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지에서 열린 정부 규탄 동시 기자회견
'주 69시간' 권고 사실상 수용한 정부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우리나라가 여전히 성별 간 임금 격차 1등, 유리천장지수 만년 꼴등을 기록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노동시간 유연화, 직무급제 도입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민주노총과 지역본부는 각지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어 반노동, 반여성적 정책이라 규탄하며 목소리를 모았다.

6일 민주노총은 서울, 인천, 충남, 대구, 전북, 부산 총 여섯 곳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을 양산한다며 윤석열 정부 규탄 동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대구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민주노총
6일 대구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민주노총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22년 발표한 ‘성별 간 임금 격차’에서 우리나라는 1위를 차지했으며 직장 내 여성차별을 의미하는 ‘유리천장지수’에서 만년 꼴등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성평등에서 후진적인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 총량 관리 단위를 1주에서 최장 1년으로 확대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권고한 노동시간 유연화, 직무급제 도입 등이 대부분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정책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발족됐다. 구성된 인사는 총 12명으로 고용노동부는 인사조직, 노동법 등 조예가 깊은 학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학자들로 균형 잡힌 논의가 가능하도록 안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사 중 11명이 남성으로, 주 92시간 노동이 가능해졌다는 노동계 비판을 고려해 지명한 보건 전문가 한 명만 여성이었다. 여성 노동정책까지 균형 잡힌 인사였다고 보긴 어려웠다.  

민주노총은 “52시간 근로시간 제한 단위를 주에서 월단위, 연단위로 바꿔 노동시간 유연화를 확대하면 양육, 돌봄에서 자유로운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남성 노동자들 중심으로 일자리가 바뀔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육아정책연구소가 영유아, 초등부모 1,2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녀 양육 분담 비율은 남성 29.1%, 여성 70.9%로 조사되기도 해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또한, 직무급제 도입에 관해서도 여성 저임금을 고착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의 경우, 지난해 기준 시급 9,390원에 식대 12만 원으로 근속, 경력, 나이를 따지지 않고 모두가 같은 월급을 받는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임금이 따라가지 못해 학교를 상대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원청인 학교와는 교섭권이 없어 임금인상을 최저임금에만 의지해야 하는 것이다.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새봄지부 랩스분회 박노숙 사무장은 ‘장례식장 청소노동자’라고 밝히며 “마음에 상처가 큰 분들이 지저분한 빈소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어려울 거라 생각해 항상 최저임금에도 자부심을 갖고 성실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난방비가 50% 가까이 오르고 연말에 가족들과 하던 외식도 40%가량 더 내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최저임금은 오르지만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업종별, 지역별 임금차등적용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먹고 살 수 있게끔 우선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젠더, 성폭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작년 신당역 사건을 비롯해 그 이후에도 남편의 폭력으로 부인이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지난 1월 여성가족부는 강간죄를 포함해 2010년부터 여성운동이 제기하고 수년간 연구와 사회적 토론을 거친 ‘제3차 양성 평등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성폭력 관련 5대 법률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는 폭행과 협박 없이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라면 강간죄로 처벌하도록 하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 내용이 담겼었지만, 법무부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실상 반대의견을 표명하자 여성가족부는 8시간 만에 이를 철회했다. 민주노총은 “법무부의 압력으로 여가부가 철회한 것”이라며 “여성들이 목숨과 일자리를 걸고 싸워왔던 미투 운동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무력화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이에 공무원노조 박시현 부위원장은 “여가부를 없애면 지역에서 성평등 정책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여가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표되자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지방정부의 각 부처는 여성과 성평등을 지우고 가족 인구 복지 양성평등 행복 등으로 바뀌며 부서가 폐지되거나 통폐합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수 정권은 불리할 때마다 여성의 인권을 볼모로 여가부 폐지안을 들고 나와 성평등에 대한 국가 책임을 삭제하고 여성을 인구 정책의 도구로 수단화하려했다”고 규탄하며 “48.6%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하지 않았던 51.4%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꾸짖었다.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6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김준 기자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매년 3월 8일 여성의 날이면 한국 사회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대안을 제시해 왔지만 윤석열 정권 들어와서 여성들의 삶은 더욱 각박해지고 피폐 해졌다”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정부는 스스로 역할을 포기했다”고 일침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많은 차별들이 가시화, 제도화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문화적 정서적 차별이 훨씬 더 심화되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사회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OECD 최하위를 십 수년째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며 지적을 이어나갔다.

이어 양경수 위원장은 “단시간 노동의 질 낮은 노동과 저임금으로 생활고에 놓여 있는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를 이제는 해결해야한다”며 “3월 8일 노동자 대회에서 민주노총은 고통받고 차별받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힘차게 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6일 부산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민주노총
6일 부산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민주노총
6일 인천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민주노총
6일 인천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민주노총
6일 전북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민주노총
6일 전북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민주노총
6일 충남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민주노총
6일 충남에서 열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성차별고용 주범 윤석열정부 규탄 기자회견'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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