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후 17년만 유례없는 자료거부 "노골적 기업 비호"
2023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에 윤석열 대통령 '오명'
용산서 경찰, 사복입고 기자 사칭, 불법 채증하다 발각

"2023년 최악의 살인기업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2023년 최악의 살인기업 명단은 발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17년째 기업의 명단을 발표해왔지만
기업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 시상식은 2023년이 처음입니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가  27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이 주최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2006년부터 최악의 살인기업을 발표한 이래로 어느 정부, 어느 대통령 하에서도 산재사고 사망자료(살인기업명단)에 대한 자료제출 거부는 없었다. 하지만 올해 고용노동부는 기업명 및 기타 기본적인 정보를 모두 가린 자료를 제출해 사실상 제출을 거부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이 열린 셈이다. 참가자들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 분노와 비탄으로 가득차 있었다. 

27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이 주최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 조연주 기자
27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이 주최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 조연주 기자

고용노동부의 명단공개 거부는 중대재해사업장의 명칭, 발생 일시와 장소, 재해의 내용 및 원인 등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태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기업명의 공개가 기업 법인의 명예를 훼손할 여지가 있고,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소지가 있으며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산재사망 다발 기업의 명단 공개는 당연히 해당 기업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함이다. 이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고,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1항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장관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장의 근로자(노동자) 산업재해 발생건수, 재해율 또는 그 순위 등을 공표해야 한다. 주최측은 "우리가 요구하는 내용이 이와 다르지 않고, 하청기업의 자료를 추가로 요구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더해 주최측의 요구자료는 '산재사망이 일어난 기업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는 피의자는 '기업의 경영책임자'다. 따라서 산재사망이 발생한 사업장 경영책임자라고 다 피의자라고 볼수 없고, 기업명을 공개한다고 해서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는다고 정부에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와 같이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기업명을 공개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노골적으로 기업을 비호하겠다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규탄발언했다. 

27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이 주최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 조연주 기자
27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이 주최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 조연주 기자
27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이 주최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 조연주 기자
27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이 주최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 조연주 기자

'2023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은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이 수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기업경영 활동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시도하고, 법개정 TF를 발족하는 등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선정근거를 댔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공세로 기업과 정부 차원의 중대재해 예방대책은 형해화됐고 노동자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노동자 시민의 생명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할 정부가 10.29이태원 참사의 국가책임을 회피 축소 왜곡을 시도하는 등, 생명 안전 정책이 거듭 후퇴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매년 노동자 2천400명의 죽음 앞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막아야 한다며 절박하게 외쳤던 지난 몇 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면서 "죽어가는 노동자의 피,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산재유가족과 동료 노동자, 노동·시민사회의 노력으로 만들었던 노동시간 단축과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성과가 윤석열 대통령 재임 1년여 만에 신기루처럼 사라지려 하고 있다"고 했다. 

27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이 주최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 조연주 기자
27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민주노총)이 주최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 조연주 기자

더해 "윤석열 정부의 노골적인 노동자 건강과 생명에 대한 폄하와 조롱은 이번 살인기업선정식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없었던 고용노동부의 산재사고사망 발생기업에 대한 정보공개 거부는 기업의 명예훼손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자행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선정식에는 용산서의 한 경찰이 사복을 입고 기자를 사칭하다가 발각되는 일이 벌어졌다. 취재진 사이에 섞여 동영상과 사진을 촬영(=불법 채증)하다가 주최측 관계자가 소속을 묻자 '개인기자'라고 거짓말 하다가 경찰신분임을 자백했다는 것이다. 민간인을 사칭하며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은, 주최측 관계자와 다른 용산서 경찰이 확인하는 앞에서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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