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640명, 대우버스 400명, 게이츠 150명

기업당 수백 명 규모…노동자 생존권 대책은 ‘전무’

‘해고는 살인이다’ 11년 전 쌍차 외침 잊었나

2018년 7월 대한문에 설치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30번째 희생자 분향소. 2009년 쌍용자동차는 3천 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다. 최근 이스타항공 640명, 대우버스 400명이 정리해고됐는데 이는 쌍용차 이후 최대 규모다. 현재 전국 구조조정 사업장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11년 전 쌍차 노동자의 구호를 똑같이 외치고 있다. ⓒ 김한주 기자
2018년 7월 대한문에 설치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30번째 희생자 분향소. 2009년 쌍용자동차는 3천 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정리해고했다. 최근 이스타항공 640명, 대우버스 400명이 정리해고됐는데 이는 쌍용차 이후 최대 규모다. 현재 전국 구조조정 사업장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11년 전 쌍차 노동자의 구호를 똑같이 외치고 있다. ⓒ 김한주 기자

이스타항공 640명, 대우버스 400명 정리해고는 2009년 쌍용자동차 이후 최대 규모다. 최근 대규모 자본들은 코로나19 위기를 빌미로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으나, 노동자를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쌍차 3천 명 정리해고로 노동자와 가족 30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에 대한 학습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지금 이스타항공,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홈플러스 등 노동자들이 전국에서 ‘해고는 살인이다’며 11년 전의 구호를 똑같이 외치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자본의 일방적 구조조정과 정부의 무책임에 맞서 조직적 대응을 펼치겠다고 12일 밝혔다.

현재 민주노총이 확인한 주요 구조조정 사업장은 19곳이다. ▲이스타항공 ▲아시아나KO ▲한진관광 ▲JT저축은행 ▲AXA손해보험 ▲홈플러스 ▲두산인프라코어 ▲한국산연 ▲한국게이츠 ▲자일대우상용차 ▲현대위아평택 ▲한국지엠부품물류 ▲서진이엔지 ▲이랜드 ▲브링스코리아 등이 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정리해고하거나 자본 철수 및 매각에 따라 구조조정을 단행한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경영 실패, 노조파괴에 따른 구조조정 사업장도 포함돼 있다.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공정배 조합원. ⓒ 김한주 기자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공정배 조합원. ⓒ 김한주 기자

특히 이스타항공은 640명, 대우버스는 400명으로 쌍차 이후 최대규모 정리해고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경영진은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자진 탈당하며 논란을 일축하려 했다. 민주당은 이 의원을 윤리감찰단에 회부했을 뿐 책임을 제대로 추궁하지 않았다. 정부도 이스타항공 정리해고를 방치한 건 마찬가지였다.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 공정배 조합원은 “노조가 지난 4월 임금체불 진정을 냈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말이 돼서야 조사에 착수했다. 4대보험 미납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상직 조세포탈 혐의에 관해서도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경영진과 정부 여당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버스는 우량기업인데도 정리해고가 벌어져 논란이다. 현재 대우버스 사내유보금은 600억 원, 지난해엔 흑자 전환을 했다. 그런데도 사측은 코로나19 위기를 정리해고 이유로 대는 상황. 대우버스 노동자들은 사측이 ‘자해 경영’을 펼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현재 대우버스는 물량 주문이 들어오는데도 베트남 공장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 대우버스 대주주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계열사인 OBS에서도 정리해고를 계획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흑자 기업인 한국게이츠도 폐업을 단행해 노동자 147명이 일자리를 잃을 상황이다.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 홍성복 조합원은 “사측이 일방적인 폐업을 숨기기 위해 명예퇴직을 강요하고 많은 직원이 떠났지만, 지금은 25명이 남아 위장폐업을 철회시키고 생산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103일째 공장을 지키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은 12일 오전 국회 앞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해고 및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한주 기자
민주노총은 12일 오전 국회 앞에서 '코로나19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해고 및 구조조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한주 기자

홈플러스는 최근 안산점, 둔산점, 탄방점을 폐점하겠다고 밝혔다. 안산점의 경우 700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고용보장 대책이 전무하다. 홈플러스지부 최철한 조합원은 “회사는 언론에 노동자 고용보장을 발표했지만, 고용보장 약속을 문서화하자는 노조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인력감축이 꽤 진행돼 캐셔 노동자가 다른 업무까지 도맡아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 생존권이 달린 문제에 정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고는 죽음과 같다. 경제위기를 빙자한 해고가 한 번에 수백 명씩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정치권은 자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자본은 돈 한 푼 내놓지 않는다. 지금까지 국가와 사회가 유지된 건 노동자들의 노동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2500만 노동자의 총고용 보장과 해고 금지를 위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한시적 해고금지’를 국가 정책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또 ‘외국자본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 개선을, 근로기준법의 정리해고 조항 삭제를 원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쌍용차 무더기 정리해고와 연이은 죽음 앞에 우리 사회가 함께 외쳤던 구호, ‘해고는 살인이다’를 상기하며 함께 사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아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