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시 따르며 노동개악 주도 권순원 자격없다”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 공익위원 전원 불참
양대노총, 권순원 사퇴촉구 기자회견 열고 규탄나서

18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회의장에서 열린 2023년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장을 찾은 노동자들이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18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회의장에서 열린 2023년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장을 찾은 노동자들이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양대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를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선봉’으로 지목하며 사퇴를 강력히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1차 최저임금 전원위원회에 권순원 위원과 박준식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이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2024년 최저임금결정을 위한 첫 번째 전원위원회는 결국 무산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좌장이기도 한 권순원 공익위원이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는 주 69시간제 노동개악안을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질타했다. 정부의 상생임금협의회의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하는 권 위원은 한국의 임금수준이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같은 인물이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으로 참석하는 것은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18일 오후 3시 프레스센터 18층에서 예정돼있었다. 회의는 노동자위원(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모두발언까지 공개하고 언론 등이 퇴장, 비공개회의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끝내 엘레베이터 한 층을 내려오지 않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 송승현 기자
끝내 엘레베이터 한 층을 내려오지 않은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 송승현 기자

이에 양대노총은 한시간 전인 오후 2시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양대노총 조합원과 최저임금노동자 당사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모두발언을 기다리며 피켓팅을 진행했다. 예정된 시간이 훌쩍 지나도, 박준식 위원장과 권순원 공익위원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결국 19층 대기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노동자위원들은 회의 개회할 것을 요구했고, 행사 관계자는 “피켓팅을 하시는 분들이 퇴장하면 공익위원을 모시고 회의를 시작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에 회의를 참관하는 노동자들은 “우리가 최저임금 당사자다. 모두발언까지는 모두가 들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면서 개회 선언과 모두 발언 청취 후 퇴장하겠다고 했다.

50분여가 지나도 공익위원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과 권순원 간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노동자를 핑계 삼아 회의 개최를 미루고 있다”고 규탄했다.

더해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의 입장·개회 선언과 모두 발언 청취 후 퇴장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얘기했지만, 공익위원과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들은 노동자위원들의 회의 규정에 입각한 의사 전달에도 제시한 시한까지 답이 없어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한다고 밝히며 퇴장했다.

위원장의 개회선언과 개회사. 노-사-공 대표자들의 모두발언까지 공개를 하고 등록된 배석자 외에는 퇴장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관례를 지키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박준식 위원장과 권순원 간사, 최임위 사무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권순원 공익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기자회견을 마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권순원 공익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한편, 회의에 앞서 진행된 양대노총 주최 기자회견에서 박희은 부위원장은 “2020년, 2021년 역대 최저의 최저임금을 인상을 주도한 이가 바로 권순원 공익위원이다.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폐기하자 정부와 경영계의 입장에서 저임금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결정을 했다”며 “또한 2022년, 2023년 최저임금 결정에서 듣도 보도 못한 계산식을 들고 와 최저임금 결정구조 자체를 무력화시켰다. 최저임금제도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방식으로, 졸속적 심의를 주도하며 최저임금을 결정했한 자도 바로 권순원 공익위원”이라고 짚었다.

더해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을 맡아서 주69시간제를 노동개혁이라고 내놓고, 윤석열정부의 맞춤형 노동개악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임금인상을 할 것이 아니라 장시간 노동으로 임금을 벌어가라는 수준이다. 상생임금위원회를 통해 노동자들을 어떻게 하면 저임금으로 평준화해서 고착화할까 고심하는 사람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의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의 지침을 그저 따르는 자가 아닌 저임금노동자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제대로 된 심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전한 박 부위원장은 “최저임금위원회의 독립성, 공정성 보장을 위해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 촉구를 시작으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대폭인상과 제도개선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12,000원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기자회견을 마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12,000원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송승현 기자

권순원 공익위원이 재직중인 숙명여대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청소노동을 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숙명여대분회 김정희 비대위원도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김 비대위원은 “권 교수님이 권고한다는 내용을 보니 노동현장의 불확실성이니, 기속가능성이니 어려운말로 돌려돌려 얘기하고 있더라. 그러나 제 귀에는 ‘당신들 앞으로도 계속해서 먹고 살려면 더욱더 싼 값에 밤낮없이 일해야 한다’고 들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고 공익위원이시면 그러면 안되는거 아닌가, 권순원 교수님, 공익위원 사퇴하시고 차라리 사용자위원으로 회의에 참여하라. ‘나는 사장들 편이다’ 당당하게 이야기하면 차라리 화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노동계의 2024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은 시급12,000원(월 209시간노동기준 250만8000원)이다. 올해보다 24.7% 인상된 수치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임금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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