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건설노조, 사상 첫 제주 4·3 역사기행 진행
건설노동자 200여 명 참가 … 아픈 역사 되새기며 투쟁의 결의 다져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위원장 장옥기)가 ‘제주 4·3 역사기행’에 나섰다. 그동안 조합원 개인 또는 지역 차원의 개별적 참가는 있었지만 건설노조에서 4·3 역사기행 참가단을 모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역사기행은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2박 3일 동안 진행됐다.
건설노조는 2022년 들어 중앙과 지역에서 통일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조 차원의 통일 사업을 결의했다. 이번 역사기행 역시 통일위원회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건설노조가 진행하는 첫 4‧3 역사기행에 조직 내외에 많은 관심이 쏠렸고, 그 관심을 보여주듯 전국에서 2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참가하는 등 이번 역사기행은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에 맹종안 건설노조 통일위원장은 “그동안 건설노조가 현장활동에 집중하다 보니, 분단된 조국에서 노동자의 몫과 사명을 다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역사기행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노조도 “통일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통일 사업을 전개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참가자들은 4·3 평화기념관을 비롯하여 북촌마을, 목시물굴, 섯알오름 등 당시 주요 학살지 등을 찾았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참가자들은 해방 직후 제주 민중들의 항쟁 정신을 되새기고 그 아픔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날 저녁에는 ‘4·3 민중항쟁 정신계승 건설노동자 결의대회’도 열렸다. 참가자들은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아픈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노동자가 앞장서서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이 자리에서 대회사에 나선 맹종안 건설노조 통일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와 건설자본이 결탁하여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것과 1948년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중에 대한 탄압은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노동자가 조국의 자주와 민주주의, 통일을 위해 나서야 한국 사회가 바뀐다”라며 “건설노조가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투쟁의 선두에서, 안전화 끈 동여매고 투쟁에 나서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결의대회에서는 참가자들의 결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4·3 학살 당시 생존자의 가족이라 밝힌 한 철근노동자는 “4·3 평화공원에서 희생자들의 위패를 보고 울분이 치솟았다”라며 “진작에 찾아왔어야 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라도 오게 된 것이 다행”이라 말했다. 또 고향이 전남 고흥이라 밝힌 한 펌프카노동자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라며 “광주 때도 제주 때도 정부와 자본가의 탄압이 있었고 거기에 맞서는 민중과 학생, 노동자가 있었다”라며 선배 노동자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도 잘 이겨내자고 말했다.
또 이번 기행을 통해 제주 4·3항쟁을 처음 알게 됐다는 한 청년 건설노동자는 “어릴 적 수학여행 때 오고 (제주에) 처음 왔는데, 몰랐던 이야기를 듣게 되어 생각이 많아졌다”라며 “같이 일하시는 형님들이나 2030 청년 세대들에게 제주 4·3항쟁에 대해 많이 알리겠다”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역사기행 참가자들은 4월 2일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4·3민중항쟁 75주년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함께 하며 투쟁의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건설노조 통일위원회는 이후에도 광주 5·18 민중항쟁 관련 활동, 민주노총 통일선봉대 등에 조직적으로 결합해나갈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