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국회토론회가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사진=조연주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국회토론회가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사진=조연주

“저생산성 부문에 내국인 노동력이 몰리는 것은 경제 전체의 자원 배분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한국은행 발행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이슈노트’ 11쪽)

여기서 한국은행이 지칭하는 저생산성 부문이란 돌봄노동(돌봄서비스)을 의미한다. 외국인들이 국가 경제에 도움되지 않는 돌봄노동을 할 동안 ‘내국인’들은 고급노동을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해야한다는 것으로 한국은행의 논리는 정리된다. 돌봄노동에 대한 공격적인 가치절하와 인종차별, 자국민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작성됐는지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국회 토론회가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수많은 취재진과 토론 플로어 참가자들의 열띤 참여로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가득 메워졌다. 참가자들은 한국은행의 보고서를 두고 ‘경총도 아니고 국책기관의 주장이라는 것이 믿기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국은행의 주장을 정리하면 사업장변경의 자유를 제한하는 고용허가제를 확대하고, (이주)돌봄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방안을 섞어 현재 돌봄구인난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행법상 이주노동자(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시, 국내법(근로기준법, 외국인고용법)개정과 국제법(ILO 111호 차별금지협약) 탈퇴가 필요한데, 노동계의 반발로 현실적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봤다.

돌봄인력은 필요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은 덜 지출하는 게 좋다고 본 한국은행은 국제법에도 저촉되지 않고 국내법도 개정할 필요가 없도록 하기위해 나름대로의 꾀를 짜냈다. 고용허가제를 확대해 돌봄서비스 부문에 이주노동자를 유입하는 동시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돌봄노동’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의결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이주노동자에겐 덜줘도 된다’는 인종차별적이고 반인권적일 뿐 아니라, 이는 외국인돌봄인력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적용이라는 외피를 띄고, 결과적으로 돌봄노동자 전반에 대한 차등적용 물꼬를 트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따랐다. 돌봄노동이 (이주)여성의 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성차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국회토론회가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사진=조연주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국회토론회가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사진=조연주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국회토론회가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사진=조연주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의 쟁점과 과제 국회토론회가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사진=조연주

발제를 맡은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한국은행 보고서는 ‘돌봄노동에 대한 한국사회의 철학적 빈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임금(비용)과 인원수에 대한 계산기 두드리기로 돌봄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조악한 접근”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한 뒤 “돌봄현장 구인난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근본적인 원인은 지속가능한 직업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열악한 고용환경이다. 현재 근무인력의 이탈을 막고, 신규, 유휴인력이 유입될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돌봄의 의미와 돌봄노동의 사회적 위상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해 남 소장은 “한국은행 보고서의 표현의 군더더기를 빼면 ’생산성이 낮은 돌봄서비스 노농자에게 굳이 최저임금을 적용할 필요가 있는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해서 국가경제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언표에 의하면, 현재의 돌봄노동자는 일은 못하면서 그에 비해 높은임금(비록 최저임금일지라도)을 받음으로써 국가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돌봄노동이 우리나라의 저출생-고령화를 대비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보면서 돌봄 노동자를 ’저렴한 외국인력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인종차별적이며, 반노동적이고 지속가능성도 없다”면서 “돌봄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질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내국인(정주노동자)은 물론이고 이주자도 이 영역에서 일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했다.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은행의 주장은 우리사회가 만들어온 사회적 돌봄제도를 훼손하는 역행이다. 한국은행은 한 사회의 수요증가 문제를 개인서비스 구매방식으로 대응하는 싱가폴, 대만, 홍콩을 예시로 들며 ‘저임금 이주돌봄노동자 도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는데,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돌봄의 사회화, 제도화를 추진해왔기 때문에 이미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궤적에 올라와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김이오 활동가는 “국제법을 저버리면서까지 이주노동자를 차별하고 돌봄의 공공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사회서비스 시장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한편으로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성차별과 삶의 질 하락이라는 총체적 결과로 나타난 저출생 현상을 단지 돌봄부담 비용으로 과장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참여연대가 공동주관했다. 녹색정의당 이자스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한국가사노동자협회가 공동주관했다. 최영미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지부장, 박지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정영섭 이주노동자 평등연대활동가, 이정석 고용노동부 외국인력 수급 및 체류대책 TF사무관, 전인수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일자리과 행정사무관이 패널토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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