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희 공공연대노조 강서지부 부지부장 인터뷰

2024년 설연휴가 시작됐다. 4일간의 휴일을 맞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각자 분주하다. 누구는 고향에서 가족들을 만나고, 누군가는 여행을 가거나, 밀린 피로를 풀면서 시간을 보낸다. 잠깐 한산해진 도심에서 많은 이들의 ‘일’은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을 유지하는 노동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과세계>가 ‘모두가 쉴 때 일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모두가 쉴 때 일하는 노동자들이 휴일의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양가적이었다. 휴일에도 일해야하는 것에 일종의 씁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나의 노동이 이 사회를 유지시킨다는 뿌듯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손경희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부지부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마친 뒤 진행된 사진 인터뷰에는 유미녀 조합원이 응했다. [편집자주]

김포공항 화물청사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손경희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부지부장. 사진=송승현
김포공항 화물청사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손경희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부지부장. 사진=송승현

손경희 부지부장은 김포공항 곳곳을 청소하는 청소노동자다. 한국공항공사의 자회사인 KAC공항서비스라는 곳에 속해있다. 3조 2교대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평일과 주말, 연휴에 관계없이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일정을 기본으로 한다. 이들은 각자 맡은 구역의 모든 곳을 청소한다. 이른바 ‘물따기’(출국 게이트 앞 승객들이 놓고간 음료를 버리고 정리하는 일)부터 계단틈, 난간, 화장실, 바닥 등 먼지가 쌓일틈 없이 끝없이 쓸고 닦고 버리고 치우는 일을 8시간동안 하는게 업무다.

오늘처럼 연휴나 여름휴가 시즌이 되면 공항 이용객들이 많아지면서 업무강도도 부쩍 올라간다. 성수기 하루 최소 10만 여명이 몰리는 곳이다보니 5분 전에 청소한 곳도 금세 다시 치워야한다. 특히 코로나19시기에는 해외로 가는 하늘길이 끊기다시피 하고 제주도로 여행을 대체하는 인파가 많아지면서 국내선 청사 청소도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고 회고했다.

손 부지부장이 있는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는 KAC공항서비스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노조다. 12년전 입사시점부터 지금까지 3조 2교대가 바뀐 것도 아니고, 업무 강도가 극적으로 달라졌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휴일 노동’의 질이 달라진 것은 노조를 만들고 난 후 부터다.

노조를 만들기 이전까지는 용역업체가 청소노동자들을 공항에 파견하는 식이었다. 파견되는 청소노동자들은 그대로였지만, 그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먹는 용역업체는 그때마다 달라졌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면서 이곳 청소노동자들은 공세적으로 직접고용 투쟁을 전개했고, 그 결과 지금의 자회사를 만들어 보다 안정적인 조건에서 일하게 됐다.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청소 ‘아줌마’가 국가공휴일에 나와서 청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휴일수당 같은 것은 없었고, 얼마나 일하든 포괄임금제를 적용받은 월급을 받았다. 엄연한 국가공휴일이지만 명절 연휴에 쉬려면 연차를 사용해야했다. 때문에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가장 먼저 한 일도 이 부조리를 바꾸는 일이었다. 강서지부는 노동부에 이 폐단을 고발하고, 승소했다. 그동안 사용했던 연차도 소급적용 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제는 원한다면 국가공휴일에 자유롭게 쉴 수 있다. 나와서 일할 때는 1.5배의 휴일수당을 받는다. 연휴에 땀흘려 일하며 공항을 오가는 승객들을 맞이하고 난 뒤,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해 다른 시기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남들이 쉴 때 일하고, 남들이 일할 때가 쉴 차례다. 이 쉼을 보장받을수 있다는 것, 노조를 만들고 생겨난 소중한 변화들이다.

처음 입사하고 맞는 명절, 업무로 인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됐을때는 우울감과 약간의 억울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는 연휴에도 나와 일하는게 익숙해졌다고 했다. 연휴에 붐비는 이용객들이 쾌적하게 공항을 이용했으면 하는 마음이 하나 있고,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저임금 구조에 이유가 있기도 하다고 손 부지부장은 설명했다.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에게 1.5배의 휴일수당은 중요하다는 얘기다.

외국에서 돌아온 승객들, 외국인들이 김포공항의 깔끔한 모습을 보고 감탄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청소를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는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했다. 특히 외국인들의 다양한 화장실 사용 문화로 청소노동자들이 곤혹을 치르는 경우에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끔하게 치워놓으면 만족감을 느낀다.

계속되는 저임금 고강도 청소노동 환경을 해소하는 것이 손경희 부지부장이 바라는 올해의 ‘새해복’이다. 수년간의 투쟁으로 진전시킨 부분이 있지만, 전환된 자회사가 여전히 ‘큰 용역업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도 올해 투쟁을 통해 바꿔내고 싶다고 전했다.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담당구역인 김포공항 국제선 3층 청소 업무 중인 유미녀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강서지부 조합원. 사진=송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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