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민간기업도 하지 않을 노동개악을 추진한다?
임금은 깎고 해고는 쉽게 하려는 우정본부의 노예계약 강요!

경찰에 이어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까지 정권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 3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후 진행되던 임금협상 자리에서 그간의 교섭에 역행하는 계약서를 들이민 것이다. 이에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이하 노동조합)은 30일 정오, 보신각에서 우체국본부 전국간부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해당 계약서에는 업무 중 발생하는 문제로 노동자를 10일, 30일 계약정지, 계약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되었다. 더하여 정책 변화, 물량 감소, 폐업 시에도 계약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되어 쉽게 노동자를 해고할 여건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택배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배달 물량 축소를 선언해 실상 임금 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노동조합은 관련해 교섭을 제안했으나 우본은 계약서 내용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며 7월 1일부터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30일 정오 12시 보신각 앞에서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 간부 결의대회가 진행되고 있다.@서비스연맹

결의대회에 모인 300인의 간부들은 현 사태를 생활물류법, 사회적 합의 모두를 위배하는 노예계약 강요, 우본의 폭거라며 강력 규탄했다. 10년 전 노동환경으로 돌아가 "노예로 사느냐 노동 현장의 주인으로 사느냐 그 기로에 서 있다"며 투쟁 결의, 조합원과의 단결 의지를 다졌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이 대회사로 우본을 강력 규탄하고 있다.@서비스연맹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고객의 사소한 문의 하나에 노동은 배가되고, 배송에 아무 문제가 없었음에도 경고장이 날아왔던 지난날의 우정본부 노동환경을 이야기했다. "관리팀장의 내일부터 나오지 마 한마디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비위를 맞춰야만 했던" 택배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하면서 투쟁으로 생활물류법 제정. 사회적 합의 도출까지 해낸 역사를 되짚었다. 그럼에도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계약 정지라는 조항, 말도 안 되는 노예계약서"를 들이밀고 있다며 이는 단체협약, 생활물류법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불법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며칠 만에 90% 이상의 조합원들이 투쟁기금 원천징수 동의서와 계약서 위임장을 노동조합에 제출했음을 밝히며 조합원의 결심에 간부들이 화답해야 할 시간이라고 선언했다. 간부가 앞장서서 조직을 믿고 반드시 승리하자며 투쟁 의지를 고취시켰다.

엄미경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이 지지연대사를 발표하고 있다.@서비스연맹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이 택배노동자에 대한 연대사를 이어가고 있다.@서비스연맹

엄미경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은 연대사 첫 마디에 "어떤 노동자가 가족의 걱정을 뒤로 하고 투쟁의 머리띠 묶기를 좋아하겠는가"라며, 그럼에도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택배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국민들이 기꺼이 수수료 인상에 찬성하며 만든 사회적 합의를 얻어낸 택배노동자들의 영웅적 투쟁을 돌아보았다. 또 정권이 바뀌자 "신성한 일자리에 감히 경찰 병력이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는" 현실을 규탄하며 노동 탄압의 윤석열 정권 시대에 민주노총이 택배노동자와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외쳤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이 연대사를 이었다. "택배노동자에게 윤석열 정부가 더 끔찍한가, 코로나가 더 끔찍한가"라는 질문으로 윤석열 정권과 함께 시작된 택배노동자 탄압 참상을 강력 규탄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정부 기관, 국가기관인 우본이 국민인 택배노동자에게 노예처럼 살라고 협박하고 있다"며, 우본이 강요한 계약서를 꼬집었다. 또 우본의 이러한 폭거가 윤석열 정권이 노동조합을 대하는 왜곡된 인식에서 기인함을 밝히며, 택배노동자들이 절대 외롭지 않도록 서비스연맹이 함께 투쟁할 것임을 약속했다.

남희정 전국택배노조 서울지부장이 단결과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서비스연맹

남희정 전국택배노조 서울지부장은 투쟁 규합 과정에서 들은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조합원들은 "지난겨울 CJ대한통운 노동자들의 65일 투쟁만큼 투쟁이 장기화하지는 않을지, 투쟁 끝에 결국 독소조항에 양보하게 되지는 않을지" 크게 두 가지를 걱정하고 있었다며, "65일 투쟁으로 노예계약서를 폐지할 수만 있다면 해볼 만하다"며 투쟁 결의를 다졌다. 아울러 지난 투쟁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전략을 짜기 위해 지도부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중앙집행위가 끝까지 책임지고 투쟁할 테니 지도부를 믿고 따라와 줄 것을 요청했다.

김규행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 전주지회장이 노조 창설 이전으로 회귀하려는 우본을 규탄하고 있다.@서비스연맹

김규행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 전주지회장은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는 우체국 택배노동자의 일상을 생동감 있게 전했다. "매일 새벽 5시부터 시작하는 분류 작업으로 온몸에 진이 다 빠져도 그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줄 알고 해야만 했고", "명절에는 300개에서 600개까지 물량을 받아야만 하며" "악천후에 온몸이 젖고 부상을 입어도 택배부터 우선해야 하는" 나날을 이야기했다. 이런 현장을 노동조합이 개선해 나가고 있었는데 우본은 노동조합 없던 시절로 회귀하려고 하고 있다며, 해고의 칼을 빼내든 우본을 강력 규탄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살 수 있는 만큼의 노동 강도, 살 수 있는 요건의 근로조건"이라며, 생존을 위해 지도부를 믿고 끝까지 투쟁하자고 다짐했다.

사이 프로젝트 '잇다'가 우체국본부 노동자들을 격려하는 합창 공연이 있었다. 이후 윤중현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 본부장이 투쟁 의지를 다지는 삭발식을 진행했다. 결의대회에 모인 간부들은 윤중현 본부장을 중심으로 강력한 투쟁을 이어갈 것을 결의했다.

윤중현 우체국본부 본부장이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서비스연맹
투쟁의 주인이 되어 우본의 노동개악에 총력 투쟁하자는 결의문이 낭독되고 있다.@서비스연맹

이어 결의문 낭독이 있었다. 결의문에는 우본이 제시한 계약서는 임금삭감, 쉬운 해고를 명시한 노예계약서라는 점을 명확히 규탄했다. "원숭이에게나 통할 조삼모사 계약, 우체국 택배노동자를 모욕하는 노예계약서로 택배노동자의 분노가 조합원, 비조합원 모두에게 들끓고 있다"며, 우본의 망동을 저지하고 노예계약서를 끝장내기 위해 나부터 결의하여 총력 투쟁하자고 결의했다.

윤중현 본부장이 향후 결사투쟁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서비스연맹

삭발식을 마친 윤중현 본부장은 교섭 마무리 때 전국적으로 물량을 제한하겠다는 메일을 보내고 있는 우본은 "노동자의 손발을 묶어놓고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음모"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현장관리팀장의 지시 거부 시 계약 해지라는 조항도 말은 그럴듯하지만 고용해지의 문을 활짝 연 것"임을 고발했다.

또한 이번 우체국본부의 투쟁이 지금까지 투쟁과는 성격이 다름을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노동조합이 먼저 공격해서 승리를 이끌었으나 이번엔 정권 교체와 함께 우본의 노골적인 반격이 시작되었다며, 이를 막으려면 중집과 진경호 위원장을 중심으로 단단히 뭉쳐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각 지역 본부 간부들이 마음 준비가 되어있는지 점검할 것을 요청했다. "노예가 아닌 투쟁의 주인으로서, 중앙이 와서 해주겠지가 아니라 내가 맡은 지역은 내가 책임진다는 마음을 먹어야만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며, 필사적인 각오를 다질 것을 결의했다.

이후 결의대회에 참석한 간부들은 우정본부를 지나 민주노총 앞까지 행진했다. 택배노조 우체국본부는 이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6월 14일 경고 총파업으로 투쟁의 강도를 올려 나갈 예정이다.

결의대회에 참가한 간부들이 구호로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서비스연맹
결의대회에 참가한 간부들이 구호로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우체국본부 깃발이 보신각 앞에서 힘차게 휘날리고 있다.@서비스연맹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우정본부로 행진하고 있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우정본부로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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