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평안하셨어요?”

끼니를 제대로 챙기기 어려웠던 시절, 혹시 밥을 굶지는 않았는지 상대방을 걱정했던 마음이 “식사 하셨어요?”라는 인사말로 남게 되었다고 하죠.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부모님이나 가까운 이웃들에게 간밤에 불편함없이 잘 주무셨는지 “밤새 평안하셨어요?”라는 인사로 안부를 묻기도 하였습니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만나다보면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질문 중 하나가 “잠은 잘 주무세요?”입니다. 또한 굳이 제가 이 질문을 먼저 드리지 않더라도 가장 많이 호소하시는 증상 중 하나가 “최근에 잠을 잘 못자요”이기도 하죠.

잠을 잘 잔다는 것은 수면의 양과 질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물론,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성인의 경우 7~9시간 정도 수면을 취해야 원활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1) 적절한 수면의 양과 질은 신체적·심리적 건강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죠. 그러나 수면장애는 인구의 약 20%가 경험하는 아주 흔한 질환이기도 합니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은 수면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며, 이 밖에 너무 많이 자는 것뿐만 아니라 심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도 수면장애의 일종입니다. 잠들 무렵 하체의 불편감으로 수면 부족을 초래하는 하지불안증후군 또한 수면장애에 속하는데 수면의 양과 질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신체적·심리적 건강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충분한 수면시간이 확보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낮에 피곤하거나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온다면 단순히 못 자는 것, 즉 수면의 양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으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일 수도 있으므로 한 번쯤은 수면장애를 의심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잠을 자는 동안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뇌기능이 회복되도록 돕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의 양이 부족해지고 그 질이 떨어진다면 당뇨 등의 대사질환 및 뇌혈관질환, 심혈관계질환 등의 합병증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신체의 기능 저하 및 피로감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낮아지기도 합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면역력에 대한 이야기가 건강에 있어 화두기이도 한데요. 수면의 양과 질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면역력 저하로 인해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기도 하죠.

수면장애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호소하시는 불면증의 경우 크게 신체적 요인, 심리·정서적 요인, 생활 습관 및 환경적 요인의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죠.

첫 번째, 신체적 요인의 경우 천식이나 심장 질환, 두통 등의 기저질환이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불면증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비율이 늘어난다는 것은 고연령대일수록 기저질환자 많다는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심리·정서적 요인으로 우울, 불안 등이 높거나 고민 및 걱정거리, 스트레스로 인해 잠들기가 어려운 경우입니다. 이와 더불어 하루에 무조건 일정 시간 수면을 취해야 한다는 비합리적 신념이 더해진다면 오히려 잠에 들기가 더욱 어렵게 되기도 하죠.

세 번째인 생활요인의 경우 특히 약물 복용 및 식습관과 관련된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혈압상승제나 각성제, 비타민제의 약물 사용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카페인 음료 및 니코틴, 알코올 섭취 등이 그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통 못 자서 술을 마셔야 잠이 들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노동자분들이 많은데 알코올은 이완이라는 측면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알코올을 분해할 때 일어나는 각성효과나 탈수, 이뇨 작용 및 수면무호흡 등은 수면의 질을 낮추기 때문에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수면 유도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환경적 요인입니다. 수면 공간의 소음이나 밝기, 온도와 습도 등의 적절성 여부도 중요하지만 잦은 출장이나 교대근무로 압박받는 업무 환경에 종사하는 경우에도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업재해보상에 관한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 지침에도 수면장애가 포함되어 있는데 실제로 교대근무와 수면장애의 업무 연관성을 인정한 바가 있죠.

이처럼 불면증이 지닌 여러 가지 요인들은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려우며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내 몸과 마음을 잘 돌보고 고민이나 걱정거리 등을 주변의 지인들과 나누며 알코올 등에 의존하지 않는 것, 너무 힘들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거죠.

또한 내 주변 환경을 바꾸려는 의식적인 노력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불합리한 업무 환경이나 강압적인 노동 조건들이 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것들을 바꾸어 나아가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동반될 때 환경을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음을 알게 됩니다. 비단 불면증만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노력과 나를 둘러싼 환경 특히 내 삶의 큰 축인 노동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나와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기억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주미 두리공감 상담심리사
이주미 두리공감 상담심리사

 


1) https://www.sleepfoundation.org/how-sleep-works/how-much-sleep-do-we-really-need (2021.02.23)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