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_라이더 1030명 참여 실태조사 결과 발표
플랫폼사, AI 알고리즘과 약관 동의 강요로 노동환경 악화 강요
부당계약, 임금삭감, 지역차별 막을 제도 신설 절실해

코로나 팬데믹 동안 확장하던 배달플랫폼 산업이 다소 위축되면서 배달플랫폼라이더들의 노동환경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대표적 배달플랫폼기업 배달의민족이 2년 연속 산재 승인 1위에 오르는 등 중대산업재해 지형까지 바꿔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배달플랫폼라이더 노동환경의 문제를 객관적,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찾는 토론회가 개최됐다.

배달플랫폼라이더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배달플랫폼라이더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24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과 배달플랫폼노조가 주최한 ‘배달플랫폼라이더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9 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진성준, 한준호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강성희 국회의원 (진보당)이 공동주최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토론회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이 토론회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라이더들은 배달주문량 감소로 줄어든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 도로에서 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라이더에게 도로는 여전히 위험한 곳입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배달산업의 축소가 그대로 배달플랫폼라이더에게 고통으로 전가되는 현황을 비판했다. 또 “배달플랫폼사가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약관동의절차와 배달플랫폼 알고리즘이 라이더의 노동과 수입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배달플랫폼사가 보이지 않는 시스템을 이용해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이 토론회 중 발언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배달플랫폼의 사회적 위상은 높아졌지만 라이더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단체교섭을 통해 우리의 권리를 높여가고자 하지만 (사측과 노조는) 아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입니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배달플랫폼라이더의 신분이 노동조합 활동마저 발목잡는 현실을 비판했다. 배달플랫폼라이더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오토바이 구입, 유지비, 사고 수습 모두 노동자 개인이 책임지게 되고 노사 교섭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 위원장은 배달플랫폼라이더 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법‧제도 개선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히 듣기 위해 발제 전 배달플랫폼노조 조합원 세 사람이 먼저 장사례를 발표했다.

김문성 조합원이 현장사례 발언을 하고 있다.
김문성 조합원이 현장사례 발언을 하고 있다.

“아침 든든히 먹고 나와서 점심 거르고 늦은 밤 10시, 11시, 새벽 2시 마감시간까지 일하다 퇴근하는 라이더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식사하거나 잠깐 쉬고 나오면 콜이 끊겨서 새로운 콜을 배정받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4년차 배달로 생계를 유지한 김문성 조합원은 플랫폼사에서 운영하는 배차 앱 알고리즘이 배달플랫폼라이더들에게 비인간적인 노동을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플랫폼사는 라이더들에게 배달수행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도입하는데, 대부분 하루 8시간 노동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미션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기본수수료가 9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배달플랫폼라이더들은 조금이라도 수입을 올리기 위해 “더 서두르고, 더 많은 시간 일하고, 그에 따라 크고 작은 사고가 무수히 발생하고 있다”는 게 김 문성 조합원의 설명이다.

“(배달플랫폼 업체가 라이더에게 제시하는) 약관동의와 표준계약서의 차이는 그 내용을 업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데 있습니다. …‘배달료는 우리가 알아서 주고 싶은 만큼 줄게’ 라는 의미일까요?”

김정훈 배민분과장이 현장사례 발언을 하고 있다.
김정훈 배민분과장이 현장사례 발언을 하고 있다.

역시 서울에서 6년차 배달플랫폼라이더 경력을 쌓아온 김정훈 배민분과장은 플랫폼의 강압적 약관동의 방식을 지적했다. “일방적으로 배달료를 낮추고는 배달파트너 이용약관에 기본수수료가 얼마인지 금액도 명시하지 않은 쿠팡이츠 사례, 새로운 서비스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한 배달의민족 사례 등을 들며 배달플랫폼라이더들은 자신이 받을 수수료가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임을 알렸다.

김 분과장은 “(약관 변경을 통해) 임금을 노동자 동의 없이 마음대로 삭감하는 일이 플랫폼업계에서는 흔하게 일어난다”며 플랫폼노동자에게도 표준계약서 의무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용석 조합원이 현장사례 발언을 하고 있다.
김용석 조합원이 현장사례 발언을 하고 있다.

“플랫폼기업이 음식업소에서 받는 배달비는 전국 동일한데 왜 라이더가 받는 수수료만 수도권과 지방을 차별하는지… (이렇게 지방 라이더들을 착취하다가) 플랫폼기업들이 배부르다 못해 배터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대구에서 4년차 배달플랫폼라이더 업무를 해온 김용석 조합원은 지역간 배달플랫폼라이더 임금 격차 현실을 규탄했다. 수도권에서는 기본료 3000원인 배달수수료가 충청지역 2800원, 대구 2700원, 나머지 영호남 지역 2600원으로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낮아진다는 것이다. 김용석 조합원은 “플랫폼기업 자신들 배불리려고 자영업자, 라이더만 희생시키고 있다”며 비합리적 수수료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석진 국민입법센터 운영위원이 배달플랫폼라이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석진 국민입법센터 운영위원이 배달플랫폼라이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어 배달플랫폼라이더들이 현장에서 체험한 문제를 객관적 데이터로 볼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신석진 국민입법센터 운영위원이 발표했다. 신 운영위원은 배달플랫폼라이더 10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23년 7월 24일~8월 23일 온라인 진행) 결과를 분석했다.

배달플랫폼라이더 월간추정총 소득에서 월평균경비를 제하고 생계유지에 필요한 금액과 비교한 결과, 매달 최소 97만원에서 최대 147만원까지 적자가 나타났다. 배달플랫폼라이더들은 부업 등 추가 소득활동을 통해 이 부족분을 메우고 있었다. 게다가 설문조사 참가자 중 62.3%는 코로나팬데믹이 끝난 후 소득이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득감소를 벌충하기 위해 장시간 과로를 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다.

또다른 문제는 월별, 계절별 배달건수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배달플랫폼라이더 수입이 불규칙한 문제였다. 이런 불규칙성이 ‘한 건이라도 일이 있을 때 무리하도록’ 배달플랫폼라이더들을 유도하고, 이것이 도로 위 사고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드러났다.

신 운영위원은 배달플랫폼라이더 오토바이 사고에서 특기할 점은 ‘대중의 예상과 다르게 오토바이 사고를 경험한 배달플랫폼라이더는 10,20대보다 배달건수가 많은 40,50대가 더 많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시간 업무를 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 교통이 혼잡한 도심지역, 라이더 업을 주업으로 삼는 중장년층이 사고 위험이 높다는 것은 배달플랫폼라이더 산재가 개인 성향 탓이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증거”라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플랫폼 알고리즘이 배달플랫폼라이더들의 노동에 얼마나 개입하고 있는지도 드러났다. 67.3%의 설문조사 참가자들이 배차 알고리즘이 배달업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45.5%의 참가자들이 알고리즘을 믿을 수 없다며 불신감을 드러냈다. 알고리즘 정보 공유를 위해 노사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73.2%에 달했다. 신 운영위원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AI 알고리즘이 라이더들의 노동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알고리즘 개선에 노동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국민입법센터 대표가 배달플랫폼라이더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법령 개정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정희 국민입법센터 대표가 배달플랫폼라이더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법령 개정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정희 국민입법센터 대표는 배달플랫폼라이더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법령 개정 방향에 대해 발표하며 국내외 관련 법안과 판결 현황을 알렸다. 이 대표는 먼저 업체가 사용자성을 적극 부정함에도 배달플랫폼라이더의 근로자성이 인정된 판례를 소개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도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경우 등 7가지 조건을 고려해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한 2006년 12월 7일 대법원 판결, 계약 형식보다 노동 실질에 주목한 2022년 11월 17일 서울행정법원 판결, 전산 알고리즘이 업무상 지시로 이해될 가능성을 검토한 작년 7월 28일 대법원 판결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됐다.

이 대표는 위 판례를 바탕으로 배달플랫폼라이더의 근로자성 보호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달플랫폼라이더는 외형상 위탁계약 관계지만 실질은 배달플랫폼 운영사의 기간제, 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연방노동법원이 플랫폼기업과 노동자 간 계약을 개별 주문 계약이 아닌 하나의 고용관계로 본 판결을 근거로 들며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이 세계적 추세임도 강조했다. 배달플랫폼사의 약관 강요와 배차 알고리즘, 배달플랫폼라이더가 업무 중 플랫폼사를 대표해 진행하는 업무 등의 요건도 배달플랫폼라이더의 노동자성 인정받을 근거라고 역설했다.

이승윤 중앙대학교 교수가 토론에 임하고 있다.
이승윤 중앙대학교 교수가 토론에 임하고 있다.

발제 후 이승윤 중앙대학교 교수와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토론을 이어갔다.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고용관계가 모호한 노동이 증가하고 있다”며 기존 사회보장제도로는 시대 변화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존 사회보장제도 범위를 조금씩 늘리는 것으로는 시대 변화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며 사회보장 강화, 전국민고용보험 실현 등 제도 신설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토론에 임하고 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토론에 임하고 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모 아니면 도, 임금노동자 아니면 개인사업자 식의 구분이 모호한 노동시장과 맞지 않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2020년 후 배달서비스업과 택배산업에서 사회적 협약을 도출한 경험, 이것이 업종 차원 협약 체결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노조의 활약을 기대했다.

강근하 국토교통부 생활물류정책팀 사무관, 김서원 고용노동부 디지털노동 TF 사무관, 송선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정책과 사무관도 참석해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배달플랫폼노조는 이번 실태조사와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배달플랫폼라이더 보호방안제도를 마련하고자 노력할 예정이다. 홍 위원장은 노동조합의 힘이 결국 제도 변화도 이끌어낼 것이라며 제도 개혁을 위해 노동조합으로 더욱 뭉치자고 토론회장의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배달플랫폼라이더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배달플랫폼라이더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과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이 현장사례를 경청하고 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과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이 현장사례를 경청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가한 배달플랫폼노조 조합원들이 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가한 배달플랫폼노조 조합원들이 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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