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젬, 12월 1일부로 방문점검부서 폐지, 350여 명 전원해고 통보
업계 1위 만든 1등 공신을 1번 희생자로 내몰아
세라젬지부 전 조합원 본사 앞 결의대회 개최

헬스케어 렌탈업계 1위 세라젬이 사내 방문점검 직군을 완전히 없애겠다며 해당 직군 350여명 전원을 12월 1일부로 집단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세라젬지부(이하 세라젬지부) 전 조합원이 일방적 해고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세라젬 집단해고 중단 촉구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세라젬 집단해고 중단 촉구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세라젬 사측은 올해 중순부터 방문점검부서인 HC(헬스큐레이터)를 구조조정할 뜻을 밝혀 왔다. 1년 2번 보장되던 렌탈 기기 방문점검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하는 한편 방문점검원들에게는 영업직으로의 전환을 강요했다.

노동자들은 일방적 구조조정에 맞서고자 세라젬 거의 전 직군 노동자들이 포함된 세라젬지부를 결성하고 단체교섭을 시작했다. 그러자 사측은 지난 10일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 자리에서 집단해고를 통보했다. 14일에는 HC부서 폐지를 공식 발표했다.

세라젬지부는 14일 기자회견, 오늘 15일 오전 11시 서울 세라젬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해 강력히 항의했다. 오늘 결의대회에는 세라젬지부 전 조합원이 참여해 집단해고를 추진하는 이경수 세라젬 대표와 임원들을 규탄했다.

추선희 세라젬지부장이 집단해고를 추진하는 사측을 규탄하고 있다.
추선희 세라젬지부장이 집단해고를 추진하는 사측을 규탄하고 있다.

“어제 누군가 블라인드에 글을 올렸더군요. 저희가 (기자회견 후 본사로) 올라와서 창피했다고, 자기들 망신주려고 올라왔다고. 하루아침에 내버려지는 350명의 생계를 생각한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추선희 세라젬지부장은 사측의 해고 통보가 헌신적으로 일해온 노동자들에 대한 배신이자 고객 기만이라고 강조했다. 방문점검 서비스 제공을 AS 2년 연장으로 바꾸며 고객과의 약속을 회사 마음대로 바꿨다는 것이다. 추 지부장은 세라젬의 서비스 축소와 고객기만에 대한 상황을 널리 알리고 불매 운동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또 오늘 3시로 약속된 대표이사 면담이 불발되면 결의대회 참가자 전원이 본사로 진입하겠다고 경고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세라젬 사측을 규탄하고 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세라젬 사측을 규탄하고 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조합과 단 한 번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고 조건을 난발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세라젬 경영난이 사측이 무리하게 추진한 화장품 사업 부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지적하며 “회장, 대표이사, 임원진 임금 삭감했다는 소리 한 번도 못 들어 봤다, 가장 만만한 방문점검 직군만 1순위 희생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사측의 이런 판단이 오판이라는 것을 우리가 보여주자”며 노동조합으로 단결해 승리하자고 격려했다.

한채원 창원지국 HC매니저가 집단해고 저지를 위한 행동에 나서자고 호소하고 있다.
한채원 창원지국 HC매니저가 집단해고 저지를 위한 행동에 나서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 아줌마들아, 이제 일거리 못 주니까 밥이나 하러 가라’ 그러면 우리가 순순히 갈 것 같았습니까?”

한채원 창원지국 HC매니저는 세라젬 임원진이 여성 노동자가 대다수인 방문점검 직군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영업실적 강요, 고객의 감정 쓰레기통 노릇을 참아가며 회사 좋고 고객 좋은 일을 해 왔더니 회장님, 대표님이 오늘 우리를 토사구팽했다”는 것이다.

한 매니저는 “해고당하더라도 세라젬 전 매니저로서 할 일이 있다”며 두 가지 실천을 제안했다. “담당 고객에게 세라젬의 방문점검 서비스 중단을 알리자, (방문점검 서비스가 없어지면 기기 오류를 고객이 온전히 감당해야 하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세라젬 기기 오류의 심각성을 SNS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알리자”는 것이다. 또 사측이 대회 중 회유 문자를 발송하자 다함께 문자를 삭제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경희 HC리더가 세라젬의 이중적 행태를 규탄하고 있다.
이경희 HC리더가 세라젬의 이중적 행태를 규탄하고 있다.

이경희 HC리더(HC 중간관리직) 역시 집단해고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방문점검원이 여름 땡볕에 티셔츠 두 벌을 번갈아 입어가며, 추울 때 얼은 손 비벼가며 가가호호 방문해 키워온 회사를 경영진이 계산기 몇 번 두들겨 짓밟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세라젬의 목적선언문에 ‘전세계 고객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적시돼 있음을 상기하며 “지금 세라젬의 행태는 목적선언문 어느 한 구절과도 맞지 않는다, 회사 목적선언문 폐기하라, 세라젬은 고객도 직원도 기만하는 추악한 기업이라고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김순옥 코웨이코디코닥지부장이 노동조합 단결로 단체협약을 맺기까지 과정을 전하며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김순옥 코웨이코디코닥지부장이 노동조합 단결로 단체협약을 맺기까지 과정을 전하며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내 방문점검 노동자이자 특수고용노동자인 김순옥 코웨이코디코닥지부장도 연대 발언에 나섰다. 김 지부장은 ‘노조 필증을 받는데 103일간, 교섭을 여는데 1년 4개월간, 단체협약 체결에 1년 2개월간 투쟁해야 했던’ 코웨이코디코닥지부의 투쟁 사례를 전하며 싸움의 동력은 조합원 단결임을 강조했다. “노동자를 무시하는 회사 제품이 어떻게 아픈 사람의 건강을 케어할 수 있겠는가”라며 세라젬 사측이 이번 집단해고를 중단하지 않으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거라고 경고했다.

강병찬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정책실장(진보당 서울 성동갑 국회의원 후보)가 법과 제도를 바꾸는 투쟁을 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강병찬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정책실장(진보당 서울 성동갑 국회의원 후보)가 법과 제도를 바꾸는 투쟁을 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조합원 여러분, 노동자는 단결하고 투쟁하는 만큼 우리 권리를 쟁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노동조합을 만들지 않았다면 12월 아니라 벌써 진작 대량 해고가 이뤄졌을 겁니다. 우린 소리 한 번 질러보지 못하고 그렇게 그만 둬야 했을 겁니다.”

강병찬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정책실장(진보당 서울 성동갑 국회의원 후보)은 청호나이스 지부가 단결로 해고를 막아낸 사례를 들며 세라젬지부 조합원들의 단결을 주문했다. 또 산업재해가 빈번한 노동 현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고 실제 처벌 사례가 생겼다는 점을 예로 들며 법과 제도를 바꿔 나가자고 제안했다. 노동자들이 직접 노동자를 위한 법을 만들기 위해 내년 총선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고 알리며 “노동자가 정치의 주인이 되자”고 호소했다.

이현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이 세라젬 임원진의 문어발식 경영과 노동자 희생 강요를 규탄하고 있다.
이현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이 세라젬 임원진의 문어발식 경영과 노동자 희생 강요를 규탄하고 있다.

“임원진의 경영 실패를 만회하고 배를 채우기 위해 방문점검 노동자를 겨울 길바닥에 내몰고 있습니다!”

이현철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세라젬이 문어발 경영 실패 때문에 현장 노동자 해고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했다’고 사측을 규탄했다. “한해 광고비로 376억이나 쓰더니 현장 노동자 목숨은 소모품 취급하고 있다, 경영난도 겪지 않는 흑자 회사가 사업부 자체를 폐지하려고 법적 절차도 무시하고 있다”며 세라젬의 불법 집단해고에 단결로 맞서자고 결의했다.

세라젬지부는 이후에도 결의대회를 이어가며 본사 앞 집단해고 저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오후 본사 앞에 작은 텐트를 세우자 경찰이 진입해 텐트를 강제 철거했다. 세라젬지부는 경찰 탄압에 굴하지 않고 더욱 강력한 조합원 단결로 해고투쟁에 임하겠다고 결의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회사의 회유 문자를 삭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회사의 회유 문자를 삭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가 투쟁 머리끈을 묶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가 투쟁 머리끈을 묶고 있다.
추선희 세라젬지부장이 결의대회로 단합한 조합원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감사를 표하고 있다.
추선희 세라젬지부장이 결의대회로 단합한 조합원들에게 큰절을 올리며 감사를 표하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악기를 불며 결의를 전하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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