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필요"
"국조특위 당략으로 이용 당해서는 안돼"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두 번째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성역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딱 두 달이 지났다. 158명의 희생자와 부상자, 유가족이 남았지만, 책임자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어렵게 구조된 16살의 학생은 일상으로 돌아가려 상담과 심리치료를 받으며 노력했지만, 참사 당시의 트라우마와 계속되는 2차 가해에 또다시 희생되며 159번째 희생자가 됐다.

10.29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는 본회의 통과부터 파열음을 냈다. 여당은 국정조사를 반대하며 “이태원 국정조사는 정권퇴진 운동에 불과”, “시체팔이 족속들, 나라 구하다 죽었냐”는 망발을 쏟아냈다. 결국, 여론을 의식한 여당이 국조특위에 복귀하면서 참사 한 달이 훨씬 지난 이번 달 21일 첫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유족들은 “왜 이제야 오느냐”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통곡하기도 했다.

21일 첫 현장조사가 이뤄졌지만, 국조특위는 다음 달 7일 활동이 종료된다. 유가족은 진실을 밝히기에 너무 기간이 짧다며 ‘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또한, “이대로 가면 청문회조차 제대로 열기 어렵다”며 국조특위의 연장을 공식제안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2차 가해성 발언으로 국조특위를 반대해왔던 국민의힘은 “7일까지 제대로 된 국정조사를 한 뒤 논의해야 한다”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이러한 가운데,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두 번째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16일, 이태원역에서 열린 추모제와 달리 이번 추모제가 집무실 앞에서 열린 것은 분향소 앞에서 2차 가해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신자유연대와 극우성향 단체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분향소 앞에 ‘국민들에게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는 현수막과 함께 “선동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인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우리 유가족들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큰 기대를 안고 방청했으나, 진실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누구를 위한 맹세의 장이냐”며 “진실은 뒤로 한 채 일부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들은 국조특위를 당리당략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걸 지켜보고 있는 것이 고통 자체”라고 탄식했다.

또한, 이종철 대표는 “정말 유가족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준 것은 정부가 아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150여개의 시민단체였다”며 “유가족 협의회는 진실 규명이 되는 그날까지 지금처럼 한 마음으로 서로의 손을 잡고 고통과 슬픔을 나누며 한 곳을 향하여 끝까지 함께 할 것을 맹세한다”고 전했다.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이태원 지역 상인이라고 밝힌 김현경씨는 “상인들이 아무리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 할지라도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은 당신들 만큼이야 하겠냐”며 “마음 놓고 슬퍼하실 여유를 드리지 못해 유가족에게 죄송하다” 전했다.

아울러 “자신 또한 두 아이의 엄마라 남의 일 같지 않다”며 “희생자와 유가족들 우리가 품고 그들이 기댈 수 있게 어깨를 내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자, 그들의 슬픔이 다하고 그 끝에 다시 기운을 차릴 수 있게 마음 한켠 내어주자”고 호소했다.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도 자리에 함께해 연대했다. 김미숙 대표는 “참담한 심정 금할 길이 없다. 자신처럼 같은 자식 키우는 입장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공감하고 너무나 가슴 아팠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유족을 위로하고 책임져야 할 정부가 책임을 면피하고 무너지는 유족 앞에 더러운 말로 2차 가해를 하고 있어 분노가 치솟는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이어 김미숙 대표는 자신의 경험으로는 유족에게 지금 제일 위로가 되는 길은 많은 연대로 사람들이 유족들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많은 시민들이 함께해 달라고 부탁했다.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발언 이후에는 유가족들이 단상에 올라 희생자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 이주영 씨의 오빠인 이진우 씨는 하고 싶던 게 참 많았던 동생이었고 그걸 모두 해내는 당찬 동생이었다고 기억하며 함께 눈 오리를 만들었던 추억이 가장 생각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희생자의 언니라고 밝힌 유가족은 “아직도 잠에서 깨면 이 모든 게 꿈인 것 같아 동생 방을 들여다 본다”고 말했다. “동생을 떠나보낸 뒤, 엄마의 휴대폰 검색기록에는 ‘굶어 죽으면 자살인지’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며 “동생을 만나기 위해 자살까지 생각한 엄마의 마음을 가늠하기 힘들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아직 동생의 휴대폰을 찾지 못했다”며 “분홍색 바탕에 흰색토끼 캐릭터가 그려진 아이폰을 주은 분은 꼭 돌려달라” 당부하기도 했다.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발언 이후 유가족과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녹사평역 분향소까지 행진해, 추모를 이어갔다. 유가족들은 처음 분향소가 차려졌을 때보단 진정된 모습이었지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여전했다. 참석자들 또한 분향을 이어가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희생자들의 사진 앞에 차가워진 핫팩을 걷어내고 자신의 손을 녹이던 핫팩을 올려뒀다. 아직 폴리스라인 너머에는 아직 신자유연대의 2차 가해성 구호가 담긴 현수막이 그대로 걸려있었다.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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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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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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