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7-8회는 평안남도 안주시에 위치한 북조선 최대의 종합화학공장인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를 탐방한 이야기다. 이곳은 비료공장을 비롯해 다양한 석유화학 단지가 조성되어있으며 여러 공장과 모든 생산 시설물을 자세히 돌아보려면 아마 사흘정도가 소요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공장 단지 안에는 크게 생산기지와 후방기지로 나눌 수 있는데 여기서 후방사업이란 노동자들에 대한 복지후생과 관련된 사업체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전반부(7회)는 공장 기업소 내부와 생산시설에 관한 이야기이고 후반부(8회)는 자력갱생의 모델로서 자리매김한 노동자들을 위한 후방사업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곳 후방기지에는 노동자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운영 중인 각종 채소와 곡식을 재배하는 농장, 양어장, 방목지(목장)는 물론 닭, 오리, 돼지 등을 기르는 축산시설, 국수, 물엿, 기름, 탄산수, 콩기름, 간장, 된장등을 생산하는 식품공장, 생필품 공장 등은 물론이고 노동자들의 복지시설인 숙소를 비롯해 배구장 수영장등 체육관과 운동 경기장 등을 갖추고 있다.

 

전산화 무인화 자동화를 실천하는 전산실과 생산현장

필자 일행은 평안남도 안주시 남흥지구 청천강 기슭의 넓은 부지에 자리 잡은 북조선 굴지의 화학공업기지인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에 탐방하기 위해 도착했다. 국가기간사업이라 내부시설물중에는 비공개 지역도 있으나 많은 지역과 시설물들을 참관할 수 있었다. 박영근 부기사장의 안내를 받아 가장 먼저 전산실에 들어서니 20명이나 되는 인민복을 입은 젊은 엘레트 전산요원들이 열심히 컴퓨터를 통해 공장 설비 시스템들을 조작하고 있었는데 이는 전산화, 자동화, 무인화, 무균화를 실천하려는 의지로 보였다. 요원들 중에는 컴퓨터 옆에 놓여진 인터폰으로 현장과 수시로 통화하는 모습도 여기저기 보였으며 전산실 내부는 마치 음악스튜디오 녹음실 음향기기를 조작하는 듯한 기계들로 가득차 있었다.

주조종실이라고 할 수 있는 전산실 내부 모습. 20여명의 화학 전산 요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주조종실이라고 할 수 있는 전산실 내부 모습. 20여명의 화학 전산 요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부기사장은 “우리 조선에서는 국내자원에 기초한 주체비료의 생산 공정은 무연탄을 고온으로 처리하여 얻어낸 가스로부터 수소를 꺼낸 다음 이를 질소와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제조하고 요소비료 등을 얻어내는 공정을 바로 이곳 전산실 일꾼들이 거뜬히 감당하고 있습니다” 라며 힘찬 목소리로 설명해주었다. 전산실 내부 중앙 정면에는 “비료는 곧 쌀입니다. 비료생산계획을 미달하는 것은 알곡생산계획을 미달하는 것이나 같습니다 -김정일-”이라고 적혀 있는 최고지도자의 어록이 가로로 걸려있었다. 그뿐 아니라 “백번확인, 한번조작”이라는 구호도 적혀있는데 이는 컴퓨터로 조작되는 시스템이다보니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위해 스위치를 누르기 전에 다신 한번 생각하고 점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또한 전산실 한복판에는 “원소주기표” 현황판이 크게 쓰여져 있어서 화학공식을 모르는 요원들은 이런 일에 복무할 엄무도 낼수 없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윽고 공장내부로 이동해서 작업반장 동억철 동무로부터 “우리 조선에 무진장한 석탄을 주원료로하여 비료를 꽝꽝생산하는 공장입니다. 여기는 자립성과 주체성이 확고하게 선 기업소로 발돋음하였습니다” 라며 비료가 생산되는 장면을 보며 여러 가지 설명을 들으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공장 내외부벽면 여기저기에는 “농촌에 화학비료를 더많이 보내주자!”라는 구호가 빨강바탕에 흰글자로 붙어있었다. 남측비료가 플라스틱 비닐포대를 사용하는 반면 이곳 북측 비료포대는 ‘뇨소비료’라고 적힌 누런 비료포대였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비료들을 여성 노동자들이 부지런히 누런포대에 담고 있었다.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지만 공장 내부의 기계를 조작하며 포대에 비료를 담고 있는 노동자들이 전부 여성들이라서 다시 한 번 크게 놀랐다. 아직은 비료를 포대에 기계가 자동으로 담는 설비는 되지 않은 듯했다.

이어서 창고에 옮겨지는 과정과 창고에 보관된 비료들을 각 지역의 농장 측에서 트럭으로 운반하는 장면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창고안에는 생산된 각종 화학비료들이 높이 쌓여있고 각 농장으로 전달되는 출하 허락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영근 부기사장의 설명을 들어보니 농번기가 돌아오면 각지의 농업관계자 일꾼들이 연일 이곳 련합 기업소를 찾아 와서 지배인 집무실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고 한다. 각 농장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물량을 가져가기위해 물밀 듯 찾아오는 바람에 이곳은 정신없이 분주해진다고 했다. 특히 5대 협동농장으로 일컫는 미곡(황북 사리원), 신암(평북 룡천), 삼지강(황남 재령) 은흥(평북 태천), 동봉(함남 함주) 등지에서 이곳의 비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5대 협동농장에 포함되는 농장들은 정보당 쌀 생산량이 가장 많은 농장이어야하기 때문에 비료는 매우 필수적이다.

3대 련합기업소에 포함되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북에는 이곳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를 비롯해 순천화학련합기업소, 2.8비날론련합기업소 등 3대 련합기업소가 있다. 이 3대 화학공장 외에도 북에는 화학공업기업들이 무수히 많다. 특히 은덕화학공장, 명간화학공장, 신의주화학섬유공장, 청진화학섬유공장, 순천과인산비료공장, 안변과인산비료공장, 보통강유기질복합비료공장, 신의주화장품공장, 평양화장품공장등이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다. 필자가 이곳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를 방문한 시기는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이다. 첫 방문은 2013년 6월 당시 김정은 북방위 제1위원장이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방문한 이후였으며 확장공사를 마치고 대대적인 석유화학 제품 생산에 들어간 시기였다. 이날은 필자가 남측에서 청소년 시절에 포항제철을 탐방한 것과 같은 감흥이 되살아 날 정도로 그 규모가 매우 방대하여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부기사장 박영근 동무의 설명에 의하면 북에서 이 공장이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가하면 이곳이야말로 “사회주의 수호전의 제1병기창”이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라고 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농업전선은 사회주의경제건설에서 주타격방향이며,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는 사회주의농업전선에 탄약을 공급하는 병기창이다. 싸움에서 탄약이 중요한 것처럼 농업생산에서는 비료가 중요하다”는 구호가 로동신문에 기사화될 정도였다. 정면돌파전의 주타격 전방은 여전히 농업전선인데다가 북 정부 수립 초창기부터 “비료는 곧 쌀이고 쌀은 곧 사회주의”라는 구호에 부응하는 기업이 바로 이곳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이다. 이를 다시 한번 입증이나 하듯 그동안 내각총리를 3차례(17대, 22-23대)나 역임한 박봉주도 이곳 남흥화학련합기업소의 당 책임비서 출신이며 내각 부총리 겸 화학공업상인 리무영도 이곳 남흥화학 출신이라고 한다.

초창기 김일성 주석은 물론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매년 현지지도를 할 정도로 비중이 컸으며 운명하기 직전인 2011년 5월에도 현지시찰을 했다고 한다. 현재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몇 차례나 이곳을 현지 지도하여 관계부분 일꾼들을 격려하고 지도하였다고 한다. 박봉주도 총리를 그만둔 이후에도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시찰할 정도로 당과 내각에서 가장 애착을 갖고 주목하는 기업소가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는 1975년 이래 나프타(석유화학 중간원료)를 수입해 연간 75만톤의 비료를 생산해 오다 석탄가스화공정 공법으로 바뀐 것은 원료자립 차원에서 계획되고 추진된 것이었으며 필자가 방문하기 전해인 2012년에 들어서 질소비료 100% 자급 계획이 실현될수 있었다고 한다. 그후 비료생산에 필요한 촉매제와 정결제도 자체생산하게 되어 주체적인 비료생산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이니 가히 놀라운 성과물로 여겨졌다

지난 시기는 주로 외국에서 수입한 석유제품의 일종인 나프타를 원료로 하여 화학비료를 생산했는데 90년대에 닥친 여러가지 시련의 시기에는 원료확보에 여러 어려움들이 있다보니 비료생산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결국 착안한 것이 바로 북측 영토에는 무궁무진하게 생산되는 무연탄을 이용해 가스화하여 이를 원료로 이용하는 방법을 착안한 것이다. 북측은 이것을 비료생산을 안전하게 정상화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도로 여기고 그 생산공정 건설을 추진해 오던 중 이 모든 것을 2010년에 거의 완성시킨 것이다.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의 발전 역사를 듣다

안주시에 소재한 이 기업소는 당시 김일성 수상의 지시에 의해 1960년대 말에 건설에 착수해 1973년에 확장되었다고 한다. 1973년 프랑스 Speichim사와 플랜트 도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건설되기 시작해 1974년에는 중국과 공장구내까지의 송유관 설치공사를 시작해 완성하였고 1976년 4월에는 요소비료 생산공장(40만톤 규모)을 완공했고, 1979년 나프타 열분해공장(에틸렌 3만톤 규모), 고밀도 폴리에틸렌공장(LDPE 2.5만톤), 아크릴 로니트릴 합성공장(AN 1만톤), 아닐론 섬유공장(ASF 1만톤), 산화 에틸렌공장(EO 1만톤) 등이 완공되어 생산 조업에 들어가면서 본격적 석유화학공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속적인 설비확장공사로 1986년 10월 펄프, 제지공장(4만t 규모)이 문을 열었으며 1988년 9월 탄산소다공장이, 1989년 2월 합성수지공장이 각각 착공되었고 8월에 1만 5천㎢ 부지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옛 소련이 해체되고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시설 개보수가 중단되었는데 1993년부터 18년간 가동이 중단됐었다. 2천년 대 초에 들어 경제난이 완화되면서 개보수 작업을 다시 시작해 2005년에는 10월 당창건 60돌을 목표로 탄산소다공장 능력 확장공사를 완료했다고 한다. 탄산소다는 유리와 비누, 수산화나트륨, 탄산수소나트륨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공장내부의 시스템 설비를 조작하고 있는 모습
공장내부의 시스템 설비를 조작하고 있는 모습

 

이로서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는 요소비료, 나프타 열분해, 고압폴리에틸렌, 아닐론 등 생산시설을 갖추고 비료, 탄산소다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 공로로 국기훈장 제1급이 수여됐다고 한다. 대표적인 석유화학공장인 이곳 연합기업소의 탄산소는 파이프, 필름, 가방 등 플라스틱 제품의 주 원료가 되는데 이처럼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유리, 종이, 물감 등에 이용되는 탄산소를 대량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플라스틱 가방공장 등 각 연관생산업체로 다시 보내져 가공되어 제품으로 만들어져 상품화된다고 한다. 그 외에 요소비료, 아크릴섬유 등을 생산해서 북 내부에 공급하거나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데 수출은 한때 남흥무역회사가 대행했다고 한다.

특히 주력 품목인 폴리에틸렌(LDPE)과 화학비료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는 평안북도 피현군의 봉화학공장과 함경북도 선봉군의 승리화학연합기업소로부터 공급을 받아오다가 이 공장의 석탄가스화공정은 2006년 1월 사업이 최초 결정됐으며, 인민생활과 직결되는 국가의 1차중점대상으로 지정돼 2008년 5월부터 공사가 본격 시작됐다고 한다. 이곳 남흥에서는 무연탄을 원료로, 흥남에서는 갈탄을 원료로 한 질소비료 생산공정을 갖추게 된 것인데 이는 모두 인근에 풍부한 석탄을 활용하려는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2006년 말부터 무연탄 가스화공장 신설공사에 들어가서 무연탄 가스화 처리 공정을 기반으로 한 화학비료가 2010년부터 생산됐고, 2011년에는 제2의 무연탄 가스화 처리 공정이 완공됐다고 한다. 필자가 방문할 때 공장내부를 둘러보니 엄청난 량의 비료들이 폭포처럼 쏟아져내리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연탄 가스화공장의 경우 2006년 초 단지 북쪽에 4만 4천 평방미터 넓이의 시설이 들어선 뒤 2010년에는 22만 5천 평방미터로 무려 5배 이상 규모가 확장되는 등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곳에는 단지 내 시설들을 잇는 철로와 무연탄 저장시설이 포함돼 있고 요소비료 공장도 증축된 면적이다. 이어서 2010년과 2011년에는 화학원료인 탄산수소나트륨 생산 공장의 개축공사가 완공되었고 2013년도에는 8천 평방미터가 넘는 저장고 시설이 완공됐는데 필자가 방문한 시기는 이곳이 완공된 직후였다. 그리고 2012년에는 제2희천발전소 완공으로 전력사정이 해결돼 전체 생산량도 증가했으며 남흥 석유화학 단지도 확장되었다고 한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확장 공사가 늘 현재진행형일 정도로 언제나 확장되고 있으며, 이는 석유화학 부문을 현대화하겠다는 지도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무연탄 가스화공장 건설과 요소비료 공장 개보수는 식량문제 해결과 직결된다. 화학비료 생산량이 늘면 농업 부문의 생산성도 향상되기 때문이다

일반기업과 련합기업소의 차이점을 묻다

필자는 이곳 공장의 명칭이 ‘련합기업소’라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했다. 또한 2010년 4월 29일부터 본격적인 생산 활동을 개시한 석탄가스화공정에서 생산된 비료를 일반 비료라고 하지 않고 ‘주체비료’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알고 보니 주체비료란 석탄을 원료로 한 비료에 대한 북측의 특별한 호칭이었다. 그렇다면 북에서는 여러 형태의 공장과 기업소가 있으며 이와 별도로 련합기업소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련합기업소이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통상적으로 공장, 기업소라는 것은 대규모 생산단위라고 할 수 있으며 계획경제노선을 철저히 실시하는 북조선에서의 공장이나 기업소는 당과 국가의 통제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앙기관인 국가계획위원회가 기업소나 공장에 생산계획을 하달하고, 지방기관인 도경제지도위원회가 일상적으로 기업의 계획 집행 상황을 파악하고 지도하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기업의 제일 위에는 지배인과 기사장이 있고 그 아래 전문부서들이 배치되는 것 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조직이 노동자 위주로 군더더기 없이 잘 갖춰져 있다.

연구원들에 의해 비료생산에 필요한 촉매제와 정결제도 자체생산하게 되어 주체적인 비료생산의 토대를 마련했다.
연구원들에 의해 비료생산에 필요한 촉매제와 정결제도 자체생산하게 되어 주체적인 비료생산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련합기업소라는 형태의 기업들이 존재한다. 알고보니 기업들의 연합체가 처음 결성된 것은 이미 1970년대이며 1980년대에 들어서는 거의 모든 생산부분과 경제부문에서 이런 연합기업이 결성되어 운영되었다고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서로 같은 업종끼리 혹은 연관이 있는 복수의 기업소들이 모인 대규모 기업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생산기술적 연계를 기본으로 해서 조직된 대규모 연합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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