서는 경찰과 용역들이 무리하게 시민들 사이로 진입하며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했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이과정에서는 유족이 실신하거나 다치는 상황도 발생했다. 분향소를 설치한 지 6시간 만에 서울시는 계고장을 들고와 2월 6일 오후 1시까지 자진철거하지 않을시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추모를 침묵시키려는 노골적인 조치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한 유가족이 위 난로를 들어가려다 경찰에 가로막혀, 몸싸움을 하다 땅에 머리를 부딪혔다.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한 유가족이 위 난로를 들어가려다 경찰에 가로막혀, 몸싸움을 하다 땅에 머리를 부딪혔다. ⓒ 김준 기자
6일 유가족이 병원에 실려가자 오세훈 시장에게 항의하며,  사과를 촉구하는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 ⓒ 김준 기자
6일 유가족이 병원에 실려가자 오세훈 시장에게 항의하며,  사과를 촉구하는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 ⓒ 김준 기자

시민분향소를 고립시키려는 움직임도 계속되는 중이다. 경찰은 차벽과 펜스를 설치하고, 경찰력으로 분향소를 에워싸면서 조문하려는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1인 시위를 위한 피켓 반입도 전면 차단됐다.

서울시는 한 유족이 분향소를 덥히기 위해 가져온 작은 난로도 막아섰다. 시가 난로 반입을 저지하고, 유족이 이와 대치하는 과정에서 유족 3명이 병원에 실려가는 일도 발생했다.

기자회견 맨 앞에 앉은 나머지 유족들은 빨간 목소리로 서로를 묶고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많은 시민분에게 보이기 위해 왔다. 그런데 서울시와 정부는 이곳조차도 안된다며 나가라고 한다"면서 "살아있는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지만, 죽어서 여기로 온 아이들은 끝까지 지키겠다는 각오로 목도리를 묶고 한 몸으로 연대할 것"이라고 외쳤다.  

6일 경찰은 유가족이 시청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펜스를 쳐놨다. ⓒ 김준 기자
6일 경찰은 유가족이 시청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펜스를 쳐놨다. ⓒ 김준 기자

분향소를 시민의 기억 속에서 지우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이종철 유가협 대표가 증언했다. 이 대표는 발언을 통해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전화해 분향소 장소로 녹사평역 지하 4층을 검토하자고 했다. 좁고 어두운 이태원 골목에서 희생자가 죽었는데, 우리들도 녹사평역 굴속으로 들어가야 하나”며 “유족의 목소리가 조용히 사그라들 때까지 숨도 못 쉬고 똑같이 죽으라는 말”이라고 전한 뒤 “왜 유족들이 방치되고 따돌림당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가슴을 쳤다.

기자회견에는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기본소득당 정치인과 각 종교계 인사들도 함께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류호정 의원은 “시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정부가 도리어 시민의 눈에 피눈물을 낸다. 오늘 이곳 분향소는 정부가 먼저 설치해야 했고, 대통령과 장관, 서울시장이 유가족의 손을 잡아 드렸어야 했다”고 규탄한 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권력의 안위와 유지에만 혈안이다. 이는 갑질 중의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이창민 변호사 (민변 10. 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는 분향소는 10. 29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감정에서 비롯된 ‘관혼상제’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는 과거에 수차례 분향소의 설치가 규제대상이 아닌 ‘관혼상제’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어, 철거 명령을 내릴만한 정당한 이유가 애초에 없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48시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계고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은 채, 공익적 이유도 없이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겠다는 것은 절차적으로도나 내용적으로도 위법하다고 비판했다.

분향소는 애초에 정부 합동분향소가 있던 자리 인근에, 더 작은 규모로 설치됐다. 대책회의즌 “누구나 광장을 통행할 수 있도록 시청건물에 가까이 설치되어 통행에 문제가 없어 불특정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이 방해될 것이라는 주장은 억측일 뿐”이라고 자르며 “오히려 불필요한 충돌과 안전의 위험을 야기했던 것은 서울시와 경찰”이라고 규탄했다.

서울시가 진정 충돌 또는 안전의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면,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시민분향소를 철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유가족들과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지를 강구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6일,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한 유가족이 병원에 실려가자, 다른 유가족들이 항의하며 시청 앞으로 향했다. ⓒ 김준 기자
6일,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한 유가족이 병원에 실려가자, 다른 유가족들이 항의하며 시청 앞으로 향했다.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발언하는 이종철 대표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발언하는 이종철 대표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발언하는 이정민 부대표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발언하는 이정민 부대표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이후 분향하는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 민주노총
6일 시청 앞 분향소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청 분향소, 철거 예고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 이후 분향하는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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