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용보증재단 본사 캐노피에 대형 현수막이 내려졌다. 18일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컴컴한 새벽, 두 여성 콜센터 노동자가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봄이 피어나는 4월, 유독 강한 비와 바람이 예고된 추운 오늘의 날씨에는, 더 물러설 곳 없는 박영임, 진기숙의 절규가 담긴 듯 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정부 지침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던 중 콜센터 인원 1/3에 달하는 인원을 해고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항의하며 상담노동자들은 28일부터 오늘까지 재단 앞에서 22일 째 노숙농성을 이어 오고 있다가 투쟁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의 임지연 지부장은 오전 8시 30분 열린 약식집회에서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쥐고 눈물을 삼키며 두 동지에게 안부와 결의를 전했다.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면서도 두 동지가 안전하게, 웃는 모습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약속했다.
높은 곳에서 이 약속을 전해듣던 두 조합원들도 눈물을 닦는다. 이내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동지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투쟁'을 외친다. 판초 우의 후드에 가려진 농성자들의 얼굴을 결연함이 채운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소상공인 보증 지원 등의 업무를 맡던 고객센터(콜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논의테이블을 펴는 대신 정리해고하고,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옮기는 안을 제시하며 사실상 ‘노동자 밀어내기’를 자행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