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가전업계 1위 세라젬...88% 성장하고도 노동자 토사구팽
3년 13회 방문점검서비스 약속, 문자 통보 하나로 감축
갑작스런 영업직 강요에 최저생계비도 무너졌다

의료가전 렌탈업계 1위인 세라젬이 방문점검 서비스를 감축하며 서비스부문에 대한 일방적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에 세라젬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세라젬 노동자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본사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세라젬 노동자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본사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세라젬지부는 11일 12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세라젬 본사 앞에서 ‘세라젬 노동자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를 열었다. 세라젬지부 설립 두 달 만에 열린 지부 최초 결의대회에 방문판매 관리직과 점검원, 설치‧수리기사, 행정매니저 등 거의 모든 직군의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세라젬 노동자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세라젬 노동자 생존권 보장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세라젬 노동자들이 직군을 초월해 결합한 것은 세라젬 사측의 조직개편이 그만큼 전방위적이고 일방적으로 진행된 탓이다. 세라젬은 3년간 13회 제공하던 정기방문점검 서비스를 1년 2회로 일방 축소하는 한편, 문자 통보를 통한 자가점검서비스 전환을 진행 중이다. 자가점검서비스 전환 문자를 보낸 후 답신이 없는 고객은 동의한 것으로 간주, 서비스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세라젬의 이런 서비스감축은 방문판매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일감 박탈, 구조조정 강요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은 세라젬의 서비스감축‧구조조정을 ‘노동자, 고객 모두에 대한 기만’으로 간주하고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현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이 세라젬 사측의 영업이윤 독식을 규탄하고 있다.
이현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이 세라젬 사측의 영업이윤 독식을 규탄하고 있다.

이현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오늘 이 시간부터 우리는 회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만 하는 노예 같은 삶을 버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세라젬의 구조조정을 경영진의 이윤 독식 행위, 업계 1위 달성의 주역인 노동자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행위라고 규탄하며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했다. 가전통신서비스노조가 세라젬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세라젬지부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세라젬지부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우리는 옳다, 우리는 이긴다”며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단결을 호소했다. 또 세라젬 경영진이 강남에서도 가장 땅값이 비싼 곳에 본사를 두고 영업이윤을 누리면서 노동자에게는 ‘10원 한 장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급여와 근로조건 일체를 노동조합과 합의해 정할 것을 촉구했다.

추선희 세라젬지부장이 사측의 일방적 서비스 폐지 정황을 보고하고 있다.
추선희 세라젬지부장이 사측의 일방적 서비스 폐지 정황을 보고하고 있다.

추선희 세라젬지부장은 사측이 방문점검서비스 감축을 넘어 아예 폐지하려는 정황을 보고하며 조합원들의 분노를 일깨웠다. 추 지부장에 따르면 9월 22일 ‘세라젬케어(방문점검) 서비스 종료 공문’이 카페와 백화점에 이미 전달됐으며 홈쇼핑 상담 문의에에서도 관련 내용이 삭제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즉각 관련 부서에 문의했으나 진위 파악 중이라는 답변만 받은 채 10월을 맞았다.

추 지부장은 “이 시간이 지나면 우리 일감은 모두 사라진다. 우리는 세라젬 직원이기도 하지만 각기 세라젬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MVP고객이기도 하다, 노동자이자 고객은 우리를 기만하지 말라”며 사측을 성토했다.

 김은정 조합원아 방문점검원을 대표해 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정황을 알리고 있다.
김은정 조합원아 방문점검원을 대표해 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정황을 알리고 있다.

이어 세라젬의 방문점검 관리직, 설치‧수리직, 방문점검원들이 각 직종을 대표해 발언에 나섰다. 방문점검관리직 종사자인 김숙향 조합원은 “세라젬이 영업이익 88% 이상 증가하며 놀라운 성장을 보였는데 현장관리직 모두 성과급을 받은 바가 없다, 게다가 영업 1건 이상을 해야만 최저 임금 이상이 보장되도록 급여 체계가 바뀌었다”며 사측의 영업업무 강요를 고발했다. “똑같은 세라젬 제품을 샀는데 누구는 3년 13회 서비스, 누구는 1년 5회 서비스, 누구는 2회 서비스, 어떻게 이렇게 서비스가 달라지느냐“며 사측의 구조조정이 고객에게도 불이익을 강요하고 있음을 알렸다.

설치‧수리직을 대표해 나온 전일 조합원은 “세라젠 제품 보급의 모세혈관 같은 역할을 한 게 우리인데도 동의 없는 제도 변경을 하고 있다”고 사측을 비판했다. 더욱이 설치‧수리직에 필수인 업무용 차량을 출퇴근시에 사용하지 못하게 해 실질임금을 삭감하는 등 노동자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 점을 집중 규탄했다. 사측의 이런 행태 때문에 세라젬 노동자들이 권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 찾기 위해 한목소리로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방문점검원 대표를 맡은 김은정 조합원은 “투쟁이란 말을 40평생 살면서 써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우리에게 투쟁만이 살길이며 이를 통해 꼭 이뤄야 할 목표가 생겼다”며 결의를 다졌다. 고객과의 소통으로 보람을 느끼며 일하던 중 최근 사측이 영업을 하지 않으면 기존 건당 수당에서 3천원씩을 삭감하겠다고 통보하는 한편, 규정이 명시된 출근, 교육수당도 변경 삭감했다는 것이다. 단체 상해보험 가입, 생일쿠폰 지급 등의 복지도 통보 없이 사라졌다.

김 조합원은 수당 삭감과 복지 삭제 등을 심각한 노동권 침해, 계약위반이라 지적하며 “영업을 하지 않는 직원은 최저 생계비도 보장하지 않는 게 세라젬 정신입니까? 회장님, 대표님, 여기가 구멍가게입니까?”라고 비판 강도를 높였다.

세라젬지부 교섭위원들이 교섭에 앞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세라젬지부 교섭위원들이 교섭에 앞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추선희 지부장을 비롯한 교섭위원들은 12일 있을 교섭에 세라젬 전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드시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세라젬의 일방통행 만행이 적힌 대형 현수막을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함께 찢는 퍼포먼스로 교섭 승리의 의지를 다졌다.

퍼포먼스를 위해 세라젬의 일방적 구조조정 상황이 적힌 대형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퍼포먼스를 위해 세라젬의 일방적 구조조정 상황이 적힌 대형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세라젬지부는 지난 5일 노사단체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진행했다. 12일 교섭을 통해 사측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저지하고 세라젬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 고객 서비스 보장을 위해 싸워나갈 예정이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사측을 규탄하는 함성을지르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사측을 규탄하는 함성을지르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등자보를 붙이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등자보를 붙이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