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언제까지 헌법적 권리 예외로 둘 것인가
장애인 최저임금법 개선 국회 토론회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11일 오전 11시 장애인 최저임금법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 조연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11일 오전 11시 장애인 최저임금법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 조연주 기자

노동계가 2024년 최저임금 최초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000원(월 209시간노동기준 250만8000원)을 발표하며 최저임금 투쟁의 시작을 알린 가운데, 경영계가 최저임금 전원회의에서 해마다 요구하는 ‘업종/지역 등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현실화 될 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골적으로 친재벌 정책을 펼치는 윤석열 정권을 등에 업고서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실현 될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장애인(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차별 적용’은 이미 현실의 이야기다. 최저임금법 7조 (최저임금의 적용제외)에서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제외 규정은 헌법적 권리의 예외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11일 오전 11시 장애인 최저임금법 제도 개선 토론회를 국회도서관에서 열고 이같은 차별적인 현실을 지적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의 문제점과 실태를 발제하며 “ 최저임금의 취지는 근로능력이 아니라 적정한 노동소득 보장을 통한 삶의 질 보장이기 때문에 반헌법적이라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애인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함으로써 장애인노동자의 생활안정이나 노동력의 질적 향상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됐다”고 지적했다.

2021년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이 장애인 보호작업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노동자의 임금은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며 노동조건도 열악한 상태에서 일했다. 당시 일했던 장애인노동자들의 임금은 10만 원에서 90만 원 정도였다. 한 연구참여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매일 나와서 5시 40분까지 일하지만 받는 돈은 10만 원 미만이다.

법률로서 장애인은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명시함으로써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에 장애인차별을 조장하고, 장애인노동에 대한 저평가를 공공연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명숙 활동가는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는 세 가지의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했다.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장애인차별의 공고화와 장애인노동에 대한 평가절하,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애인노동자들을 사회로부터 분리시키는 ‘보호고용’이라는 이름의 노동시장의 형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제는 임금격차를 줄이고 소득분배의 효과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사회국가의 원리라며, 7조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노동자의 일자리 창출 계획 등, 최저임금 7조의 삭제 이후의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최저임금법 제7조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 조항임이 명백하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 삭제와 장애인 공동일자리 확대 2014년 1차 최종 견해, 2022년 2·3차 최종 견해를 통해서 최저임금법 제7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최저임금 이하의 보상을 받고 있음을 우려 표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더해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들이 주로 일하는) 직업재활시설은 태생부터 경영난을 안고 태어나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도 할수 없고, 장애인 노동자를 경쟁 노동시장으로 이전하는 데에도 효과적이지 않다. 특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서비스가 부족함에 따라 직업재활시설이 땜질하고 있는 기능일 뿐이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들에게 최저임금도 주지 않으면서 억지로 ‘정상적 노동력’이 되도록 훈련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들이 현 존재 그대로 수행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이상의 사회적 가치 창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게 더 적실한 대안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미 ‘최저임금을 받지 않고도 일할 권리’를 누리는 이들이 만여 명 가까이 현존한다는 사실은 언제든 모든 노동자의 삶을 위협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꺼내면서 “현행법상으로도 시행할 수 있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막아내고, 모든 저임금 노동자가 최저임금제로 최소한의 생활 안정이라도 보장받기 위해, 최저임금제 전면 개편 투쟁에 장애계-노동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인상 국회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장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 삭제 개정안 검토에 대해 “최저임금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함으로써 본래적 기능인 ‘최저임금 수준의 확보’를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임금과 복리후생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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