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정의 조항은 ‘그대로’ 사용자 정의는 ‘확대’
2조 5항, 현재 노동조건으로도 쟁의행위 가능해져
3조 ‘개인에 손배 금지’와 ‘청구액 상한선’은 삭제
김영진, "패스트트랙 타고 본회의로 직회부 될 듯"

15일 국회 앞에서 열린 '환노위, 노조법 2·3조 개정 즉각 처리 촉구 결의대회' ⓒ 김준 기자
15일 국회 앞에서 열린 '환노위, 노조법 2·3조 개정 즉각 처리 촉구 결의대회' ⓒ 김준 기자

노동자와 사용자 정의를 현실에 맞게 바꾸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무력하게 만드는 ‘손배폭탄’을 금지해야 한다는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수정된 채 국회논의 첫 단계를 통과했다. 법개정 필요성이 입법 발의를 통해 제기된 지 20년여만에 처음으로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른 노조법 2·3조개정이 15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것이다.

환노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제2조 ‘정의’ 가운데 노동자를 정의하는 항은 현행 유지된다. 사용자의 정의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됐다. 이는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조항으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지위에 놓이게 된다는 설명이 따른다.

2조 5호의 ‘쟁의행위의 정의’의 경우, ‘근로조건의 결정’을 ‘근로조건’으로 수정했다. 이는 교섭 등의 과정을 통해 미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만 허용된 쟁위행위의 범위를, 지금의 노동조건으로도 확대하기 위함이다. 현행법은 임금 등 단체협상과 관련된 이익분쟁에 대해서만 쟁의행위가 가능하다고 봤다.

3조의 내용을 살펴보면, 운동본부와 정의당이 핵심적으로 수정발의한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배청구 제한’과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액을 제한’하는 내용이 반영되지 못했다. 법원이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은 개정안에 포함됐다.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은 이에 약평하며 “전체적으로 보면 3조 손배관련해 개인배상과 단순파업이 제외된 부분과 2조 1호 노동자 정의 부분이 빠져 있어 미흡한 측면이 있지만, 2조 2호 사용자 정의를 확대해 노조법체계 안에서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과 2조의 5호 권리분쟁까지 쟁의행위의 범위가 확대된 부분은 커다란 진전으로 본다”고 전한 뒤, “민주노총은 남은 국회처리 과정에 집중할 것이며 미흡한 부분이 채워지는 완전한 노조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환노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대해 민주노총과 노조법개정 운동본부, 금속노조 등은 보다 자세한 입장을 오는 16일 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의당은 총평하며 “2조 개정으로 많은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원청 사업주를 대상으로 교섭하고 쟁의도 할 수 있어 당연히 법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보면서도 “하지만 3조 개정안은 노조의 활동을 봉쇄, 위축시키기 위한 손배를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지는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환노위가 열린 시각, 국회 앞에서는 제대로된 노조법2·3조 개정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임금을 받고 자신의 노동을 팔아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동조합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법이 그것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노조법 위조의 개정을 요구해 왔다”며 “수십년간 외쳐온 이야기가 이제야 논의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노조법 2·3조의 결정 자체를 부정하고, 노동자들의 문제에 앞장서 해결해야 할 노동부는 국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의 부당함을 말하고 있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노라 공언한다. 이것을 돌파하는 힘은 우리의 투쟁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더해 “지난해에는 많은 노동자들이 30일간 곡기를 끊고 절박하게 요구했다. 이제 그 결과를 내야 할 시점이다. 노조법 2·3조의 개정은 노동자들이 최소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라고 강조한 뒤 “최소한 사용자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는 공평한 운동장을 만들자. 민주노총의 투쟁으로 반드시 노동자들의 권리를 만들어 내자”고 전했다.

이밖에도 이날 결의대회에는 특수고용노동자 당사자와 간접고용노동자 당사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노래패 ‘맥박’과 민중가수 임정득, 박준도 무대에 올랐다. 문화예술 ‘노동자’로서 블랙리스트 이후(준)의 정윤희 디렉터도 발언했다. 오늘로 단식 3일차를 맞은 노조법 개정운동본부 공동대표인 남재영 목사의 발언으로 결의대회는 마무리됐다.

법안소위를 마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영진 환노위 법안소위 위원장은 기자브리핑에서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을 통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 될 것으로 봤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위원장으로, 이를 통과시킬 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법안소위를 거친 개정안은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되면 법사위에 올라가게 된다. 법사위에서 이를 검토하지 않고 60일간 계류하게 되면 개정안은 다시 환노위로 돌아오게 된다. 이때 해당 상임위에서 5분의 3이상이 찬성하게 되면 이는 국회 본회의에 곧바로 회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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