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한국애보트지회 조합원 소감문
"신혼여행 아름다운 바다는 500명 수장터, 노곤노곤 온천 산방산은 피의 무덤"
"1세, 2세 아이들은 왜 빨갱이로 몰려서 죽어야 했나"

<제75주년 4·3추념식, 역대급 정부 관심 밖...‘2분 추모사 끝’>(제주도민일보)
<할 말이 그리 없었나...“문화관광? IT콘텐츠?” 600자짜리 초라한 4.3추념사>(제주의소리)
<윤석열 대통령 빈약한 635자 4.3추념사…뜬금없는 내용도?>(미디어제주)

2014년, 정부는 4월 3일을 제주 ‘4.3희생자 추념일’로 지정했다. 정부는 “제주4·3사건 희생자를 위령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화해와 상생의 국민 대통합을 도모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올해, 국민의힘 주요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불참했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제주에 없었다. 총리에게 대독시킨 추념사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강조한 ‘화해’ ‘통합’ ‘화합’을 찾아볼 수 없었으며,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도 없었다. 되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김재원, 태영호)은 ‘격 낮은 기념일’ ‘김일성 지령설’과 같은 망언을 쏟아냈고, 보수단체들은 ‘빨갱이 폭도’ 등을 주장하며, 역사적 사실을 폄훼하고 왜곡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매년 ‘제주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 소속 화섬식품노조 조합원들은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제주4.3항쟁 당시 학살과 참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기행을 하고 있다. 필자는 기행에 참여한 조합원(가족)들의 소감문을 입수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조합원들이 4월 1일부터 2일까지 제주 4.3항쟁 평화기행을 진행했다.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가 4월 1일, 2일 일정으로 제주4·3 평화기행을 진행했다. 해설사와 함께 4·3평화기념관을 관람하고, 4·3 유적지 중 오라리 마을, 영묘원, 하귀 해안도로 유령비 등을 돌아봤다.

백민화 씨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한국애보트지회 조합원이다.

백 씨는 지회 설립 15주년을 맞이하여 이해강 한국애보트지회장과 함께 4.3기행 및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했다.

백 씨는 “제주기행을 하면서 부끄러운 순간들이 많았습니다”라고 고백했다. 백 씨는 “신혼여행에 와서 여유롭게 커피 마시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바다가 예비 검속자들을 끌고 가 500여 명을 수장한 바다였고, 온천이 노곤노곤하니 평화롭다고 여겼던 산방산은 밤중에 눈 가리고 끌려가던 우리 할아버지며 할머니며, 아버지고 어머니고, 형제며 자매며, 자식의 피의 무덤이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백 씨는 “(제주4·3평화공원에서) 만 삼천여 명의 비석 중에서도 1세, 2세의 어린아이들의 이름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아이들이 왜 빨갱이로 몰리고 그렇게 죽어가야 했을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지회의 보살핌과 지회장의 희생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라고도 한, 백 씨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당연한 건 없었습니다. 투쟁과 항거만 있었을 뿐, 우리가 누리는 것은 피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된 1박 2일이었습니다”라고 했다.

백 씨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T.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를 언급하고는 “가혹한 환경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 낸 제주의 봄을 기억합시다”라면서 “탄압이면 항쟁이다”라는 말로 소감문을 마쳤다.

제주4.3 평화기행 중인 백민화 씨(왼쪽)와 이해강 한국애보트지회장.

한편, 애보트(ABBOTT)는 160여 개 국가에서 11만5천명의 직원을 둘 정도로 큰 글로벌 제약회사다. 올해로 36년 차인 한국애보트는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고지혈증 관련 약, 양극성 장애를 조절하는 약, 소화를 도와주는 위장관약, 제가 현재 열심히 영업하는 여성 갱년기 치료약 등등 다양한 약물들을 취급하고 있다.

한국애보트지회는 2008년 4월 1일 설립되어 올해 15주년을 맞이했다. 이해강 한국애보트지회장은 “2005년 미국인 사장에서 한국인 사장으로 바뀌면서 가장 많은 이직률을 기록하게 됐다. 많은 불합리한 일들을 바꾸기 위해 노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지회 설립 후 몇 년 동안 엄청 싸웠다. 결국 승리해 안정화됐고, 지금은 이직률 0%의 괜찮은 직장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씨는 2013년 8월경 발표자료를 준비하는 아르바이트로 한국애보트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 영업부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고, 이어 2014년 12월 정규직으로 입사하면서 한국애보트지회에 가입했다.

 

아래는 소감문 전문이다.


4월 눈부신 첫 날,

한국애보트노동조합 설립 15주년을 기념하며 다녀온 4.3기행은 제게 큰 울림을 주는 날 들이었습니다.

이번 제주기행을 하면서 부끄러운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신혼여행에 와서 여유롭게 커피 마시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바다가 예비 검속자들을 끌고가 500여명을 수장한 바다였 고, 온천이 노곤노곤하니 평화롭다고 여겼었던 산방산은 밤중에 눈 가리고 끌려가던 우리 의 할아버지며 할머니며, 아버지고 어머니고 형제며 자매며 자식의 피의 무덤이었습니다.

제주 4.3기행을 돌아보며 만 삼천여명의 비석 중에서도 1세, 2세의 어린아이들의 이름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아이들이 왜 빨갱이로 몰리고 그렇게 죽어가야 했을까요

4월의 제주는 너무나도 눈이 부셨습니다. 흐드러지는 벚꽃과 쨍한 빛을 자랑하는 동백의 꽃들이 반겨주었습니다. 이 아름다움은 그 시절의 핏빛으로 반짝이는거겠지요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도록 선조의 투쟁이 오늘을 만들어 준 듯, 제가 일하기 좋 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느끼도록 만들어 주신 조합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5살 부모님의 사랑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사춘기 중2 아이처럼 지회의 보살핌과 지회 장의 희생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제가 입사하고 노동조합은 당연했습니다. 여기까지 오 기 위해 당연한 건 없었습니다. 투쟁과 항거만 있었을 뿐, 우리가 누리는 것은 피의 결과 라는 것을 알게된 1박 2일이었습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T.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처럼 빈 산 빈 들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는 계절입니다. 가혹한 환경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 낸 제주의 봄을 기억합시다.

“탄압이면 항쟁이다” 5월 1일 노동자의 날, 노동자를 위해 모이고 7월 총파업으로 대동결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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