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계속)

 

평화자동차 전시장

필자가 방문할 당시의 평화자동차 전시장은 통일교가 손을 뗀 직후인데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었다. 아마 박상권 사장이 완전히 손을 떼지 않고 북측이 적응할 때까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되었다. 평양시 광복동 대로변에 자리 잡은 이곳 전시장은 오히려 성황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 해 생산되는 평화자동차 1600대 가량을 판매하기 위한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었으며 일하는 봉사원들 모두가 매우 친절했다. 이곳은 전시장에 비치된 자동차 모델 외에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미리 타 볼 수 있는 ‘시험운전용 자동차 전시공간’을 비롯해 부품가게와 커피점 까지 두루 갖추고 있었다. ‘준마’라는 차량을 제외하면 ‘휘파람’, ‘창전’, ‘쌍마’, ‘삼천리’ 등 각종 승용차와 승합차, 스포츠 유틸리티차량 등 대부분이 수동 5단 변속기 자동차들이었고 소형화물차 ‘뻐꾸기3’ 등 여러 대의 트럭을 포함해 모두 25개 차종이 전시되어 있었다.

현재 평양시내에 자리잡은 현재의 평화자동차 전시장 외부(상)와 내부(하) 모습.
현재 평양시내에 자리잡은 현재의 평화자동차 전시장 외부(상)와 내부(하) 모습.

최신 신차들이 전시된 이곳은 여러 단체나 기관에서 한번에 10대 이상 주문하기도하고 혹은 한두 대씩 주문하고 있었다. 때로는 중동이나 러시아에서 해외 근로자로 파견돼 달러를 보유한 본인이나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한 대씩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소위 신흥 부유층들도 방문해 원하는 자동차 모델을 서슴없이 구입했다. 또한 사업상 북에 장기 체류하거나 상시 방문하는 해외동포 사업가들도 차량을 구입하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가장 큰 고객층은 국가기관이나 기업소라고 한다. 그 다음 고객들은 외국공관인데 현재 북 주재 대사관들과 유럽이나 중국 등 여러 나라의 무역관계 회사들이 실제로 다양한 자동차 구입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로 인해 요즘은 수요와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북 사회는 자동차가 많지 않은 사회이다 보니 장거리 이동할 때나 수하물을 운반할 경우 마땅한 운송 수단이 없어 소형버스인 ‘삼천리’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한다. 이처럼 평화자동차에서 지난 10년간 만든 다양한 종류의 차량들이 현재 북 전역에 운행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현재 자동차가 2만대 운행된다고 할 경우 다섯 대 중에 한 대는 평화자동차가 만든 차량’이라고 한다. 차량 가격은 미화로 대략 10,000-15,000달러였으며 이는 남측 차량가격의 60-70%정도에 불과한 가격이다.

평양시내 거리에 주차된 평화자동차 모습.
평양시내 거리에 주차된 평화자동차 모습.

평화자동차 상업광고도 부쩍 늘었는데 공장이 있는 남포시 지역은 물론 아스팔트로 만든 국도와 대로변 그리고 평양시내 대로변 등에 평화자동차 광고판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특히 옥외 광고판들도 자주 보였는데 광고모델로는 유도영웅 계순희 선수와 ‘휘파람’을 부른 인기가수 전혜영이 자동차 이름 ‘휘파람’ 때문에 전속모델로 출연해 인기를 끌고 있었다. 자동차 판매 수익금을 보면 2008년에는 가동 6년만에 50만 달러의 수익금을 냈고, 2010년에는 5.24대북조치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63만달러, 2011년은 79만 달러, 2012년에는 8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점차적으로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화자동차 부품상점

평화자동차 부품점은 ‘평양시 모란봉구역 인흥 2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약 200평 규모 공간에 각종 자동차 부품들과 액세서리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지난 2007년 4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는 이 부품점은 자동차를 꾸미려는 서방세계 매니아들처럼 이곳 평양의 운전자들도 자주 찾아와 구입해 자신의 차량을 개성있게 꾸미기도 한다. 특히 부품이 필요한 운전자들은 이곳을 직접 찾아와 부품을 구입한 후 자기 손으로 직접 정비나 수리를 한다고 했다. 평양은 남측이나 서방세계처럼 화려한 액세사리를 꾸미고 다니거나 요란스러운 자동차 매니아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웬만한 액세사리들이 날개 돋힌 듯 팔리는 것으로 보아 북에도 새로운 자동차 문화가 유입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그러나 안타까운 소식 하나는 이곳 ‘평화자동차(平和自動車)’의 부품상점 말고도 평양시내에 북과 중국이 합작한 이른바 ‘평양자동차(平壤自動車)’라는 이름의 전시장과 부품상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필자가 확인해보니 ‘평양자동차’가 태동된 배경이 따로 있었다. 통일교 관게자는 평화자동차그룹이 북에서 자동차 사업을 접은 이유에 대해 “애초부터 우리는 북측에 양도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북측이 자립할 때가 되고 이윤추가가 극대화될 무렵이 되면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 자연스럽게 양도할 계획이었다” 라며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만 자동차 사업을 접은 가장 큰 이유는 통일교측에서 볼 때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화자동차 부속품 상점 건물 모습.
평화자동차 부속품 상점 건물 모습.

더 근본적인 이유는 문 총재의 죽음을 기점으로 그 동안의 수익성을 평가한 결과 크게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2009년부터 중국의 자동차회사가 북에 진출하면서 평화자동차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은 이유도 있다. 중국이 북에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북 당국자들도 평화자동차 남포공장을 중국측 회사와 합병을 하든지 아니면 아주 넘기려는 계획을 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통일교는 그동안 현상 유지만 했을 뿐 평화자동차의 발전과 사세 확장을 위해 더 큰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 당국이 이런 모습을 눈여겨 보며 사업 평가를 해왔고 결국 통일교측에 사업 포기를 권유했던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현재 북은 중국 단동의 ‘중조변경무역유한공사’와 함께 평양에 자동차 조립공장을 설립했고 2011년부터 ‘평양자동차’라는 상표로 버스와 화물차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에 평양자동차는 2013년 3월에 평양시내에 대형 전시장을 갖춘 자동차 부품상점도 만들었고 남포가 아닌 평양에 종합자동차 조립생산 단지도 조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화연료공급소(연유공급소)

평화자동차는 대북기업 최초로 평양시내와 남포에 주유소 사업을 시작했는데 평양시내는 ‘평천구역’, ‘광복구역’, ‘서성구역’ 등 3개구역과 ‘남포시’ 를 포함해 모두 4곳에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북에서는 주유소를 ‘연료공급소’나 ‘연유공급소’라고 부르며 주차장을 ‘차마당’이라고 부르는데 필자가 방문한 곳은 보통강변 인근에 있는 평화자동차가 운영하던 연유공급소였다. 매우 친절한 여성 1명과 남성 1명이 유니폼을 입고 주유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북에서는 주유용 기름이 값비싼 원료라서 직원들이 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유원들을 채용할 때는 매우 성실하고 신뢰할 만한 인물 위주로 엄선한다고 했다.

평화자동차가 직영하는 연유공급소(주유소) 전경
평화자동차가 직영하는 연유공급소(주유소) 전경

연유공급소는 정부가 직영하지만 자동차 소유층들이 증가하면서 돈이 벌리는 사업이 되다보니 최근 신흥 부자들도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고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요즘은 평화자동차들이 평양거리를 부쩍 누비고 다니기 때문에 도로 정체현상이 생기는 지역이 있는가하면 주차공간 문제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필자가 직접 확인한 바로는 김일성광장과 평양역을 잇는 큰 대로 곳곳에는 CC카메라가 많이 설치돼 있었고 평양역 광장에는 주차비를 징수하는 여성들이 상시 근무하며 운전자들로부터 주차비를 징수하고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하기도 했다.

평화자동차가 직영하는 연유공급소(주유소)에서 봉사원이 주유하는 모습
평화자동차가 직영하는 연유공급소(주유소)에서 봉사원이 주유하는 모습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주유소를 방문해야 하는데 북에서는 남측이나 해외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주유문화가 있었다. 우선 ‘기름딱지’를 받는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딱지는 일종의 ‘주유 쿠폰’과 같았다. 이 딱지를 주유소에서 구입해 소지하고 다니다가 본인이 주유할 때 현금대신 주유원에게 건네주면 된다. 주로 유로화나 미화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1장에 10유로 짜리도 있고 장거리 운전자들을 위해 300유로짜리도 판매한다. 또한 장거리 운전자들은 비상 상황을 대비해 석유통에 따로 담아서 차량에 실고 다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는 시골이나 지방에는 주유소가 많지 않아 연료가 떨어지면 바로 채워 넣기 위해서이다.

이명박 정권 시기 대북사업을 계획하던 남측 정유회사들이 북에서 주유소 사업을 계획하던 중 갑자기 5·24대북 제재조치가 발표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후 발빠른 중국기업들이 북에 주유소를 설립하기 위해 평양에 진출했다고 한다. 주유소 사업에 진출하는 중국기업은 민간기업 2개사와 국영기업 2개사였는데 북중 합작회사인 ‘중투신융국제투자관리유한공사’(이하 중투신융)와 MOU를 체결했다고 한다. 중투신융은 2003년에 설립한 국제투자 전문회사로 북중 교류, 해외투자, 금융, 지하자원 개발 등을 하는 기업이라고 한다. 과거 북 당국은 인도와 이집트 등에서 원유를 수입해 왔으며 최근에는 중국이 해마다 원유 50만톤을 북에 수출하고 있으며, 무상 또는 장기 차관 형식으로 50만톤 정도를 원조하고 있다고 한다.

평양을 방문한 노무현대통령이 평화자동차공장을 방문해 양정만 총지배인의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평양을 방문한 노무현대통령이 평화자동차공장을 방문해 양정만 총지배인의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필자가 알아보니 평양시내는 평화자동차 주유소외에도 일반 주유소가 30여 개 더 있는데 이 중국 기업 4개사는 1차로 평양에 주유소 14개를 더 세우고 2차로 전국에 220개를 더 세울 계획이며 북측과 중국측 기업 4개사가 50%씩 이윤을 나누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석유는 중국산보다 러시아산을 공급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러시아의 대북 수출량 가운데는 석유가 55%를 차지하기 때문이며 러시아산 석유가 중국산보다 저렴하고 질이 좋아 북측 인민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또한 중국에 밀리지 않으려는 러시아 회사들도 북에 주유소 체인망을 설립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북에는 외화만 있으면 누구든지 자동차 외에도 개인소유의 ‘오토바이’나 ‘써비차(영업용 차량)’에 언제든지 연료를 넣을 수 있다고 하며 거래되고 있는 휘발유 가격은 대략 1kg(1.4리터)에 중국돈으로 9위안 정도에 팔리고 있다고 한다. 연유공급소 외에도 시중에서 주민들끼리 서로 거래하는 기름은 대부분 러시아산이며 당국에서도 묵인하고 있다고 한다. 평화연료공급소를 비롯해 모든 연유공급소에서는 주로 휘발유(연유)와 디젤유를 판매하고 있다.

요즘은 평양시내에 택시들도 무척 늘어났고 승용차도 많아졌는데 특히 평양 시민들이 유선전화나 휴대전화로 ‘186번’을 눌러서 택시를 부르고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주유소가 드문 북에서는 운전 도중에 연료가 떨어지면 교통보안원이 해결한다고 한다. 교통보안원은 경찰청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 소속인데 이들은 교통 위반으로 적발된 차량으로부터 벌금 대신에 일정량의 자동차 연료를 빼내기 때문에 항상 석유를 보유하고 있어 비상시에 공급이 가능한 것이란다. 아무튼 내가 우려가 되는 것은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북에 진출해 주유소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통일 이후에는 우리들의 미래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안타까운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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