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인터뷰

2024년 설연휴가 시작됐다. 4일간의 휴일을 맞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각자 분주하다. 누구는 고향에서 가족들을 만나고, 누군가는 여행을 가거나, 밀린 피로를 풀면서 시간을 보낸다. 잠깐 한산해진 도심에서 많은 이들의 ‘일’은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세상을 유지하는 노동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과세계>가 ‘모두가 쉴 때 일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모두가 쉴 때 일하는 노동자들이 휴일의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은 양가적이었다. 휴일에도 일해야하는 것에 일종의 씁쓸함을 느끼는 다른 한 편에는 나의 노동이 이 사회를 유지시킨다는 뿌듯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을 만났다. [편집자주]

노동과세계와 인터뷰 중인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노동과세계와 인터뷰 중인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김정훈 분과장은 배달노동자다. 7년전 라이더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광역단위 플랫폼인 ‘배달의민족’, ‘쿠팡잇츠’, ‘요기요’ 중 배달의민족과 관련한 현안과 정책 등을 담당하는 분과장으로 상근하고 있다. 배달노동은 ‘남들 놀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노는’ 전형적인 직업이다. 주로 음식을 배달하다보니, 식사시간에 일이 몰리고 식사시간이 끝나면 그때부터 배달 콜 수가 줄어든다. 평일 낮에는 비교적 한산하고, 주말에는 배달콜 수가 몰려 바빠진다. 특히 휴일의 경우에는 새벽까지도 꾸준히 배달이 있는 편이다.

플랫폼기업들은 배달노동자를 모집할 때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편하게 일하며 된다’고 홍보한다. 회사 눈치볼 것 없고, 스트레스 없이 초단기성으로 간단한 일만 하고 돈을 벌어가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배달노동자의 현실은 플랫폼기업들의 홍보와는 정반대로 열악하다고 했다.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법과 제도가 없다시피하고, 있다고 해도 그 내용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플랫폼기업들의 일방적인 착취를 아직까지 제대로 제재할 수 있는 법이 없다는 얘기다.

우선 플랫폼기업과 배달노동자는 기존 노동계약(근로계약)이 아닌 배달‘약관’을 통해서 계약을 맺는다. 이 배달약관은 노동자의 동의 없이 플랫폼기업들이 수시로 바꿀 수 있다. 일정기간동안 라이더들에게 새로운 약관을 공지만 하면 된다. 배달노동자들이 이 계약변경에 개입하거나 교섭할 수 있는 여지는 사실상 없다. 기본 배달료에 거리 할증이 붙고, 배달 수요보다 라이더들이 적을때는 필요에 따라 프로모션을 붙이면서 노동자들을 끌어오는 구조다. 이때 기본 배달료는 9년째 동결상태다.

명절같이 긴 연휴가 되면 배달 콜 수는 그냥 빨간날(주말, 공휴일)에 비해서 떨어지는 편이다. 자영업자들도 명절에는 쉬는 편이고, 가족들과 함께하다보니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건 배달노동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배달노동은 그야말로 시간을 ‘녹여야만’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존 직장인들이 하루 8시간 일하면서 얻는 소득을 배달노동자들은 하루 10시간~14시간정도 일해야 벌 수 있다.

플랫폼노동의 특징 중 하나는 이 노동을 전업이 아닌 부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부업으로 배달노동을 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더 들어가보면 배달노동에 대한 저임금 구조와 천시되는 사회적 인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게 김 분과장의 말이다. 진입장벽도 낮고,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다보니 이 배달노동을 본업이라고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음과 동시에, 본업으로 삼을만한 안정적인 수입원이 될 만한 임금구조가 형성되어있지 않다는 얘기다.

7년전 김정훈 분과장 본인이 라이더 일을 시작했을때도 위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멋쩍게 웃으며 털어놨다. 하지만 배달노동을 하면서 이 노동의 가치를 깨달았고, 그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처우와 노동환경에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본인도 인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4년전 창립한 배달플랫폼노조 상근자가 되면서 "배달노동 하나만해도 먹고살만한 노동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활동하는 이유를 밝혔다.

갈 길은 멀다. 플랫폼기업이 라이더들을 파편화하고, 단결을 어렵게 하는 구조 속에서 이들을 조직화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배달플랫폼노조는 올해도 라이더 노동자성을 위한 법안 발의, 배달 약관이 아닌 표준계약서 의무화 투쟁 등 여러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배달은 어찌보면 세상을 이어주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자부심을 빛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는 음식 뿐 아니라 의약품, 생활필수품도 배달의 영역이 됐는데, 그때 이 사실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작은 오토바이 하나로 골목골목을 누비고,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도 한걸음에 달려가며 기쁨을 전하는 가치있는 노동임을 느낀다고 한다.

배달플랫폼노조는 1년에 한두차례 오토바이 행진을 연다. 라이더들이 각자의 오토바이를 들고 참가해 배달노동자의 의제를 알리는 행사다. 지금은 약 200여대가 이 행진에 참가하지만, 더 많은 조직화를 통해 1000대, 그 이상의 행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이 김정훈 분과장이 바라는 올해의 ‘새해복’이다.

“배달노동자 여러분, 노동조합에 가입하세요. 뭉쳐야 싸우고, 그래야 바뀝니다. 민주노총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전국의 플랫폼 노동자 동지 여러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배민라이더 오토바이에 안전을 강조하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송승현
배민라이더 오토바이에 안전을 강조하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송승현
배달 중인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배달 중인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김정훈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 사진=송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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