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임원이 SPL지회장에게 재가동 합의서 강요”

▲지난해 10월 SPL 평택공장 중대재해 사망사고, 철저한 원인조사와 경영 책임자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 현장
▲지난해 10월 SPL 평택공장 중대재해 사망사고, 철저한 원인조사와 경영 책임자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 현장

SPC 평택공장 SPL은 지난해 10월 15일 오전 6시 20대 여성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샌드위치 소스 교반기 라인을 지난달 27일 재가동했다. 재가동 전에 본사 임원이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에게 재가동 합의서를 강요해 논란이다.

강 지회장이 재가동 합의를 거절했음에도 사측은 재가동을 강행했다. 28일에 화섬식품노조는 SPC 평택공장 사망사고 SPL 샌드위치 라인 재가동에 대해 “재가동 합의서를 강요한 SPC를 규탄한다”며 “노동부 인가서류와 노사협의회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고 당시 교반기에 끼임 방호장치 등 기본 안전설비가 없었고 사고 직후 천을 둘러놓고 해당 라인을 재가동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시민들은 파리바게뜨 등 SPC그룹 계열사 제품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21일 대국민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3년간 총 1천억 원을 안전관리 강화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부터 사고원인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싸워왔던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허영인 회장의 기자회견 이후 대국민 약속이 지켜지는지 예의주시해왔다.

지난해 말 노동부가 발표한 SPC그룹 기획 감독 결과에 대한 논평을 통해 허영인 회장이 약속한 안전경영위원회 운영에 화섬식품노조 SPL지회 참여 보장과 1천억 원 투자 집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것이 SPC 계열사 87%(52개소 중 45개소)에서 드러난 심각한 수준의 안전보건 실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의 형식적인 기자회견처럼 여전히 반성은커녕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였다. 공정 재가동 1주일 전이었던 2월 21일 본사 임원을 내세워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에게 “요즘은 분위기 어떠냐?”며 떠보더니 23일 다시 합의서라고 쓰여 있는 종이에 서명을 요구했다.

이에 강 지회장은 “내가 왜 서명을 해야 하나, 그렇게 급한 거면 진작 와서 라인 재가동을 위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설명도 해주고 보여주지 그랬냐”며 서명을 거부하자 그 자리에서 합의서가 아니라 확인서라며 합의서 글씨를 펜으로 지우고 확인서라고 적으며 다시 한번 서명을 강요하는 만행을 자행했다.

화섬식품노조는 성명을 발표하며 ▲재가동 합의서를 강요한 책임자에 대한 징계와 사과 ▲작업공정과 근무 형태 개선 없는 재가동 반대, 노동자 생명권 보장 ▲샌드위치 라인 재가동에 관한 노동부 인가서류와 노사협의회 회의록을 공개 ▲노동부 기획 감독 세부 결과와 집행했다고 하는 후속 조치 내용의 공개▲화섬식품노조 SPL지회의 안전경영위원회 참여 보장과 1천억 안전 투자 집행과정의 투명 공개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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