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3조 개정입법안 즉각 공포 촉구 연속인터뷰]
방문점검노동자, 김정원

말은 ’개인 사업자’라고 하지만 실제로 저희가 하는 일은 이제 정규직보다 더한 관리를 받고 있거든요. 업무시간에는 1분 간격으로 동선을 감시당하고 3개월 이후 내 일정까지 회사에서 감독하는데 이게 어떻게 개인 사업자일 수가 있는거죠? 우리가 노동자인 것을 인정받고, 노조를 만들고 당당하게 사측과의 교섭에 나가는 것을 보장하는 게 노조법 2.3조 개정이에요.

‘진짜사장책임법’과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조법2·3조 개정안이 1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년간 노동자들의 투쟁과 투혼으로 쌓아올린 오랜 염원이 드디어 이뤄지는 순간, 누구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이국회 통과에 앞서부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며 법 개정을 무위로 돌리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이란 왜 산별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들로부터 이토록 끊임없이 요구돼왔던걸까. 이번 인터뷰에서 〈노동과세계〉는 노조법2·3조 개정운동이 현실의 노동 문제이며 왜 개정이 필요한지 깨닫게 된 조합원들을 만났다. 불안정 노동 투쟁을 해본 이들이라면, 바로 내가 노조법2·3조 피해 당사자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편집자주]

김정원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 지회장. 사진=송승현
김정원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 지회장. 사진=송승현

김정원입니다. LG렌탈가전제품 이용자의 집을 방문해서 유지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매니저(방문점검노동자)가 저의 직업입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장을 맡고 있어요. 제가 일하는 LG하이케어솔루션은 LG전자 100% 지분의 자회사에요. 우리의 원청인 LG전자와 교섭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있습니다. 

노조를 만든건 2020년 5월이에요, 수리기사들이 건당 23000원 받고 하는 정수기 수리작업을 주로 여성들인 우리 매니저들한테 건당 4000원에 시키려는 사측에 항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노조가 만들어졌어요. 그동안 겪어왔던 '개인사업자', '특수고용노동자'라고 분류되던 우리들은 기본급도 없이 일해온 것 등, 그동안 쌓여온 불합리한 처우들을 바꾸기 위해 교섭을 하려고 했어요. 사측은 우리가 '노조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교섭테이블에 앉기까지만 꼬반 1년 반이 걸렸고, 단체교섭 상견례로부터 8개월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게 우리 업계 최초라니, 방문점검노동자의 현실이 얼마나 처절한지 다시 깨달았었어요. 우리가 이런 과정을 겪을 때 노조법 개정 운동이 다시 뜨기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려서, 우리 특수고용노동자가 노조법 2.3조의 피해당사자라는 사실을 알게됐어요.   

단체협약으로 유류비 일부지원, 헛걸음 수당 등을 따낸 것은 의미가 있지만 특수고용노동자로서, 자회사와의 교섭만으로는 한계가 크다는 것을 느껴요. 올해 다시 사측과 임금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회사가 어렵고, 우리가 특수고용노동자라 더 해줄 의무가 없다는 말만 반복중이에요. 노조가 생기면서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새롭게 바뀌는 내용에 대해서 우리 매니저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일의 단가(수수료)가 얼마인지부터 시작해서 교육도 병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회사는 "너희는 개인사업자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해요. 그런데 우리 매니저들, 개인 사업자등록 한 사람 한명도 없거든요. 실제로 저희가 하는 일은 정규직보다 더한 관리감독 속에 있어요. 점검에 조금이라도 늦으면 전화로 닦달하고, 3개월 선약속제를 도입하면서는 가예약이 없어지고 예약을 확정하게 되는 거에요. 3개월 뒤 제 일정이 전부 고정돼요. 매니저 모집할 당시에는 '자유로운 시간 활용 육아와 가사가 병행 가능'하다고 나와있었어요. 1분 1초 동선을 감시하려고 하고, 3개월 일정까지 확정시키려는 회사가 뻔히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개인사업자'일 수 있냐는 거에요. 

지금까지도 몇몇 조합원 동지들은, 노조법2.3조 관련해서 단체대화방이나 sns에 올리면 뭐라고 하세요. 노조가 임금을 올리면되지 왜 자꾸 정치적인 걸 올리냐는 거죠. 그럼 이렇게 설명드려요. 우리의 삶이 정치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이렇게 지난한 교섭을 하면서 안 풀리는 것도 노조법 2.3조가 개정되지 않아서고,  하이케어솔루션과의 교섭에 한계가 있는것도 그 이유 때문이라고 말씀드려요. 조합원 입장에서 한번에 딱 꿰어지기는 어려울거라고 생각이 들기에, 집행부는 계속 말씀드리고 있어요.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거치면서 운동본부의 처음 내용보다 많이 조정됐잖아요. 아직도 바꿔야할 것이 많은데, 무작정 안된다고만 하면서 어린애 때 쓰는것보다 못하게 거부권을 남발하고 있잖아요. 어디다 내놔도 부끄러운 대통령이에요. 권력은 길어야 5년이지만 민심은 천년을 갑니다. 이 말을 새기고 우리 노동자들은 끝까지 투쟁할 겁니다. 

김정원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 지회장. 사진=송승현
김정원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 지회장. 사진=송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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