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간 아들에게 "나 죽는 날, 꼭 마중 나와주렴"
"500 여명 수사. 장관, 시장은 서면조사도 안해"
"2월 4일, 100일째 되는 날, 함께 추모해주시길"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10.29 참사 특별수사본부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23명을 검찰에 기소한 가운데 이상민 장관, 오세훈 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은 서면 조사조차 하지 않은 걸로 알려져 꼬리자르기식 ‘셀프수사’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는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가 열렸다.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 기간이 끝나기 이틀 전인 5일, 여야는 유족과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국정조사 기간을 열흘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당초 7일까지였던 활동 기간이 17일까지로 늘어났다.

유가족들은 국조위 활동기간 연장을 이뤄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한다. 55일 동안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특별수사본부는 23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이 23명의 피의자는 대부분 용산구 범위 안에서 머물렀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에 성역없이 수사하겠다는 말과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특수본은 61곳을 압수수색 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시장 집무실은 제외됐고 538명의 사건관계자를 조사하면서도 이상민 장관, 오세훈 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서면 조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에서는 이를 고위층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셀프수사’라고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먼저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한 뒤 특별수사본부에 대한 한계를 지적했다. 이종철 대표는 “특수본의 수사 결과는 기존에 우려했던 것과 같이 윗선에 대한 수사조차 시도하지 못하는 셀프 수사였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꾸짖었다. 

또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태원 참사로 경기지표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가 경제를 내팽겨쳐놓고 그 책임을 이태원에서 희생된 아이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규탄하며 “이창용 총재는 그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전날인 1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작년 4분기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2주 뒤 4분기 성장률을 발표하는데, 그동안 중국의 코로나 환자 상승과 반도체 경기 하락, 이태원 사태 등의 이유로 지표가 좀 나쁘다”라고 말해 유족들의 분통을 샀다.

이어 이종철 대표는 “아이들이 세상이 떠난 뒤 100일이 되는 다음 달 4일, 100만 명의 시민들과 함께 추모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전하며 많은 시민들에게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이 자리에는 159번째 희생자인 고 이재현 군의 아버지도 함께해 아들을 향한 편지를 읽었다. 고 이재현 군은 이태원 참사 당시 40분 넘게 깔려있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두 명의 친구를 잃어 병원에서 상담을 받는 등, 일상으로 돌아오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친구들과 본인을 향한 2차 가해로 인해 결국, 살아 돌아온 지 43일 만에 미안하단 영상만 남긴 채 친구들을 곁으로 돌아갔다.

이재현 군의 아버지는 “차라리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했다면 43일간의 고통은 없었을 텐데”라며 참석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이 군의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했지만, 제일 많이 화냈던 사람이 자신”이라며 “그 생각이 들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전했다.

이 군의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미안해하지말고 아들이 돼줘서 고맙다”고 말한 뒤 “자신이 죽는 날 꼭 마중나와 달라”는 말을 끝으로 편지를 접었다.

이들은 2차 추모제와 같이 추모제를 마친 뒤 녹사평역의 분향소에서 분향을 이어갔다. 한편, 고위층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성과없이 55일 동안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특수본은 13일부터 단계적으로 해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14일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진실, 책임, 연대의 2023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3차 시민추모제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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